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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주한 佛대사,·러 밀착 경고
"우크라전, 한국 안보도 위협"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을 넘어 한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및 밀착이 한미일 협력의 반대 측면에서 작동하면서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 전쟁은 유럽에게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프랑스는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 국방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르투 대사는 이번 주 뉴시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안보도 위협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게 한국"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파리올림픽 3개월여를 앞두고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했다. ◆북·러 무기 거래…한반도 정세 불안 야기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그 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베르투 대사는 "그것은 북한 무기를 테스트할 수 있다는 의미"며 "또 공급에 따른 러시아의 반대 급부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얼마나 위협이 가중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우려해야 하는 것이 불행하게도 지금의 현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를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은 이런 면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대신 인공위성 첨단 기술,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잠수함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것은 한미일 밀착 속에 북한-중국-러시아와 대치 구도가 심화하고 한반도가 다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왔다. ◆"우크라전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결코 승리하게 둬선 안 돼" 베르투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개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 경제, 군사적 지지를 표명했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수호하고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적 차원에선 "우크라 병사 교육·훈련, 지뢰 제거 작업 동참, 인도주의적 조사단 파견, 탄약 및 포탄·장갑차·세자르(CAESAR) 자주포 등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장기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프랑스가 향후 10년 간 최대 30억 유로(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크롱의 '전략적 모호성'…'참전국'은 배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기자회견에서 '서방 지상군 파견' 가능성 질의에 "아무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군 파견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파문이 일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즉각 부인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3월 주요 정당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까지 진격할 경우 군을 파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시 이목을 끌었다. 나토국 전투군 파병은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여겨져 러시아와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베르투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어떤 옵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그것을 러시아가 명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도록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카드 게임을 할 때 내 패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 미국 등 우방국과 조율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면서 "프랑스는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와 직접적인 교전국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다른 우방, 서방국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는 결코 이 전쟁에서 승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 안보에서 최악의 선례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장기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 피로감'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랑스, 국방 전략 재검토…'전시 경제 체제' 전환 이와 함께 베르투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을 다시 직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무엇보다 방산 분야와 관련한 국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래 위협을 재평가해야 하고, 협력국 또는 우방국이 전쟁 중일 때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 전반적인 국방 정책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가적인 '전시 경제 체제'를 언급한 것도 이런 차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 예산을 포함한 국가 전체 예산을 재평가해 반영하고 있다. 포탄 비축분이나 장갑차 개발 등 국가 전반의 군수 고급 체인을 재정비하고 있고 주요 방산 기업 뿐만 아니라 그 하청 기업에 이르기까지 군사 산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율성'과 '자주 국방'을 강조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5일에도 유럽이 러시아의 침략과 같은 실존적 위협에 대해 충분히 무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유럽이 '신뢰할 수 있는' 국방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주권'과 '자율성'을 재차 강조하고 "유럽이 미국의 속국이 돼선 안 된다"는 발언도 했다. ◆"가자전쟁 확전 막아야"…'두 국가 해법' 지지 이와 함께 베르투 대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하마스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가지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우려스럽다. 우리는 요르단과 공중 투하 방식으로라도 긴급 구호 물자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무엇보다 확전을 막아야 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다양한 결의안을 제안, 주도하고 있다"면서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가입 관련 결의안도 한국과 함께 주도했는데, 안타깝게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루트 대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부임했다. 프랑스 외교부 전략안보군축 국장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표부 대사, 주유엔 대표부 실무총괄 등을 지낸 다자외교 전문가다. 파리와 뉴욕, 모스크바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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