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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세탁' 패러다임 바꾼 그 사람…"흙밭서 굴렀죠"[인터뷰]

등록 2023.03.27 08:01:00수정 2023.03.27 15: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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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특공대, 하루 3만벌 세탁·48시간 배송

남궁진아 대표 "의생활 모든것 책임질 것"

"이달 흑자전환 목전…의생활의 OS 목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남궁진아 세탁특공대 대표가 서울 세탁특공대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3.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남궁진아 세탁특공대 대표가 서울 세탁특공대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3.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430억원(시리즈C 진행중)의 누적 투자를 받은 '세탁특공대'는 비대면 세탁·배송 서비스업체다. 세탁 전문 공장인 '스마트팩토리'에서 세탁 후 48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세탁 공장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세탁업'도 '공장 운영'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20대의 젊은 대표 2명이 맨몸으로 부딪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내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했다. 2015년 창업 당시 쟁쟁했던 경쟁사들 가운데 이렇다 할 이력이 없던 두 대표가 만들어낸 세탁특공대만이 지금까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세탁특공대 운영사 워시스왓의 남궁진아(37)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업을 하려면 흙밭에 구를 수 있는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간의 무모함'과 '근성'은 세탁특공대 창업 과정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현재 부부이자 워시스왓의 공동대표인 예상욱, 남궁진아 대표는 각각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와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모바일 적립 서비스 스타트업 '9FLAVA'의 기획팀 창립멤버로 만났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두 대표는 각각 전공과 무관한 개발자와 디자이너 업무를 익히며 일당백(一當百)으로 일했다.

열정을 불태웠던 9FLAVA가 폐업한 뒤 이들은 이대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에는 아쉬움이 컸고, 축구 동호회 매칭 서비스 '어이브라더'로 다시 뭉쳤다. 운 좋게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사무실까지 차렸는데, 당시 전 직장에서 월급이 밀려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이렇다 할 수입도 없었지만 둘 만의 소꿉놀이처럼 모든 것이 재밌었다고 한다. 남궁 대표는 특히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이용자들이 유입돼 활용되는 것을 보는 게 '뽕' 맞은 것처럼 재밌었다는 표현을 썼다. 이들이 연인 관계로 발전한 시기도 이 때다.

하지만 어이브라더는 수익형 모델이 아니었다. 창업가 네트워킹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이 둘의 패기를 보고 "지금 세상에서 돈을 버는 서비스들을 보고 공부하라"며 진심어린 조언을 줬다. 이들은 권 대표의 조언에 따라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9FLAVA에서 오프라인 매장 점주들을 대면하는 업무를 익힌 덕에 자연스레 아파트 상가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세탁소'다. 식당, 부동산, 슈퍼 등은 이미 각각 유명 중개 플랫폼이 있었지만 세탁소는 없었던 것이다. 권 대표도 좋은 모델이라는 데 동의했고 프라이머로부터 정식 초기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들의 '흙밭 구르기' 2라운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초기에는 세탁소들에 세탁을 위탁하고, 나머지 고객서비스(CS) 대응과 수거, 배송 등의 작업을 세탁특공대가 맡아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의 모델이었는데, 세탁업을 잘 몰랐던 탓에 세탁소 업주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궁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장님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게 힘들었다"며 "우리는 익일 배달이라는 걸 걸었고 정확한 시간 수거와 배송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는데 세탁소에 가면 '그거 아직 안됐는데?'라는 반응이었다. 사장님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택한 해결책은 돈을 받지 않고 일을 도와주며 세탁소에 무조건 상주하는 것이었다. 세탁업을 직접 공부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보낸 시간 이후 사장님들이 업장의 열쇠를 맡길 정도의 신뢰 관계가 구축됐다. 오랜시간 함께한 세탁소를 운영인수하면서 레이아웃 구축법과 기계 동작법, 고객과의 대화, 가격 책정법 등 운영에 대한 전반을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세탁'으로 바꾸는 계기도 됐다. 공간이 중요한 케파(생산능력)를 결정하지만 세탁소와 추가 계약을 맺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떄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자동화된 공장형 세탁소 '스마트팩토리'다.

스마트팩토리는 해외 유명 사례 다수를 직접 방문하며 참고했다. 고급 의류를 주로 취급하는 두바이의 '워시맨' 공장과 미국의 오프라인 세탁 프랜차이즈 '클린리', 의류 대여 업체 '렌트더런웨이', 홍콩 디즈니랜드 산하의 공장 설비 등이 대표적이다. 남궁 대표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끝점까지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루 평균 약 3만벌의 세탁물을 처리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세탁특공대가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 환경 악화로 스타트업들에게는 '생존'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기에, 세탁특공대에게도 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각종 비용효율화 작업 끝에 세탁특공대는 이번달 월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남궁 대표는 "올해는 생존이 목표다. 우답불파. 내부적으로 '소가 밟아도 무너지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주변 상황에 흔들리는 게 싫다. 보수적으로 투자 없이도 어떻게든 우리끼리 살아남는다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남궁진아 세탁특공대 대표가 서울 세탁특공대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남궁진아 세탁특공대 대표가 서울 세탁특공대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3.27. [email protected]


세탁특공대가 서비스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품질'과 '가격경쟁력'이다. 초창기 '익일배송'에서 '48시간 배송'으로 시스템을 바꾼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1시간 단위 수거'에서 '새벽 수거'로의 전환도 물류 효율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경쟁사인 런드리고의 경우 익일배송을 고수하고 있지만 배송료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런드리고는 지난 22일 '1만6500원 미만 이용 시 왕복배송비 7600원, 1만6500원 이상 3800원'의 일부 배송비 인상을 공지했다. 현재 세탁특공대는 '3만원 미만 3500원, 3만원 이상 무료배송'의 배송료 정책을 시행중이다.

남궁 대표는 "비용 효율의 측면도 있지만 24시간 안에 나갈 경우 세탁을 무리하게 갈 수 밖에 없다. 기계건조를 고온으로 돌리거나 탈수를 세게 하는 등 건조 과정이 타이트하게 일어나면서 제품에 따라 광택이 죽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이 갈 수 있다"며 "세탁을 안전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탁특공대는 궁극적으로 옷의 세탁부터 수선, 보관, 중고거래, 처분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의생활의 OS(Operation System)'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고급화된 의류 포장 '세특백' 등의 서비스 향상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유모차, 카시트, 소파, 침대 등 확장된 형태의 세탁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남궁 대표는 "의류, 세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고부가 가치 사업을 올리고 싶다. 비전 자체가 의생활 혁신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원의 선순환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탁특공대는 사내 '베팅 제도'를 통해 내부적인 혁신도 도모하고 있다. 회사의 자원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할 경우 베팅을 올리면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석해 피드백을 주는 제도다. 프로젝트의 통과 여부를 당장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대표의 역할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되는 지에 대한 범위를 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결코 직감에 의존한 결정이어선 안된다"는 남궁 대표의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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