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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공 "슬픔을 간직한 채 춤을 춰야 하는 거죠…'뽕'

등록 2022.03.18 19:17:48수정 2023.07.16 10: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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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간 작업한 앨범 '뽕' 오늘 발매

'뽕'에 대한 댄스 음악적·인문학적 고민의 집약체

신중현·양인자·김수일·오승원 등 참여

[서울=뉴시스] 이오공 '뽕'.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오공 '뽕'.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음반은 인문학적이다. 단순한 노래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 그리고 삶과 관련한 문화와 사상의 집약체가 된다. 프로듀서 겸 DJ 이오공(250·이호형·40)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음반 '뽕'이 그렇다.

흔히 우리는 트로트를 '뽕짝' 또는 '뽕'이라 부른다. 보통 2박자 계통인 트로트를 서양풍으로 연주할 때 나는 소리인 '쿵짝 쿵짝'이 '뽕짝 뽕짝'처럼 들려 그렇게 부른다는 설에 가장 힘이 실린다. 하지만 일본과 연관성 등 유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왕설래가 오간다. 얼마 전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시리즈로 재조명되긴 했지만 현재 진행형의 음악으로는 덜 논의됐다.

어떤 장르에도 능해 '장르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이오공의 '뽕'은 가장 개인적인 취향과 기억으로 '뽕'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와 논의를 끌어낼 수 있는 명반이다.

컴퓨터 음악으로 재해석된 '뽕'들은 당신이 들었던 '뽕' 중에서 가장 세련된 뽕이며, 어떤 EDM보다도 춤 추기에 좋은 댄스 음악이라 자신할 수 있다.

18일 오후 6시에 공개된 '뽕'엔 색소폰 거장 이정식이 참여한 타이틀곡 '로얄 블루'를 비롯 11곡이 실렸다.

'테크노 트로트'의 창시자인 '뽕짝 뮤지션' 신바람 이박사의 키보디스트 김수일이 보컬로 나선 '모든 것이 꿈이었네', 가수 겸 배우 백현진의 전라 노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은 동시에 4월 '보스턴 국제 영화제'의 뮤직비디오 부문 경쟁작으로 초청된 '뱅버스(Bang Bus)',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이 참여한 '나는 너를 사랑해', 걸출한 작사가 양인자가 노랫말을 붙이고 TV 애니메이션 '아기 공룡 둘리' 주제가의 주인공 오승원이 부른 '휘날레' 등이다.

이 트랙들은 뽕의 기원을 찾고 싶다는 바람과 새로운 뽕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내전을 벌인 끝에 탄생한 근사한 변성(變聲)이다. '기술시대의 뽕 운동', 내밀한 기억의 숭고함을 믿는 자의 당위성을 갖춘 앨범이 여기 있다. 2018년 공개된 선공개 싱글 '이창' 이후 무려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 서울 용산구 비스츠앤네이티브스에서 만난 이오공은 "따지고 보면 제가 이 정도의 앨범을 만드는데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려 4년이나 걸렸습니다.

"'이창'이 만들어지기 전에 70%가량 만들어진 앨범이 있었어요. 이번 앨범이랑 분위기가 달랐죠. 조금 더 빌드업과 드롭에 의존하는, 'EDM 공식'에 철저한 음반이었습니다. 그러다 '이창'을 만들었고, 회사에서 이 곡에 대해 오케이가 안 나오면 뽕짝이라는 아이디어로 앨범을 못 만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회사와 코드가 맞은 거죠. '지금까지 만든 앨범이 아니라 이 곡을 기준으로 새로운 앨범을 구상합시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간에 엎는 과정이 있어 더 오래 걸렸어요. 그때로 몇 번이나 돌아가도 당시 기준으로는 엎을 거 같아요."

-컴퓨터로 뽕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신선합니다. 가장 트렌디한 뽕이 탄생했어요. 컴퓨터 음악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연주를 잘 하지도, 노래를 잘 하지도 않았어요.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막 미디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닥터 드레 같은 프로듀서 롤에 막연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음악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조립해서 하나의 완성된 곡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죠.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게임을 하는, 한발 뒤에서 플레이어들과 다른 고민을 더 하는 사람이요. 제가 마이클 잭슨 같은 재능이 없다는 건 명확한데, 퀸시 존스 같은 재능은 있을지도 모르니니까요. 달리기 선수처럼 10~20대에 결판이 나는 게 아니라, 40대 이후에도 코치는 할 수 있다거 생각한 거죠."

-태생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처럼 보여요. 근데 막연한 긍정이 아니라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는 긍정이라고 할까요.

