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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작정 대피하라니…서울 재난문자가 더 불안하다

등록 2023.06.02 13:23:27수정 2023.06.02 1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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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최소한 왜 경계경보를 발령했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건 기본 아닌가요?"

5월31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 전역에 '알람'이 동시에 울리면서 떠들썩했다. 960만 서울시민을 깨운 '모닝콜'은 서울시가 발송한 위급재난문자였다.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같은 재난문자는 서울시가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 지령방송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22분 동안 추가 메시지도 없어 시민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행안부가 오전 7시3분에 보낸 "서울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재난문자를 받은 후에야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서울시가 오전 7시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고 문자를 보내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서울시와 행안부가 시민 불안은 뒷전인 채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인 것이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경계경보 발령은 할 수 있다. 위기상황 발생 시 시민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신속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재난 문자를 보낸 시점은 경계경보 발령 9분이 지난 후였고, 대피 장소 등 구체적인 대응 요령도 없었다.

이른 아침 경보음과 함께 부실한 재난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민방위 사이렌과 함께 "대피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알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 동시접속하면서 서비스 장애도 발생했다.

지인들은 아이를 깨우고, 물과 간단한 식량을 챙기면서 '대피소가 어디있지?'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경보 문자가 우리보다 더 빠르고, 상세했다는 점도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이 상태로는 전쟁나면 꼼짝없이 죽겠구나"라는 대다수 국민의 자조적 힐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 혼란을 재난문자 발송체계 일원화 등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국민이 정부의 지침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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