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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엑스포 하믄 좋지예"…부산시, 숨이 벅차게 움직인다

등록 2023.03.23 11:00:00수정 2023.03.23 1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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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BIE 실사단 서울-부산 방문 예정

부산시는 "부산의 꿈은 엑스포" 적극 홍보

시민 공감대 형성은 아직…"정치인 하는 일"

[부산=뉴시스] 부산역의 한 전광판에 전광판에'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EXPO)' 유치를 응원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희망과 현실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사진=LG전자 제공) 2023.03.23.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부산역의 한 전광판에 전광판에'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EXPO)' 유치를 응원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희망과 현실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사진=LG전자 제공) 2023.03.23.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양소리 기자 = "부산에서 하믄 좋지예. 근데 희망과 현실을 구분해서 생각을 해야 안 되겠십니까". 지난 22일 부산역 광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50대 택시 기사에 세계박람회(엑스포·EXPO) 유치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유치에 확신을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부산역에는 '세계 엑스포 2030' 현수막이 가득 채우고 있다. 부산시가 그만큼 적극적으로 엑스포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믄 좋기야 좋죠"라는 택시 기사의 말에는 그럼에도 이번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판세 분석이 담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강력한 경쟁자다 . 실제 한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와의 경쟁을 단 12척의 배로 왜군과 싸운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에 비유했다. 개최지 투표권을 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상대로 한 사우디의 로비 규모가 330척의 배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 부산시민의 입에서 "현실을 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의 배가 12척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킨 역사를 기억한다. 중요한 건 전략이다. 

오는 4월2일부터 7일까지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실사단이 서울과 부산을 찾는다. BIE 실사단이 평가해 작성할 실사 보고서는 전 BIE 회원국에 회람돼 11월 개최국 투표를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부산은 BIE 실사단에 어떻게 12척의 배를 소개할까.

모두가 숨죽인 밤, 북항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부산=뉴시스] 양소리 기자 =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이 지난 21일 엑스포 개최 예정부지인 부산한 북항에서 조감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2023.03.23. sou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양소리 기자 =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이 지난 21일 엑스포 개최 예정부지인 부산한 북항에서 조감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2023.03.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2척의 배는 '부산의 문화'를 항해한다. 한국은 식민지와 제3세계 국가에서 시작해 개발도상국의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부산항 북항에서 만난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은 "가장 가난했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한 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게 될 세계엑스포"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성장 경험을 개도국인 BIE 회원국과 공유할 수 있으며 한국의 차별성은 그 가교 역을 해냄으로써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북항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1896년 일본은 군사력을 동원해 '강화도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 의해 개항한 게 바로 현재 부산항 북항이다. 1950년 한국전쟁기 배를 타고 이북에서 넘어온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곳 역시 북항이다. 이후 북항은 국내 최초 근대 무역항으로 탈바꿈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 중심의 경제발전 시기 가장 중요한 허브였으며 2000년에는 세계 3위 컨테이너 항만으로도 꼽혔다.

그러나 부산항의 물동량이 포화상태가 되자 부산시는 2006년 신항을 건설해 물동량을 흡수했다. 이후 북항은 십수 년째 재도약을 꿈꾸는 '개발 예정지' 상태다.

조 본부장은 엑스포 유치의 꿈을 꾼 건 "지난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관람한 후"라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상하이엑스포는 황푸강 양안 낙후지역 523만㎡를 첨단 시가지로 만들었다. 이 발전을 보며 부산시 관계자들은 '북항'을 떠올렸다. 엑스포가 북항 재개발의 강력한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엑스포 전시관들은 이후 비즈니스 공간과 문화공간으로 후손에 물려줄 수 있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엑스포를 향해, 숨이 벅차게…부산은 꿈꾸는가

[부산=뉴시스] 부산시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단이 부산을 오는 시기에 맞춰 오는 4월6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대규모의 불꽃놀이를 한다. 사진은 올해 첫날 새벽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드론쇼가 벌어지는 모습. 2023.03.23.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부산시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단이 부산을 오는 시기에 맞춰 오는 4월6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대규모의 불꽃놀이를 한다. 사진은 올해 첫날 새벽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드론쇼가 벌어지는 모습. 2023.03.23. [email protected]


"부산은 꿈꾸는 도시입니다. 우리의 꿈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EXPO)를 유치하는 겁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엑스포 유치를 '부산의 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BIE 현지실사단의 방문을 앞두고 부산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가로등마다 '세계 엑스포 2030'이라고 적힌 작은 배너들이 펄럭이는 중이다. 큰 건물에는 어김없이 대형 엑스포 현수막이 붙어있다. 부산 행정 당국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부산경찰청에서는 실사단이 방문하는 기간 시민의 손가락질을 받을 행동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행동 규정이 나왔왔을 정도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은 아직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부산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무리에 BIE 실사단 방문 이야기를 하자 "그게 뭐에요?"라며 기자에 반문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서도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엑스포 유치는 행정 당국의 간절한 꿈일뿐 '부산 시민'의 꿈으로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가진 12척의 배 중 한 곳에는 국민의 열망을 태워야 한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BIE 실사단은 시민들이 엑스포에 대해 어느 정도 열기를 갖고 있는지 '정성적' 평가도 할 것"이라며 홍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BIE 실사단이 오는 기간에 맞춰 내달 6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불꽃놀이를 진행한다. 초대형 불꽃쇼가 펼쳐질 예정이다. 부산시 측은 "많은 시민이 불꽃쇼를 보러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BIE 실사단에 엑스포 유치 열망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IE 실사단에 증명할 수 있는 열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날 불꽃놀이는 단순히 BIE 실사단에 유치 열망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닌 엑스포가 어떻게 '나의 축제'가 될 수 있는지 부산시민들에게 증명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내내 큰 관심이 없던 부산역의 고등학생들은 광안리의 불꽃축제 소식에 눈을 크게 뜨며 "언제요?" "몇시에 시작하는 건데요?"라고 연거푸 물었다. 7년 후인 2030년 이들은 2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사회 초년생이 된다. 2030년, 이들이 "오늘은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날"이라며 4월의 불꽃놀이를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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