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위 주자 이재명·윤석열, '문제는 입이야'
이재명 '바지발언, 미 점령군, 백제발언, 영남역차별 발언'
윤석열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부정식품, 폐미=저출생 유발'
두 후보 말실수로 여야 경쟁자에 공격의 빌미 제공해 실점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이다 발언'에 정제된 메시지 관리 필요
[서울=뉴시스]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설화에 휩싸이고 있다. 말실수는 경쟁자에 공격의 빌미를 줘 실점을 하는 '제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바지발언, 미 점령군, 백제 발언, 영남역차별 발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설화로 호남과 여성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지지율이 정체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예비경선 TV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여배우 스캔들'을 질문받자 "제가 혹시 바지를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맞받아쳤다가 여론의 역풍을 받았다. 이 지사는 다음 토론회에서 사과했지만 거친 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과거 군사 독재정권이 지배 전략으로 영호남을 분할해 차별했을 때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을 받았을진 모르겠지만 이제 세상과 정치구조가 바뀌었다"며 "오히려 영남지역이 역차별 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망국적 지역주의의 망령"이라고 비판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차별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곧 "수도권에 역차별을 당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대선을 앞두고 영호남을 갈라치기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역주의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그는 같은날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단계와는 좀 달리 친일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하는 얄팍한 술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주사파 시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출마했는데 그 중에서 지사가 왜 필승 카드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무엇인지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 이재명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남 영광 출신, 정세균 전 총리는 전북 진안출신이다.
당내는 뒤집어졌다.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지역주의를 거론하며 갈라치기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지사의 대선캠프 박진영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대리비를 아끼려는 마음에서 음주운전을 했을 수 있다. 가난이 죄라고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 지사를 옹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박 대변인은 사임했다.
후보의 입이라고 볼 수 있는 대변인의 경솔한 발언은 이 지사의 설화 리스크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연일 설화에 시달리는 처지다.
윤 전 총장은 최근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부정식품, 폐미가 저출생 유발, 집은 생필품'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권 속성 과외를 받다 보니 철학 부재와 정책적 이해 부족으로 말실수가 잦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오후 울산 북구 노동역사관 1987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30.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의 시대착오적 노동관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마치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왜곡"이라며 "근로조건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기업에만 좋은 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좋은 경우에 좀 넓게 예외를 둬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비판 여론이 들끓자 윤 전 총장은 다시 한번 캠프를 통해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에게 노동 등 경제 분야에 조언을 해줄 경제 전문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0일 대구를 찾아 지난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 일선에서 수습에 힘썼던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진들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 커녕 (중국)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미친 소리까지 나왔다"며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하고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보수의 텃밭 대구를 칭찬하려다가 다른 지역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지역 폄하 발언을 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를 찾아 지난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당시 일선에서 수습에 힘썼던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진들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 커녕 (중국)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미친 소리까지 나왔다"며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하고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보수의 텃밭 대구를 칭찬하려다가 다른 지역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앞서 외교 문외한인 윤 전 총장의 극우 성향의 외교 발언도 여권 공세의 빌미가 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사실 과거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정치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나 각국 협의로 사람들이 의문을 품지 않도록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일본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6일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오염수 처리가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고 한 답변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청년 정책 토론회 '상상23 오픈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8.01. [email protected]
민주당은 사드는 대북 대응 목적인데 윤 전 총장이 중국 견제용이라고 내세운 꼴이 됐다며 빈약한 외교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좋은 목적의 행보를 한다고 해도 계속 발생하는 말실수와 정무적 판단 착오가 그 목적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설화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은 그거(퀄리티)보다 더 아래라도 완전히 먹으면 병에 걸리고 죽는 게 아니라면 부정식품이라고 해도 그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인용한 발언이다.
여권 대선주자들과 국민의힘 대권주자 유승민 전 의원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가난한 사람은 불량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없는 사람들은 주 120시간 노동하며 부정식품이나 그 아래 것을 먹는 나라를 만들려는 것이냐"고 꼬집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불량 후보다운 불량인식"이라고 비꼬았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런 식의 사고라면 건강과 안전, 생명에 관한 규제는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거냐"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과도한 규제나 단속이 저소득층에게는 싸게 선택할 기회를 제한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이게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원인을 언급하며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고,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안 된다. 출산 장려금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이 저출생을 야기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 발언에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여성 혐오로 표를 구걸한다", "말이 말 같지도 않다"는 등 비난을 퍼부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실수를 해서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이런 실수가 계속되는 걸 두고 후보들의 메시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진영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본게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부적절한 발언이 여야 1위 후보들에게서 연이어 나오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