"슬픈 기분과 웃긴 기분은 양면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가까운 사람의 죽음 같은 본질적인 슬픔은 다른 이야기이고요. 그 외 슬픔은 시간 앞에서 소용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제가 미국 볼티모어 사운드의 DJ 겸 프로듀서 로드 리(Rod Lee)의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Dance My Pain Away)'를 좋아하는 이유도 터프한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겨난 댄스음악의 정서 때문이에요. '위험하게 사는 사람들의 댄스음악'이라는 것에 끌린 거죠. 제목 그대로 '나의 고통을 춤으로 날려버리는', 우리나라 시(詩)로 치면 (조지훈의) '승무' 같은 정서인 거죠. 슬프지만 슬픔을 붙잡고 울고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 하는. 털어내기 위해서 추는 춤에 가까워요. 제 20대에 클럽에 엄청 많이 갔는데, 유흥을 즐기거나 삶의 환희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치러 가는 느낌이었어요.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니까,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줄어드는 거죠. 이번 앨범엔 한해서 음악이 꿀꿀함, 심심함, 외로움, 두려움을 털어내기 위한 도구로서 작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정서가 트로트 정서와 맞닿아 있네요.

[서울=뉴시스] 이오공 '뱅버스' 뮤직비디오. 2022.03.10.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오공 '뱅버스' 뮤직비디오. 2022.03.10.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90년대 말 코요태 음악을 들었을 때, 춤을 추면서 슬픈 노래를 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당시 음악계에서는 뽕짝에 대해 부정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픈 노래에 춤을 췄죠. '한국인 정서로는 기쁨만으로 춤을 추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정확한 비유일 지 모르겠지만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더 맛있다'고 하잖아요. 단맛이 더 올라온다고.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 우리 장례식장에서는 더 크게 떠들고 그랬었잖아요. '슬플 때는 춤을 춰서 날려버리자'라는 정서죠. 그런 비슷한 정서가 담긴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의 노랫말을 듣고 '나도 댄스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국내 음악 중 그런 원류가 있을까요?

"그게 뽕짝과 연결됩니다.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인) '저스티스'는 방향성이 하우스 템포랑 비슷했는데, 사운드 텍스처가 완전히 달랐어요. (미국 EDM 프로젝트 그룹인) '메이저 레이저'는 힙합에서 사용하는 거친 텍스처로 댄스음악을 만드는 것에 끌렸죠. 아프리카, 레게 보이스 샘플링을 섞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제가 영상물 중 최고봉으로 여기는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삼은 미국 HBO의 드라마) '더 와이어' OST 역시 사운드가 대단했죠. 뽕짝 음악도 사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박사의 음악도 80~90년대 사운드가 좋았죠. 이박사 음악 중 제일 좋아하는 건 김수일 선생님이 함께 만든 앨범이에요. 사용하신 악기의 소리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플로피 디스크를 꽂아 로딩을 하는 악기인데 그 악기로 (이박사의) '영맨'(YMCA), '몽키 매직'을 작업했어요. 조그셔틀을 돌려 로딩을 해 세팅이 되고 플레이가 되는데, 음악이 좀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박사의 사운드가 혼자가 아닌 김수일 선생님과 함께 해서 만들어진 걸 알았을 때 전율이 있었죠. 이박사의 '서울 깜빡이' 분위기가 이번 앨범의 중요한 레퍼런스가 됐어요. 사실 이박사의 사운드로부터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데 1~2년이 걸렸어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 편해지더라고요. (고속도로 트로트 메들리계의 전설이자 오르간 연주자로 이름을 알린) 나운도 선생님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번 '뽕' 음반은 단순히 트로트 사운드가 아닌, 뽕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물처럼 여겨집니다.

"제가 논문을 내는 사람은 아니니까, 정답을 내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뽕'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단어인데 공교롭게 작업 중인 가운데 '뽕짝 열풍'('미스트롯'·미스터 트롯')이 불기도 했죠. 처음에 시작은 이런 나이(젊은)의 사람이 뽕짝 하는 걸 재밌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초등학생들이 너무 잘하는 거죠. 그럼에도 이번 앨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충분히 개인적이라는 거예요. 물론 이것저것 테두리를 넓히려고 한 부분도 있습니다."

