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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권심판만 띄우는 이재명, 당 비전·혁신 마련해야

등록 2024.02.07 11:00:00수정 2024.02.07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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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권심판만 띄우는 이재명, 당 비전·혁신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저쪽에선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최소한 냄비뚜껑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에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는 대신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사실상 지난 대선 때 했던 '위성정당 창당 금지' 약속을 깬 데 대해 이같이 해명하며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 창당 책임을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며 '정권 심판론'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는 듯했던 이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로 돌아선 건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범진보진영과 '반(反)윤석열 연합 전선'을 펼치는 게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민생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승리하는 게 시대적 사명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해왔다. 다당제 약속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 등도 작용했겠지만 정권 심판론을 앞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총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내에서는 비전과 혁신 경쟁 없이 정권 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상당하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의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 비판에 향해있다. 흉기 피습 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민생, 전쟁, 저출생,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4대 위기에 처했다며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공식 일정 발언의 대부분을 윤 정부 비판에 할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사당화 논란 등 당내 문제와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거나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계파 간 갈등으로 당이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갈등이 없다"고 일축하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선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는 싸늘한 냉소가 이어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와 함께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선거 무공천, 의원 정수 250명으로 50명 축소,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한 정책제안으로 표심을 흔들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치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뿐 반격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무리하는 등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인적 쇄신 움직임도 없다. 지도부나 친명 인사 등 주류의 희생은 잠잠하고, 불출마 선언은 초선 의원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총선 출마를 준비한 현근택·강위원 당대표 특보 등 친명계 인사들의 성비위 의혹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분란을 키웠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내선 당이 하나로 단결하면 총선 승리가 보장된다는 장밋빛 전망이 파다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리더십의 한계가 아닌 부재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상황을 두고는 "공천권을 쥔 이 대표만 바라보고 당의 미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경기 규칙인 선거제 논란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이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비전과 혁신 방안을 놓고 경쟁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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