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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유튜버 집공략 "나도 카푸어였다. 그래서 안 좋아해"

등록 2023.03.07 06:00:00수정 2023.03.15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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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권유로 유튜브 시작…3~4년 고생"

"한 달 전까지 핸드폰과 삼각대로 촬영"

"최악의 집? 저녁 출입통제, 화장실 없어"

"오피스텔 4개 구해줬는데 불법 도박장"

[서울=뉴시스]부동산 중개인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집공략'(사진=집공략 유튜브 캡처) 2023.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부동산 중개인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집공략'(사진=집공략 유튜브 캡처) 2023.03.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인턴 기자 = "보통 '여기 가볼까'하고 가서 한 10분 둘러보고, 바로 촬영해요"

구독자 16만4000명을 보유한 유튜버 집공략(본명 한진우)은 지난달 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주 콘텐츠는 '매운(辛) 입'이라는 뜻의 '신입PD'와 함께 열악한 집 내부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영상미나 구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고 편하게 돌아다니며 찍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핸드폰과 삼각대만 가지고 영상을 촬영했다"면서 "대충 찍으면 (조회수가)잘 나오고, 힘을 쏟아부으면 안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채널을 '차별화'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다른 부동산은 좋은 집을 보여주고 팔려고 할 때, 나는 안 좋은 집을 보여주며 '이런 집 살지 말라'고 한다. 그게 먹혔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집공략의 영상은 일견 익살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말도 안 되는' 매물을 판매하는 부동산 업계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 그는 지금까지 본 최악의 집으로 "화요일에는 들어갈 수 없고, 저녁 6시30분 이후에는 출입 통제, 화장실은 집 앞 백화점으로 가야 했던 곳"을 꼽았다.

아울러 '카푸어(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에 거주하며 고급 차를 가진 사람들) 관련 영상을 재밌게 봤다'는 기자의 말에 "부동산업을 떠나서 카푸어를 안 좋아한다. 내가 카푸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3살 때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라는 오픈카를 타고 다녔다. 쥐뿔도 없는 게 까불고 다녔던 거다. 그러다가 빚이 생기면서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비어 있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아래는 집공략과의 일문일답.

-실제 부동산 중개인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원래 부동산을 차리는 게 진입 장벽이 엄청나게 낮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만의 무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아는 사람들이 '유튜브 하면 잘 된다'고 하길래 그냥 바로 해본 건데 잘 안되더라. 한 3~4년 고생했다."

-콘텐츠 찍는 과정이 궁금하다. 이게 촬영 장비인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에 그냥 삼각대 하나 들고 찍었다. 다른 100만 유튜버들도 다 핸드폰 들고 하길래, 굳이 내가 장비를 마련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화질이나 이런 게 조금 더 좋아졌으면 해서 이번에 (장비를)샀다."

-신입PD와 둘이 가는 걸로 알고 있다. 사전 답사 후 본 촬영을 하는 건가.

"처음에는 그런 식이었는데, 이제는 워낙 캐미(호흡)가 잘 맞아서 '여기 가볼까'하고 간 후 집 안을 10분 정도 둘러보고 바로 촬영한다. 기획을 엄청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영상을 둘러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집들이 많았다. 업계에서 일하면서 본 '최악의 집'은 뭔가.

"최근에 대구 내려갔을 때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5만원인 집이 있었는데, 조건이 '화요일에는 출입이 불가하고 6시30분부터는 출입 통제'였다. 화장실은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에서 써야 했다. 거기가 최악이었던 것 같다."

-집을 볼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요건은 뭔가.

"집을 구할 때의 목적인 것 같다. 집을 보다 보면 점점 더 싼 곳으로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인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30분 거리에 집을 구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잊어버리고 '한 40~50분이면 괜찮겠지' 하면 실질적으로 월세만 날아가는 거다. '내가 왜 이사를 해야 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뭔가.

"조회수 400만회가 넘은 영상('집 보러 오면 90%는 이렇게 행동합니다')이 있는데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영상은 진짜 20분도 안 찍었는데 1~2주만에 조회수 100만회가 넘어갔고,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우리 현직 종사자에게는 당연했던 게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니었구나'라고 느꼈다. 좀 희한했다. 그리고 대충 찍으면 (조회수가)잘 나오고, 엄청나게 기획하고 힘을 쏟아부으면 잘 안 나오더라."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고 연락처까지 공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도와준 적도 있었고, 어떤 분은 술 먹자고 연락한다. 그런 연락은 거의 다 무시한다. 집 구해달라는 분도 많다."

