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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래' 연주하는 헤비메탈 드러머[인터뷰]

등록 2023.06.06 06:21:26수정 2023.06.07 11: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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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시나위, 現바다·레드원 밴드

"곡 선정 기준? 아무 생각 없어"

"'누구메탈' 인기…안철수 의원 감사"

"학생 땐 브로콜리·헬멧 머리"

"100명 정원 팬 미팅, 620명 몰려"

"목표는 '재밌게 사는 음악인'"

[서울=뉴시스]2018년 올라온 ‘이마트노래 락드럼 버전 / 노동요’ 영상은 현재 조회수 약 472만회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부기드럼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2018년 올라온 ‘이마트노래 락드럼 버전 / 노동요’ 영상은 현재 조회수 약 472만회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부기드럼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이마트 노래의 전주가 흐르고, 한 남자가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희망찬 선율에 맞춰 헤비메탈의 질주가 시작된다.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화면 역시 사정없이 흔들린다. 2018년 올라온 '이마트노래 락드럼 버전 / 노동요' 영상의 내용이다.

이렇게 장난스러운 곡을 연주하기에는 실력이 너무 출중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하다. 이 남자는 록밴드 '시나위' 출신 드러머이자 현재 '바다(BAADA) 밴드'와 '레드원(RED-ONE)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유튜버 부기드럼(본명 박영진)을 만나 드럼 커버 콘텐츠와 밴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기드럼은 이마트 노래 외에도 뽀로로 주제가, 반야심경, 멧비둘기 울음소리, 자동차 와이퍼 소리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을 주로 사용한다. 이런 곡들을 틀어놓고 드럼 세트를 부술듯이 후려치며 헤비메탈 스타일의 리듬을 입힌다. 경쾌한 선율과 폭발적인 비트라는 부조화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냐'고 묻는데, 그냥 생각을 안 한다"면서 "청각은 1차원적인 감각이다. 딱 들었을 때 재밌어야 한다. '왜 굳이 여기다 드럼을 치나' 싶은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펄 드럼' 홈페이지의 '아티스트' 란에 부기드럼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사진=펄 드럼 홈페이지 캡처)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펄 드럼' 홈페이지의 '아티스트' 란에 부기드럼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사진=펄 드럼 홈페이지 캡처) 2023.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첫 '떡상(구독자 수·조회수 급상승)'이 이뤄진 영상으로는 2017년 '안철수가 메탈을 부른다면? 안철수 누구메탈 드럼 커버'를 꼽았다. 크리에이터 '더 훗(The HOOT)'이 제19대 대선 유세 기간 중 안철수 의원(당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리믹스한 영상을 드럼으로 커버한 것이다.

부기드럼은 "(그 영상이)어느 날 조회수 50만회가 돼 있더라. '이게 되네' 싶었다"면서 "원본 영상을 제작해 준 더 훗과, 좋은 발성을 제공해 준 안철수 의원에게 굉장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조회수 약 151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와의 관계도 각별하다. 종종 '언니' 혹은 '누나'라고 불린다. 줄곧 고수하는 긴 머리 때문이다.

그는 "학생 때부터 브로콜리나 헬멧 모양의 머리를 했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머리를 길렀다. 음악을 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긴 머리가 하고 싶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 기장에서 왔다 갔다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요즘 댓글 문화 자체가 친근하게 구는 분위기인 것 같다. 영상을 올리다 보니 내 이미지가 약간 뭘 해도 '허허'하는 동네 형처럼 돼 있더라"라며 웃었다.

[서울=뉴시스]지난달 25일, 유튜버 부기드럼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부기드럼 제공)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달 25일, 유튜버 부기드럼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부기드럼 제공) 2023.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초에는 단독 팬 미팅을 하기도 했다. 국내 밴드 드러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홍보가 부족했음에도 100명 정원에 약 620명이 모였고, 인원을 추가로 수용하기 위해 임시 좌석까지 마련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부기드럼은 "특이한 분들이 많았다"면서 "'팬 미팅에 당첨되면 뭐 하고 싶냐'는 설문에 '그냥 벽에서 박수나 칠게요'라는 답변이 있었다. 또 팬 미팅에서는 여성 팬들이 '아이컨택 10초만 해 달라'고 요구하니까, 남성 팬들이 오글거려서 뒤에서 벽을 때리고 있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개 드러머를 보려고 사람들이 그만큼 모였다는 게 일종의 현대미술 같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유튜버로서는 '웃기는 캐릭터'로 인식되고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헤비메탈 드러머다.

그는 세계적인 악기 브랜드 '펄(Pearl) 드럼' '파이스테(Paiste) 심벌' '빅퍼스(Vic Firth) 드럼스틱'과 엔도스먼트(Endorsement) 계약을 체결한 연주자기도 하다.

엔도스먼트란 앰버서더(홍보대사)보다 한 단계 높은 개념이다. 브랜드가 아티스트에게 제품을 무상 대여 혹은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그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드러머에게는 실력의 증표이자, 영예로 여겨진다.

[서울=뉴시스]지난달 25일, 유튜버 부기드럼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펄 드럼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달 25일, 유튜버 부기드럼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펄 드럼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기드럼은 "그냥 재밌게 사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유튜브 콘텐츠 성격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진지한 듯 장난스러우며, 가벼운 듯 본격적이다.

그는 "우리 어머니께선 내가 드럼 전공하는 걸 보고 '나는 태어나서 뭔가를 그렇게 미치도록 좋아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그때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예술을 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음악이 좋아서, 둘째는 큰 악기의 공간감이 경이로워서, 마지막은 평일 낮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다"라면서 "뭘 많이 안 가져도 좋으니,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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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지 리포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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