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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조정' 건의한 국립대 총장 "입시 파행은 막아야"[인터뷰]

등록 2024.04.19 12: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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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영 강원대 총장 전화 통화…2019년 대교협 회장

거점국립대 총장 6명, 정부에 증원분 자율 모집 건의

"교수들의 우려 받아들여 증원 절반 뽑아서 해 보자"

학생 수 줄어 절박한 총장들 입장 전하며 "고육지책"

[세종=뉴시스] 김헌영 강원대 총장. 2024.04.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김헌영 강원대 총장. 2024.04.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2025학년도에 2000명이 증원된 의대 정원 중 일부를 감축해 선발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국립대 총장이 "입시에 문제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다"며 의정 양측에 조속한 대화를 촉구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총장들도 반기를 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걸 두고 갈등은 접어두고 내년도 입시와 의대생 집단행동으로 멈춘 강의를 정상화하자고 호소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19일 오전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한 상황에서 지금은 무엇이 맞고 틀렸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날 김 총장을 비롯한 지역 국가거점국립대 총장 9명 중 6명은 증원받은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에 한해 대학이 여건에 따라 50%까지 줄여서 뽑을 수 있도록 정부가 결단을 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어느 한 쪽에 힘을 싣는 게 아니라 시간이 더 늦어지면 당장 대학 입시가 파행되는 만큼 큰 역풍이 올 수 있다는 게 총장들의 우려라고 김 총장은 전했다.

이미 대학들엔 시간이 촉박하다. 대학들은 당장 4월 말까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정정본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야만 한다. 그 전에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를 거쳐 학칙도 고쳐야 한다.

김 총장은 "정부에서 배정받은 정원을 신청해 의대와 전공의, 학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보다 '2000명이 배정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당장 2025학년도 모집 정원은 절반 정도로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의대는 너무 과하다며 필요 없다고 한다"며 "이런 논쟁은 차치하고 내년도 입시와 강의는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면 교수들의 우려 지점도 반영을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시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학칙에 따른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12∼13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개교, 38명이 유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유효휴학 신청건수는 10,442건으로 전국의대 재학생의 55.6%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4.04.1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시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학칙에 따른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12∼13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개교, 38명이 유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유효휴학 신청건수는 10,442건으로 전국의대 재학생의 55.6%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4.04.15. [email protected]

그는 "대학 자율로 절반 정도에서 증원분의 100%까지 범위에서 유연하게 융통성을 주도록 해서 당장 해결해야 할 입시 문제는 마무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은 대학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렵다. 학생 수 감소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대는 특히 그렇다. 의대는 선호도가 높아 지역과 상관 없이 수험생이 몰려든다.

김 총장도 "고육지책으로 정부에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신입생 모집을 스스로 줄이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대학은 교육 여건을 확충할 수년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2026학년도 이후 의대 모집은 지금부터 의정협의체나 대학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면 된다"며 "2~3년 내에 배분받은 정원을 도로 뽑거나 아니면 배정받은 정원을 반납을 하면 되지만 일단 정부가 모든 정원을 다 뽑지 않더라도 봐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우선 2000명의 절반 정도 증원을 해서 일단 시작을 해 보자"며 "의대 교육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을 연착륙시키고 교육 시설이나 여건의 문제도 완화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직선제로 뽑히는 국립대 총장을 2번 연속 맡았으며 오는 6월 임기 8년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2019년엔 대교협 회장을 지냈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성격으로 대학가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도 교육부의 대입정책자문회의 의장을 맡아 깊이 관여한 대입 제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건의문 작업에는 총장들이 함께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17.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17. [email protected]

김 총장은 "대학 입시는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대학의 입시 설계는 총장이 총괄하고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며 "입시 문제가 걸리니 총장들이 나서서 건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들이나 교수들이 학칙 개정과 대입시행계획을 바꾸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국립대학으로서 정부가 배정한 정원을 우리가 배정하지 않아 뽑지 못하게 되면 이것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며 "우리 대학만 못 뽑고 다른 대학이 뽑으면 그건 누가 책임지나"라고 했다.

이어 "그런 사정 때문에 거점국립대에서 건의문을 썼고, 국립대 전체와 사립대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마다 총장들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번 성명에 대해서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국총협) 회원교 총장들 사이에서 논의됐으며 대통령실이나 교육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특별 브리핑을 갖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나서서 질문을 받는다.

김 총장은 건의가 수용되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돌아올 거로 생각하는지 묻자 "확신하지 않지만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입시 문제가 해결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와 논의를 해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협의체 논의에 단초가 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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