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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기름값, 얼마나 올랐을까[세쓸통]

등록 2023.02.26 08:00:00수정 2023.02.26 08: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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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민간인 2만여명 사망…에너지난 심화

유가, 6월 고점 후 하락…경유, 휘발윳값 역전

유류세 인하폭↓·온난해 난방수요↓…'재역전'

러시아 감산·美비축유 방출·中리오프닝 변수

[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4일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군기에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가 무릎을 꿇고 입맞추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은 우리 생애에서 가장 긴 날"이라고 24일 말했다. 2023.2.24

[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4일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군기에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가 무릎을 꿇고 입맞추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은 우리 생애에서 가장 긴 날"이라고 24일 말했다. 2023.2.24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지난 24일 만 1년이 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발발 1주년 연설에서 "우리 생애에서 가장 긴 날"이라 표현한 것처럼 전쟁은 우리에게 길고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26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24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사망 또는 부상 민간인은 최소 2만129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사망자는 최소 8600명에 달합니다.

전쟁을 치르는 당사국이 가장 크게 아팠겠지만, 세계 곳곳에서도 출혈이 컸습니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월24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집계한 각 국의 지원금은 총 1509억 달러(약 199조원)라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발생한 발전소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를 비롯한 점령지에서 퇴각하면서 기반 시설에 폭격을 가해 대규모 정전사태와 화재가 발생했다. 2022.09.12.

[하르키우=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발생한 발전소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를 비롯한 점령지에서 퇴각하면서 기반 시설에 폭격을 가해 대규모 정전사태와 화재가 발생했다. 2022.09.12.


유럽에서 멀찍이 떨어진 우리나라 국민들이 겪은 지난 1년 전쟁의 충격은 '에너지 위기'입니다. 보유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출렁일 수록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를 갖고 있죠.

이 때문에 에너지 수급을 담당하는 공기업 한국전력·가스공사는 지난해 원가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를 겪게 됐습니다. 이를 타개하고자 연이은 에너지 요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에너지 취약층의 부담에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지난해 한전은 7분기 연속 적자 끝에 32조원이 넘는 역대급 영업손실을 냈고요.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8조원대까지 불어났습니다. 지금 상태라면 국제 에너지 가격 향방과 관계 없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면 기름값은 어떨까요. 지난 1년 국제 유가를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은 덩달아 올랐습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다시 하락했기도 하고, 가스·전기요금 폭탄 충격에 최근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들 가격은 지난 1년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세종=뉴시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공개한 지난 1년 국내 휘발유(왼쪽)와 경유(오른쪽) 가격 추이.

[세종=뉴시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공개한 지난 1년 국내 휘발유(왼쪽)와 경유(오른쪽) 가격 추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해 2월23일 배럴 당 93.65달러에서 3월9일 127.86달러까지 오릅니다. 다시 주춤하던 가격은 6월10일 118.94달러까지 치솟습니다. 이후 오르내림을 보이다 두자릿수 가격대로 하락, 9월 80달러대, 12월께 70달러대까지 밀리더니 현재 소폭 반등한 상태입니다.

큰 틀에서 휘발유·경유도 같은 흐름으로 움직였죠. 지난해 2월 초 전국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718원에서, 6월5일 2138원까지 크게 올랐습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가격은 지난해 말 1537원까지 떨어지다 올해 들어 소폭 반등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분명 휘발유보다 저렴했던 경유가 6월5일 2158원까지 추월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가격 역전'이죠.

보통 세금이 많이 붙는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싼 값에 팔립니다. 그런데 가격이 역전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5월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게다가 동절기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덩달아 뛴 것도 영향을 미쳤죠.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8개월 만에 경유 가격을 넘어선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35원 비싸게 적혀 있다. 2023.02.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8개월 만에 경유 가격을 넘어선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35원 비싸게 적혀 있다. 2023.02.23. [email protected]


이후 휘발유 가격은 경유보다 가파르게 하락합니다. 지난해 말 최근 1년의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 지난 24일 1579원을 기록하죠. 반면 경유는 계속 내리막입니다. 지난 15일 1600원 선을 뚫고 24일 1573원까지 하락하던 중, 휘발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가격 재역전'입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의 반등 배경으로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점을 꼽습니다. 경유 가격은 유럽 날씨가 비교적 온난해지며 난방 수요가 줄어들자, 국제 경유 가격이 다시 저렴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주요국에서 팔린 '고급 휘발유' 가격은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오피넷이 공개한 지난 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셋째주에는 독일이 3043.70원으로 가장 비쌌고요. 6월 둘째주에는 덴마크에서 3422.70원, 6월5째주 핀란드에서 3466.20원까지 오릅니다. 이후 세계 주요국 유가는 하락, 이달 셋째주 가격은 1657.50원(캐나다)에서 2652.40원(덴마크) 사이에 형성됐습니다.

올해 글로벌 원유 시장을 좌우할 이슈가 연이어 나옵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다음 달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등에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죠. 미국 에너지부는 오는 4월1일부터 3개월 간 2600만 배럴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영향으로 2분기부터 중국이 원유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연 올해 유가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전쟁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기대해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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