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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아티스트 모어 "춤은 제 삶, 죽을 때도 관 속에서 춤출래요"[인터뷰]

등록 2024.04.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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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제가 사는 곳이 변방이긴 하죠."

'모어'(본명 모지민·46)는 조금은 낮선 예술가다.  전남 무안에서 둘째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을 졸라 중학교 때 발레를 시작했고, 목포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성했을 때는 이제 마음껏 춤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선배가 "여성성을 버리라"며 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모어는 학교를 그만두고 이태원으로 숨어들었다. 모어의 예술, 그의 춤은 이태원 클럽에서 피어났다. 24년차 드랙아티스트, 뮤지컬 배우, 안무가, 수필가라는 이력의 첫걸음이었다.

최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모어를 만났다. 하늘색과 아이보리색이 어우러진 꽃무늬 수트, 보송보송한 갈색 털신. 화려한 차림과 살짝 슬픈 듯한 눈빛의 모어가 "옷은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행복"이라며 웃어보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email protected]

"한예종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날아갈 것 같았어요. 꿈을 이룬 거니까…. 하지만 결국 내동댕이쳐졌죠. 이태원 쥐구멍으로 들어가 힐과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아무도 제 여성성을 나무라지 않았어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죠.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하지만 상실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드랙아티스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정적이었어요. 모든 게 불안하고, 어둡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였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를 악물었죠. 저는 존재로서 아름다워요. 저 춤은 베이스가 발레이고, 다른 드랙아티스트보다 좀 더 예술적이죠.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하고, 존재 자체로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가장 힘든 순간, 가족이 의지가 됐다. 모어는 "어릴 때부터 춤을 잘 췄고, 어른들 앞에서 춤을 추고 용돈을 받곤 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너는 왜 그러냐'고 저를 나무란 적이 없다"고 했다.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아름답다'고 말해요. 부모님께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그냥 이렇게 저를 만들어주셔서, 존재해주셔서 감사하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email protected]

모어의 2022년과 2023년은 화려했다. 2022년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털 난 물고기 모어'가 대종상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서울의 대표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과 LG아트센터에 입성했다.

그는 동시대 예술을 조명하는 세종문화회관 여름축제 '싱크넥스트 23'에 낭독극 '왜 내가 너의 친구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LG아트센터에서는 국내외 화제작을 엄선해 소개하는 'CoMPAS24' 기획공연 '로미오와 줄리엣 앤 모어'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줄리엣을 선보였다.

하지만 모어는 아쉽다. 로미오와 줄리엣 앤 모어 연습 중 부상을 입어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해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본명 모지민)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래그(Drag)'란 성별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과장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통해 젠더 특성을 공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특성을 과장되게 재현한다. 2024.04.06. [email protected]

"6개월간 열심히 연습했고, 100% 준비돼 있었어요. 그런데 연습 중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떨어졌죠. 걷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속상했죠. 꿈을 향해, 목적지까지 왔는데…." 그래도 모어는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다.

모어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영상감독 이지송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노마딕 파티'에 참여, '요강'으로 퍼포먼스를 한다. 이후 이탈리아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좀 더 확장한 버전으로 공연한다.

모어는 "아티스트로 살면서 묵은 체증, 염원, 꿈, 희로애락 그 모든 것들을 '2000년 된 오줌'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배출하는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춤은 제 삶이에요. 죽을 때도 관 속에서 춤추고 싶어요. 저에게는 저만의 색채가 있어요. 세계 무대에 저를 알리고 싶어요. 한국에 이런 아방가르드한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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