-앨범은 마치 '뽕'의 진수성찬처럼 느껴졌어요. 구수한 '모든 것이 꿈이었네'가 첫 트랙인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트랙 배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어떤 면으로는 이질적인 트랙이에요. 그래서 무조건 앨범의 첫 번째 곡 아니면 마지막 곡으로 배치하고 싶었죠. 그 외 '레드 글래스'라는 곡이 가급적 뒤쪽에 배치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건 말고는 회사에 맡겼어요.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첫 트랙으로 싣고 싶었던 이유는 일단 '너무 슬픈 곡'이었기 때문이에요. '깊은 잠에서 깨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네'라는 김수일 선생님의 보컬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박사가 일본 무도관을 가득 채운 절반의 공로는 그 분에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신 적이 없으니까. 그 분도 가수가 아니고 저도 가수가 아니니, 이번 음반은 한발 빠져 있는 사람들의 앨범인 거죠. 김수일 선생님의 노래로 앨범을 여는 게 영광이었어요. 그렇게 짠한 노인의 회한이 느껴지는 1번 트랙 다음 2번 트랙 '뱅버스'가 꽝하고 떨어질 때 묘한 느낌이 발생하는데 그 연결이 이번 앨범의 핵심이에요. 모든 것이 슬픈데 '뱅버스'는 빌드업 없이 춤을 춰야 하는 노래니까. 마스터링에서도 2번 트랙의 생뚱 맞은 존재감이 중요했죠. '모든 것이 꿈이었네'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슬픈 채로 있고 싶은데, 노래가 '뿅뿅' 거리니까 춤은 춰야 하고… 그러면 슬픔을 간직한 채 춤을 춰야 하는 거잖아요. 이후 '사랑 이야기'까지 춤을 강제하는 노래가 나오니까 '네가 슬픈 걸 알지만, 춤을 춰야 해' 같은 식의 앨범 배치가 됐어요."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틀곡 '로얄 블루'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원래는 클럽에서 트랩을 틀다가 자연스럽게 뽕짝으로 연결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으로 구상했던 곡이에요. 115bpm의 느린 트랩이랑 뽕짝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죠. 그런데 제가 그 때 '로열 블루'(하늘색의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을 함께 가지고 있는 색)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막연하게 국산 양주 이름처럼 들렸어요.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죠. 어쩌면 이번 앨범이 '국산 양주' 같은 앨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앨범 '뽕'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뽕을 찾아서'도 호응을 얻었습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같은 느낌으로 찍자고 해서 만들어진 다큐예요. 3화에서 '합천 바캉스 축제'에 가는데 김수일 선생님을 만나 뵈면서 진짜 소리를 찾은 느낌이었어요. 이박사의 노래 뒤편에서 나머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사람에 대해 '클릭'이 된 거죠. '소쩍궁 소쩍궁 소쩍궁 소쩍궁'을 부를 때 진짜 소쩍새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아기자기함과 사랑스러움에 끌렸죠. 이런 점들 덕분에 다큐를 만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돋보이도록 포장을 하면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DJ 소울스케이프 씨와 한 인터뷰에서 '82년생 남자 노스탤지어'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셨는데요.

"제 첫 앨범이기도 해서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 부모님도 형도 오지 않은 오후 시간대 홀로 TV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오승원 씨가 중요했어요. 오승원 씨의 '휘날레' 곡을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승원 씨가 부른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는 모두가 기억하죠. 그런데 80~90년대 우리나라 정서가 다 슬펐어요. TV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라 '까치'도 그랬고 '하니'도 그랬고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었죠. 또 이산가족 상봉은 방송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슬펐잖아요. '아기공룡 둘리' 만화는 명랑 만화였는데 TV판은 주제가 자체가 너무 슬픈 거죠. 엄마를 찾았는데 희동이에게 꼬리를 잡혀 질질 끌려오는 둘리의 에피소드도 짠하고요. 그런데 2018년에 둘리 주제가를 오승원 씨가 불렀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최근 라이브도 여전히 옥구슬 같은 목소리였지만 대단히 슬펐죠. 그런데 저는 이미 어른이 돼 있고요. 그 슬픔을 끝낸다기보다는, 그 슬픔에 대한 마무리를 짓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시작하는 슬픈 노래가 있으면, 끝내야 하는 슬픈 노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슬픔에 마침표가 찍힌다는 생각이었죠. '모든 것이 꿈이었네'에 오승원 씨 목소리가 들어가는 것도 그 이유예요."

-f(x), 보아, NCT 127, 있지 등 인기 K팝 팀들과도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번 앨범이 K팝의 또 다른 영역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오공. 2022.03.18.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 취향은 보편적이라, 혼자만의 세상에 가서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은 없어요. 무엇보다 외국에서도 사운드가 좋다는 반응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김수일 선생님 뽕짝에서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사운드를 좋아하지만, 그것보다는 시원하게 넓게 퍼지는 소리로 들리기를 바랐어요. 좀 더 현대적인 사운드로요. '신나면서도 슬픈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구나'라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사운드가 음악을 듣는 데 핸디캡이나 장벽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오공이 생각하는 좋은 사운드는 무엇인가요?

"기술적인 부분을 따지다면 소리가 크게 엉키는 부분이 없는 거요. 의도한 것이 아니면요. 깨끗하게 원하는 대로 정리가 돼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이 전해지는. 필요한 부분이 잘 정리가 돼 있는 사운드요."

-균형감각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거 같아요.

"정말 중요해요. 어렸을 때는 제가 뭘 넣을 수 있는지 과시하고 싶어서 규모를 키웠어요. 이것저것 잔뜩 집어넣은 거죠. 이제 빈칸을 만드는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무사히 마치셨는데 혹시 음악 작업에 대해 확신이 생긴 부분이 있나요?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를 가늠해보시기 위해 들어볼 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제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공을 던지는 느낌은 아니에요. 하지만 던지고 싶은 방향으로 힘껏 던진 공이죠. 그게 어디로 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제 제 이름으로 된 제 앨범에 대해 기준이 생겼어요. 어떤 식으로 해야 앨범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과정을 한번 돌려 본 거죠. 비효율적인 방법도 있었지만 '스스로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많구나'를 느껴 좋아요. 스스로도 계속 그렇게 나아지려고 노력할 거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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