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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망 먹통 사태

"KT가 파란불에 길을 건너야 하는 기본상식 같은 걸 어겨서 당황스럽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온라인으로 전 국민에게 실시간 공개됐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저희의 애로점도 함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KT가 네트워크 작업 과정에서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허 실장은 "야간에 네트워크 작업을 할 때, 한두 시간 테스트를 한 다음 오픈하는 게 기본상식이다. 10여 년 전부터 그래왔다. 예를 들면 파란불에 신호등(횡단보도) 건너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사실 이게 정부가 제도적으로 규제를 해야 될 대상인 지, 아닌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정말 저희들도 당황스럽다. (KT)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가, 그것도 주간에 작업한 것은 마치 파란불에 신호등을 건너야 된다는 걸 어겨서 일어난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도 그런(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어디까지 제도화해서 바꿔야 되는지, KT가 기본을 안 지킨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도 같이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책을 마련할 때 다시 한번 엄중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KT의 관리적·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재였다. 무엇보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가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네트워크 관리에 소홀했고,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이번 사고로 여실히 드러났다. 사고조사반에 따르면 당초 KT 네트워크관제센터는 야간작업(새벽 1시~6시)을 승인했으나, 실제 작업이 주간에 수행됐고, 이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KT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만 라우팅 작업을 수행하는 등 작업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관리체계가 부실했으며, 네트워크가 연결된 채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KT는 사전검증 단계에서 오류를 파악하지 못했다. 라우팅 작업계획서상의 라우팅 설정 명령어 입력 과정에서 'exit' 명령어가 누락됐으나 스크립트 작성 과정 및 사전 검증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1, 2차에 걸친 사전검증 단계가 존재했으나,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가 차단된 가상 상태에서 오류 여부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한 가상 테스트베드가 없었고,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기정통부의 발표 직후 KT는 입장을 내고 "일반적으로 KT 네트워크 장비와 관련된 작업은 야간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작업계획서 제출 및 승인 이후 KT직원의 입회 하에 진행된다"면서 "이번 장애의 경우 야간작업으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주간에 작업이 이뤄졌으며 KT 직원도 이를 양해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KT는 "일탈이 이뤄진 예외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KT 직원은 다른 용무를 위해 작업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KT의 입장은 관리자의 개인적 일탈에서 빚어진 사고로 치부하는 것처럼 비춰져 논란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과기정통부는 주요통신사업자 네트워크의 생존성·기술적·구조적인 대책이 담긴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이용자들에게 쉽고 빠르게 사실을 알려 혼선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KT 네트워크 장애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16분께 시작돼 낮 12시 45분께 KT의 복구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약 89분간 이어졌다. 그러나 KT가 이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면서 인터넷 이용이 불가능했던 대부분의 고객들은 네트워크 장애인 줄도 모르고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등 혼선을 빚었다. 그럼에도 KT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통신사는 서비스 장애 시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해야 한다. 어떤 수단이든 한 가지로만 고지하면 된다. 이에 정부는 SNS 등 다양한 수단으로도 동시에 장애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KT의 책임과 관련해선 이용자에게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정부에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 다만 장애로 인해서 피해를 일으켰을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령을 살펴봐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구제 방안 마련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장애 발생시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를 위한 법령 및 이용약관 등 개선방안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먼저 KT에서 이용자들의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 상태고, 조만간 별도 창구를 통해서 현황을 더 면밀하게 파악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KT에서 적절한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KT의 피해구제 방안들이 적절히 이행이 되는지 잘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 구현모 대표도 약관과 관계 없이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구 대표는 "기존 약관은 마련된 지 오래됐다. 비대면 사회, 데이터 통신에 의존하는 현재 시점에선 약관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측 얘기도 있었고, 이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통신3사 이용 약관에 따르면 고객은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월정액과 부가사용료 8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통신사와 협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KT 네트워크 장애 사고의 경우 89분가량 서비스가 중단됐던 터라, 약관에 명시된 손해배상 기준에 미달한다. 한편 KT는 이날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어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다시 한번 이번 장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불편을 겪으신 고객들께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며 "재발방지대책을 면밀히 수립하고, 피해 보상 방안도 최종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오동현 기자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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