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무더기 이탈표 사태…민주, 내홍에서 내전으로 치닫나 [금주의 이슈]

등록 2023.03.05 07:00:00수정 2023.03.05 07:31: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친명 "조직적 반란" vs 비명 "李 사퇴"

개딸들, 이탈표 색출·이낙연 제명 청원

재판 출석·檢 수사에 사법리스크 악화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2.2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무더기 이탈표'로 간신히 부결되면서 민주당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와 여당의 방탄 공세에 더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불거지며 내분에 휩싸였다.

친명계는 반란표를 던진 비명계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다음번 체포동의안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압박했다. 내년 총선 공천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은 비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도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며 명단을 작성하고 문자 폭탄을 돌리는 등 당 내홍에 기름을 붓고 있다. 당 내홍이 친명과 비명 간 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민주, 30여표 이탈로 '간신히' 부결…비명 vs 친명 갈등 수면 위로

검찰이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민주당 이탈표는 최소 31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민주당은 단일대오 자신감과 '이재명 방탄' 프레임 우려에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30여명의 이탈표를 '공천을 위한 조직적 반란'으로 규정하고 비명계에 책임을 돌렸다. 강성 친명계에서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심판론'까지 제기됐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지난 2일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그분들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저격했다.

다음 체포동의안 제출 시 민주당 전체가 투표를 '보이콧'하거나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유의사라는 건 당론 속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전혀 무관한 자유의사일 수 없다"며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는 의원들 간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대표의 거취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유지하는 것보다 벗어나는 것이 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분리·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당내에 생각보다 많다. 지금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꼬집었다.

당원 투표로 이 대표의 사퇴 여부를 정하자는 친명계의 주장은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일 이 대표 거취 논란에 "앞으로 더 거센 사퇴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이니 사퇴 여부는 당원들에게 묻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응천 의원은 "전체 당원 중에서 실제 (투표에) 적극적인 참여 의향이 있는 분들은 소수일 것"이라며 "지금처럼 또 문자(폭탄을) 보내고 할 텐데 그분들 의향은 뻔하지 않나. 그분들 뜻대로 가자, 이런 이야기밖에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딸, '살생부' 만들어 이탈표 색출…'이낙연 제명' 청원 5만 돌파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영구제명 요구 청원. (사진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2023.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영구제명 요구 청원. (사진 =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2023.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도 부결에 동참하지 않은 '수박' 색출 작업에 나섰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 인사들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이들은 이른바 '살생부'를 제작해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게 직접 표결 여부를 확인하고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행사를 벌이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인 지난달 28일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제명해야 된다'는 청원을 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렸다. 해당 청원은 게시 이틀만인 지난 2일 5만명 이상의 권리당원 동의를 얻어 당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게 됐다.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를 주장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탈당을 요구한 청원도 이미 5만명을 넘은 상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가결 같은 부결'에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원들 사이에서도 격앙된 분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의원들의 개인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행위는 당 단합에 도움이 안 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장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도부 일각에서는 총선·경선 과정에 당원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당 정치혁신위원회는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당무감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이 추후 국회의원 공천까지 좌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사퇴론 선 그어…대여 공세·민생행보 집중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2023.03.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2023.03.01. [email protected]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겹겹이 쌓인 본인 수사뿐만 아니라 당내 분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연이은 '민생' 행보로 당내 사퇴 요구 등에는 사실상 선을 그어왔다. 윤석열 정부 정책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시급한 민생현안 챙기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지난달 28일에는 본인이 위원장을 맡은 기본사회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당 비전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대표가 거취 표명과 관련해)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며 "앞으로 어떻게 열심히 일할까에 대한 얘기들을 주로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인사 정책에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정부·여당의 대일 저자세, 굴종 외교를 지켜보면 어느 나라 이익을 우선하는지 의심이 든다. 오죽하면 이번에도 천공이 시키냐는 비판까지 나온다"며 '친일 공세' 카드를 재차 꺼내 들었다.

지난 2일에는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관련 입장도 내놨다. 그는 "대통령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하나같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인사 검증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자신의 선거법 혐의 재판과 영장실질심사 출석 요구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치권이 정쟁보다 민생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라고 이야기해 달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여러 건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런 행보가 당 내홍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이은 사법리스크 국면에 이 대표 스스로 강조하는 당의 민생 이슈가 계속해서 묻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야당탄압' '정적 제거' 수사가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미 지도부의 단일대오 프레임이 깨진 상황에서 당장 당헌 80조 해석을 둘러싸고 당내 문제 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내 책임론까지…李, 연이은 수사·재판에 당무 차질 불가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휴정 후 재개된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0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휴정 후 재개된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03. [email protected]

체포동의안 표결 전 당내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직접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이 대표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정부·여당에 맞설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의 후폭풍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당 원내대표 선거가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 앞당겨진 오는 4월 중하순께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압도적 부결'을 낙관한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 실망은 안일했던 원내지도부로 향한다. 그 대응 방식에 화도 난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댄 건가, 원내 관리에 서툴렀던 건가. 명백히 지도부 노력 부족이다.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3일 선거법 혐의 재판에 처음 출석한 이 대표는 향후 당무 수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는 격주 금요일마다 법정에 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이날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우선 발의했다.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민주당은 '대장동·김건희 쌍특검'과 '정순신 사태' '친일 외교' 등으로 쉴 틈 없는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다만 검찰의 잇따른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가 반복될 경우 당내 이 대표 사퇴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전히 '소통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 대표가 이번 무더기 이탈표 결과를 딛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