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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이 준 총선 회초리…'초심'으로 돌아가야

등록 2024.04.19 10:00:00수정 2024.04.19 1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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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총선 참패후 일주일 여 지나도록 '대혼돈'

개헌 저지선 남긴 '마지막 기회'에 부응해야

비공개 사과-협치 무언급…"안 변한다" 비판

인적쇄신한다며 야 인사 기용설 '비선' 논란

야당에 먼저 손 내밀어 민생 살릴 협치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4·10 총선을 치른 지 일주일 여가 지났다. 여당 참패 후 여권은 국정 동력을 잃고 혼돈에 빠졌다. 특히 대통령실은 참담한 총선 성적표에 절망감 마저 느껴진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이 가능해지는 '범야권 200석 예상' 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빗나가긴 했지만 '임기 내내 여소야대'라는 헌정 사상 최초의 기록은 참혹하다. 야당의 협력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종섭-황상무'·대파 논란 등 용산발 리스크는 차치하더라도,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 비서실장·국무 총리 인선 잡음 등은 "회초리를 맞고도 용산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정치인도 아니고 지지 기반도 약한 검찰총장을 권력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것은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심이었다. 임기 초반 덜컹거리던 행보에도 한번 더 믿어보자며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안겨 준 것도 민심이었다.

그러나 작년 가을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선 민심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 때라도 국정기조를 재점검하고 민심을 살펴 전복된 배를 인양했어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엄혹했지만 '박절'하지는 못했는지,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꿔 민생에 전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 

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 개헌저지선(100석)은 남겨 준 것이다.

국민은 정권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지만 야권에 '절대반지'를 주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이 독주를 그만 두고 거대 야당과 협치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 가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들이 명줄만 붙여놨다"고 했다.

성난 민심에도 윤 대통령은 공개적인 총선 참패 사과와 야당과의 협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12분 짜리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나온 총선 참패 첫 입장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말했다.

억울함마저 읽히는 메시지에 '이게 사과냐' 라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4시간이 지나 "나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참모를 통해 비공개 사과를 했다.

'민심과 동떨어진 담화 후 참모진의 후속 정리'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정치 입문 때부터 '전언 정치'로 홍역을 치렀다. 캠프의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 의사를 밝혔다가 2시간 뒤에 정정을 하는가 하면, 측근을 입을 통해 내놓은 각종 현안 메시지는 오락가락하기 일쑤였다.

사과든 통렬한 반성이든 직접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대통령이 말하지 않을 때, 진의를 알 수 없을 때,  '불통'일 때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게 '비선'이다.

아니나 다를까, 총선을 치른 지 일주일 만에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은 인적 쇄신과 야당과의 협치를 바라고 있는데, 각종 하마평이 나오던 중에 엉뚱하게 양정철(비서실장)-박영선(국무총리)-김종민(정무장관) 기용설이 나왔다.

대통령실 공적 라인은 "검토한 적 없다.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다"고 정면 부인했으나, '특정 참모'가 언론에 일부러 흘려 '간'을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통령의 '의중'을 팔아 득세하고 권력화하려는 인사·세력이 있다면 당장 솎아내야 마땅하다.

전언 정치, 비선 정치, 관저 정치는 선거 참패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폭망'일 뿐이다. 그 대가는 충분히, 혹독하게 치렀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회장은 대통령의 '불통'을 국민이 심판했다며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길 우려가 굉장히 커졌다. 우리 대통령이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3년이 남았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부터 대통령의 시계는 속도를 달리해야 한다.

메시지는 명확해야 하고, 민생과 국익이 걸려있는 문제라면 최우선 순위로 올려 민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뭔가 바뀌는구나'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새 진용을 짜고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번 더 청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되더라도 만나야 한다.

국회에서 정책이 법제화되지 못하는 경우 가장 큰 정치적 손실을 보는 당사자는 바로 대통령이란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민심을 내세워 정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18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민주당이 다시 발의한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단 22분 만에 처리했다.

싫든 좋든 원만한 여야 관계를 형성하는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해야 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회초리를 민생 살리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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