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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가공식품 14년 만에 최대 상승…"빵지순례 포기합니다"

등록 2023.03.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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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10.4%↑…2009년 4월 이후 최대

밀가루 22.3%·맛살 28.4%·치즈 34.9% 상승

추경호 "식품업계, 가격 인상 흡수해달라"

[세쓸통]가공식품 14년 만에 최대 상승…"빵지순례 포기합니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 안소진(29)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빵순이'로 불린다. 학창 시절부터 빵을 너무 좋아해 '전 세계의 빵을 다 맛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빵지순례'를 다니며 행복도 느꼈다.

하지만 최근 안씨는 소문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포기했다. 안씨는 "예전에는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면서 다양하고 많은 빵을 맛봤다"면서 "요즘은 힘들게 찾아갔는데 비싼 가격에 몇 개 못 사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보니 아쉬움만 커지는 것 같아 '빵지순례'를 쉬고 있다"고 토로했다.

10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밀가루, 빵, 식용유 등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11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8% 오르며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앉았습니다. 고공 행진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10.4% 상승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승폭 역시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컸습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 코너의 모습. 2023.01.1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 코너의 모습. 2023.01.17. [email protected]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73개 품목을 보면 70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보다 올랐습니다. 1년 전과 비슷한 가격을 보인 이유식(0.0%·보합)을 제외하면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과실주(-8.6%)와 유산균(-1.8%)뿐입니다.

반면 당면(3.8%), 시리얼(6.7%), 떡(6.5%), 파스타면(4.6%) 햄 및 베이컨(7.7%), 수산물 통조림(9.1%), 우유(8.9%), 단무지(9.5%), 맛김(7.4%), 초콜릿(7.9%), 사탕(8.7%), 껌(5.4%), 비스킷(7.5%), 파이(9.4%), 소금(8.2%), 간장(2.1%), 식초(8.0%), 냉동식품(8.5%), 즉석식품(8.9%), 편의점 도시락(6.0%), 주스(8.8%), 생수(7.3%), 소주(8.6%) 등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국수(19.6%), 라면(12.6%), 두부(11.3%), 케이크(12.3%), 빵(17.7%), 소시지(12.6%), 어묵(18.0%), 분유(11.6%), 참기름(15.0%), 아이스크림(13.6%), 스낵 과자(14.2%), 설탕(13.1%), 된장(12.4%), 양념 소스(13.7%), 고추장(11.9%), 카레(15.9%), 김치(14.5%), 커피(15.6%), 두유(12.6%), 양주(12.5%) 등은 10% 넘게 가격이 뛰었습니다.

심지어 밀가루(22.3%), 부침가루(26.3%), 맛살(28.4%), 치즈(34.9%), 식용유(28.9%), 물엿(25.1%), 드레싱(26.0%) 등의 물가 상승폭은 20%를 웃돌았습니다.

쌀 대신 주식으로 먹는 빵은 2009년 1월(18.2%) 이후 14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더위를 달래주는 아이스크림은 2009년 5월(14.3%) 이후 가격이 최대 상승했습니다. 스낵 과자 역시 2009년 2월(15.8%) 이후 14년 만에 최대 오름폭입니다.

이는 식품업계가 올해 초 단행한 가격 인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등 부담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가공식품 물가는 외식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7.5% 올랐지만, 상승폭은 5개월 연속 둔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물가상승률인 4.8%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1992년(12.3%)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입니다.

이에 정부는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3 카페&베이커리페어에 다양한 종류의 빵이 진열돼 있다. 2023.03.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3 카페&베이커리페어에 다양한 종류의 빵이 진열돼 있다. 2023.03.0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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