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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최대 가전업체들의 '제살깎기'식 비방전

등록 2023.05.22 14:21:00수정 2023.05.22 1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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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최대 가전업체들의 '제살깎기'식 비방전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최근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가 기자에게 기사 링크를 하나 보냈다. 다름 아닌 LG전자에게 민감한 내용의 외신 기사였다. LG전자 홍보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에게 부정적인 소식이 있으면 수시로 기자에게 해당 내용을 알린다.

최근 양사 홍보팀은 '에어컨' 점유율을 놓고 또 한번 갈등을 빚었다. 지난 10년간 LG전자 에어컨 화재 건수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았다는 소방청의 통계 자료가 발단이 됐다.

LG전자 측은 "LG전자 에어컨의 점유율 자체가 높으니 당연히 화재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경쟁사가 악의적으로 화재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가만 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 자료를 공개하며 "점유율이 높아 절대 화재 건수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LG 측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 같은 자존심 대결은 사실 역사가 깊다. 1959년 당시 금성사(LG전자의 전신 격)가 설립되고, 1969년 삼성전자가 가동되며 50년 넘게 양사는 싸움과 화해를 반복해오고 있다.

단적으로 2011년 LG전자는 휴대폰 신제품 공개 당시 기자들에게 삼성전자 갤럭시S2로 계란 후라이를 만드는 영상과 휴대폰 위에 버터를 올리고 발열로 녹는 장면을 보여주며,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급기야 2014년에는 양사가 해외에서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 대형 가전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LG전자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며 소송전을 불사했다.

2019년에는 LG전자가 백라이트가 있는 삼성전자 TV를 'QLED TV'라고 광고하는 것은 '거짓 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소송을 제기했고, 유튜브 채널을 동원해 LG OLED TV의 약점인 '번인(잔상) 현상' 영상을 올렸다. 이후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등 양사는 신제품과 신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교묘히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국내 최고 가전업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과 미국, 중국의 라이벌 기업들을 제치고 시장을 제패했다. 이는 양사의 건전한 경쟁 관계가 긍정적인 모멘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술력' 승부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비방전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한국 가전업계' 전체에 역화살이 될 수 있다.

중국 CCTV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삼성과 LG가 서로를 비난할 때마다 이를 인용해 마치 한국 기업 전체가 서로 헐뜯는 듯한 보도를 일삼고 있다. 이는 삼성과 LG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해 자국 업체들을 감싸려는 포석도 있어 보인다.

글로벌 시장을 주 무대로 미국과 중국 업체와 한판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LG의 '감정 싸움'은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남는 게 없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삼성과 LG가 더 성숙한 경쟁을 통해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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