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상단부터 유튜브 채널 '때껄룩 TAKE A LOOK', '메르헨 Marchen', 'yunzizi 윤지지'(사진=유튜브 화면 일부 캡처) 2023.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플레이리스트, 속칭 '플리'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노래를 모아 놓은 목록을 말한다. 유사하거나 어울리는 분위기의 노래를 함께 배치해 일종의 '테마 플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특정한 상황이나 역할에 '과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목을 통해 해당 플리의 주제가 드러나며,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나 영상 등이 동반된다.
이를테면 '울어봐, 빌어도 좋고(유튜브 채널 '때껄룩')' '넌 왜 꼴아있을 때만 전화하니?(유튜브 채널 '망상')', '11분26초 동안 로판 여주 되기(유튜브 채널 '김부각')' '클릭하자마자 위험한 조직 보스 애인 돼버리는 플레이리스트(유튜브 채널 '오조디')' '빌런 중에서 보스가 되는 거야(유튜브 채널 '소레')' 등 다양한 상황이 설정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위험한 연인을 만나는 자신' '조직 보스가 된 자신' 등을 상상한다. 즉 음악을 들으며 설정에 몰입하고, 일종의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이다.
또 플리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인기 플리 영상의 댓글 창은 여느 소설 사이트를 방불케 한다. 시청자들이 플리의 테마를 주제로 적게는 수십자, 많게는 수천자 분량의 댓글 소설을 올리는 까닭이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민망함, 죄책감, 수치스러움 등과 함께 느껴지는 역설적인 쾌감)'를 느끼기 위해 댓글을 읽는다는 반응도 있지만, 실제로 필력이 수준급인 글도 많다. 잘 쓰인 글은 좋아요와 답글을 통해 호응받는다.
플리가 기존의 예술 작품을 추천·배열·소개하고, 댓글 창에서 또 다른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유튜브 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플리 유튜버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콘텐츠를 차별화하려는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그중 독특한 테마를 선보이는 3인을 소개한다.
때껄룩 TAKE A LOOK
때껄룩은 유튜브의 '재생 목록'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재생 목록으로는 부드럽고 가벼운 음악을 올리는 '몽글몽글', 퇴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을 올리는 '치명적', 각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올리는 '봄의 청각화' '여름의 청각화' 등이 있다.
또 '썰 푸는 곳'이라는 재생 목록을 마련해 '살면서 가장 설렜던 순간' '마침내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 '지독한 짝사랑을 했던 경험' 등의 테마 플리를 올리고 시청자의 댓글을 유도하기도 한다.
때껄룩은 현재 13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2019년 올라온 '들으면 내심장 쿵쾅쿵쾅쾅쾅 와그작 와장창'으로, 1217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메르헨 Marchen
17만8000명의 구독자를 가진 메르헨은 실제 영화, 문학, 웹툰 등을 소재로 한 플리를 다수 제작해 왔다. 해당 작품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와 줄거리는 메르헨의 손길을 통해 한 편의 플리로 압축된다.
보통 작품에 나오는 핵심 소재나 작품 내용을 상징하는 문구가 제목이 된다. 이상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아스피린과 아달린' 플리, 도서 및 영화 '기억전달자'에서 영감을 받은 '기억을 채색하다.' 플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 '사랑은 곧 ______.'처럼 제목에 빈칸을 넣은 후, 이를 시청자가 댓글에서 직접 채우도록 하는 '블랭크(BLANK)' 플리 콘텐츠도 제작한다. 댓글 창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원고지가 된다.
yunzizi 윤지지
윤지지는 특정 인물을 주제로 창의적인 플리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들의 여왕, 헤라'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선, 아킬레우스' '메데이아' '페르세포네' 등 그리스·로마신화 등장인물을 활용한 플리가 돋보인다. 이외에 '해리포터' '타이타닉' 등의 영화를 테마로 삼은 플리를 올리기도 한다.
구독자 수는 약 7만명으로 앞서 소개한 유튜버보다 적은 편이지만 시청자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신화와 환상의 세계를 주 소재로 다루는 만큼, 해당 배경의 소설을 창작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하는 채널이다.
에디터 DeunD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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