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쇠못 700개 뿌린 화물연대 조합원, 집행유예

같은 노조 조합원 '범행 방조' 벌금형 선고

피해차량 타이어에 박힌 9㎝ 쇠못. (사진= 인천지검 제공)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기간 중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점검을 위해 방문한 날, 인천신항 인근 도로에 700여개의 쇠못을 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합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8단독(판사 김지영)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A(54)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도로에 쇠못 수백개를 뿌리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교통의 안전을 방해하는 것"이라면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근로조건의 개선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비조합원들의 업무를 방해할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러 그 목적이 정당하지도 않다"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방법에 있어 위험성이 매우 큰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차량 6대의 타이어가 손상되는 데 그쳤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수리비 상당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특수재물손괴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같은 노조 조합원 B(65)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A씨가 도로에 쇠못을 뿌려 교통의 안전을 해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B씨는 범행도구인 쇠못을 구입하게 했다"면서 "16년 동안 화물차 운전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범행을 도와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 역시 "이 사건 범행으로 차량 6대의 타이어 손상에 그친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수리비 상당액 등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차량 타이어에 쇠못이 박혀 있는 모습. (사진= 인천지검 제공)

A씨는 화물연대 파업 기간이던 지난해 11월30일 오전 2시44분께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대로(신향교→남동공단 방면) 약 2㎞ 구간에 길이 9㎝의 쇠못 약 700개를 뿌려 피해자 6명의 차량 타이어를 합계 약 156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쇠못을 뿌린 날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인천신항 선광터미널을 방문했던 날이기도 하다.

B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해 11월29일 오후 3시30분께 A씨의 범행계획을 알면서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A씨가 철물점에서 쇠못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집단운송거부에 비조합원들이 참여하지 않고 화물차를 정상운행하자 화가 나 비조합원들의 운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를 최대화하기 위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쇠못을 피할 수 없도록 편도 2차로의 도로가 1차로로 합쳐지는 병목구간에 쇠못을 5~6곳에 나눠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차량 6대 중 4대는 운송차량과 전혀 무관한 일반 승용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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