-실제 고객 수도 늘었나.

"많이 늘었다. 기존보다 한 3배에서 5배 늘어난 것 같다."

-'카푸어 종특' '카푸어들이 사는 집' 등 영상을 재밌게 봤다. 그런 고객이 많나.

"그건 부동산업 종사를 떠나서, 그냥 카푸어를 싫어한다. 일단 내가 옛날에 카푸어였다. 23살 때 한 달에 한 500만원 벌면서 (관리비가)월 150만원 나가는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라는 오픈카를 타고 다녔다. 쥐뿔도 없는 게 까불고 다녔던 거다. 근데 빚이 생기면서 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 너무 싫어한다. 그리고 저렴한 월세 구하시는 분 중 벤츠 E클래스나 BMW를 타고 오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검은돈'을 만지거나 한다."

-신림동 주변에도 카푸어나 검은돈을 만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많다. 옛날에는 한 번 그런 적도 있었다. 집을 구하는데 오피스텔을 한 번에 4개 구해달라고 했다. 나는 '옳다구나' 해서 4개를 구해줬다. 그런데 한두 달 정도 있다가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소위 '하우스', 도박장을 돌렸던 거다. 그 사람도 벤츠를 타고 왔었다."

-'자볼텐데' 콘텐츠도 흥미로웠다.

"'자볼텐데'가 왜 만들어졌냐면 차별화 때문이다. 남들은 '시그니엘 산다' '한남더힐 산다'하면서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올리는데, 나는 그렇게 못 한다. 그냥 '진짜 힘든 곳에서 노숙 비슷하게 해보자'해서 영상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가)나왔다."

-자취 경험만 10년이라고 알고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자취하면서 느꼈던 바가 있나.

"예전에 3층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완전히 벽이었다. 햇빛이 들어와도 진짜 한 5cm 정도였다. 당시 여자친구가 이상하게 우리 집만 오면 가위에 눌렸다. 잘 때는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벽에 기어 다니는데 피곤하니까 그냥 자게 됐다. 그것도 무뎌진다.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다 보니 그런 곳에도 계속 있다 보면 '살 만한데?' 이런 생각이 든다.

'자볼텐데' 콘텐츠를 처음 했을 때도 '내가 여기서 왜 살아야 되나' 마음속으로 욕했다. 지하 2층에 거의 전쟁 나면 대피하는 곳 같은 집에서 자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근데 그렇게 짜증 났다가도 3~4시간 정도 지나니까 적응이 되더라. 그때 그 감정을 메모장에 다 적어 놨었다. '내가 계속 여기서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단 빨리 나가야겠다' 등이다."

-재미 본위의 콘텐츠가 많지만, 사실 부동산 업계 이면을 고발하는 느낌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항의하거나 하지는 않나.

"자기들만의 부동산 단톡방 같은 게 있다고 한다. 나는 하나도 안 한다. 여기 관악구만 해도 부동산이 1000개 넘게 있다는 말이 있는데, 온라인 시대이다 보니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나를 욕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그러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쓴다. 와서 해코지할 것도 아니지 않나. 날 해코지하면 콘텐츠도 만들고 좋다. 와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

"자취 용품 리뷰를 해 보고 싶다. 자취생 월급이 한 250만원이라고 치면, 월세 한 50만원 나가고 여러 가지 나가면 한 100만원 남지 않나. 그분들에겐 5만원도 꽤 큰 돈이다. 그러니 2만원대 좋은 물건이라든지 오래 쓸 수 있는 용품 등을 리뷰하려 한다."

-서울에 살고 싶어도 주거 정보가 없어 헤매는 젊은이들이 많다. 조언을 남겨준다면.

"부동산을 다 믿지 마라. 그러니까 부동산을 믿되, 모든 걸 다 믿지 말고 눈으로 확인해라. 사회 초년생이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은 한동네 안에서 이사하는 게 아니다 보니 해당 지역의 지리 등을 잘 모를 것이 아닌가. 그러니 네이버 지도 등을 이용하거나, 직접 한번 와서 두 눈으로 내가 다니는 루트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그리고 그걸 정확하게 (업자에게)얘기해 줘야 시간을 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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