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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진선규 "주인공이요? 역할 크기는 안 중요해요"

등록 2023.02.16 0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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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운트' 데뷔 20년만에 첫 주연작

"포스터에 얼굴 대문짝 만하게 부담도"

"그래도 말 타고 금의환향하는 기분도"

88올림픽 복싱 금메달 박시헌 실화 그려

"박시헌 가치관·인생 나와 너무 비슷해"

[인터뷰]진선규 "주인공이요? 역할 크기는 안 중요해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감투 쓰고 도포 입고 말 타고 금의환향하는 느낌이에요."

배우 진선규(46)에게 첫 단독 주연 영화를 내놓는 기분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는 진선규가 배우로 데뷔한지 20주년이 되는 해. 공연 쪽에선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배우였지만, 영화판에선 십년 넘게 조단역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2017년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 '위성락'을 연기하고나서 크게 주목받았고, 이를 발판 삼아 이제 주인공을 맡는 배우가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자그마치 20년이 걸렸다. "포스터에 제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어휴 당연히 부담스럽죠. 전 이제부터 연기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진선규가 주연한 영화는 코미디 영화 '카운트'다.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시헌 선수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당시 박시헌 선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다른 스포츠 영웅들과 달리 진짜 금메달리스트로 인정 받지 못했다.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억지 금메달을 땄다는 비난에 휩싸이며 영웅이 아닌 사기꾼 취급을 받았고, 복싱계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나서도 박시헌 선수는 오랜 세월 가짜 금메달리스트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살았다. 나이 지긋한 관객은 올림픽 결승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뻐하지 못 하는 그의 표정을 기억할 것이다. 진선규는 복싱을 포기하고 경상남도 진해에서 평범한 체육교사로 살아가는 '교사 박시헌'을 연기했다.
[인터뷰]진선규 "주인공이요? 역할 크기는 안 중요해요"


[인터뷰]진선규 "주인공이요? 역할 크기는 안 중요해요"


진선규는 몇 해 전 '카운트'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했다. 이 영화가 하고 싶어서 제작사 쪽에 '정말 내가 해도 되는 것이냐'고 확인을 할 정도였다. 그는 박시헌의 삶에서 배우 진선규, 인간 진선규 자신을 봤다고 말했다. "외형은 하나도 안 닮았죠. 외형을 모사할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박시헌 선생님의 끈기와 성실함, 가치관 같은 게 저와 너무 비슷한 거예요.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삶의 궤적 같은 것도 비슷했고요. 가족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도 비슷하고요. 게다가 제가 박 선생님처럼 진해 출신이고요. '카운트'가 진해가 배경인 영화이고, 또 제가 복싱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저와 박시헌 선생님이 내면적으로 얼마나 닮았냐면, 1부터 100까지로 치면 90정도라고 봐요."

진선규는 자신의 첫 주연 영화가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복싱과 인연만 해도 그렇다. 진선규는 37살 때 취미로 복싱을 시작했다. 결혼 후 체중이 5㎏ 가량 늘자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취미이긴 했지만 진선규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수준급 복싱 실력을 갖게 됐다. 그가 다니던 체육관 관장이 프로 테스트를 받아봐도 되겠다고 할 정도 수준에 도달할 정도였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그는 촬영 전 3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고, 촬영하면서 훈련한 걸 합치면 약 6개월을 꼬박 복싱 훈련에 매진했다. "훈련할 때 박시헌 선생님이 미트 끼고 제 펀치를 받아주셨어요. 엄청난 영광이었죠. 제가 미트를 쳤더니 선생님께서 '제대로 배우셨네요'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인터뷰]진선규 "주인공이요? 역할 크기는 안 중요해요"


진선규는 주연 배우가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고 했다. 워낙 수줍음이 많아 회식을 주도하는 것 같은 일은 잘 못하지만 나와 호흡하는 모든 배우들과 대화하고, 가능하다면 식사도 하면서 연기 합을 맞춰보는 것만큼은 꼭 하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카운트'를 촬영하면서 실천에 옮겼다. 그는 "영화가 나 혼자 미친듯이 열연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해줘야 더 좋은 영화가 된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가 단역을 많이 해봐서 알잖아요. 대사 한 마디를 얼마나 공들여서 준비하는데요. 그렇게 준비한 대사를 더 잘할 수 있게 제가 함께해야죠. 그렇게 하고 나면 연기 호흡이 훨씬 좋아져요. 제가 주연 배우로서 다른 걸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맡게 되는 역할이나 극 중 비중을 보면 배우 진선규의 위치는 분명 달라졌다. 그래도 그는 "나는 변한 것이 없이 똑같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자세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진선규는 주연만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연에 머물러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하게 연기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번에 주인공 했다고 주인공만 하겠다고 할 순 없죠. 기회가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요. 제게 역할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작품 속에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해요. 전 한 편의 작품을 하는 거예요. 거기서 주연이고 조연이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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