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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혜진 PD "제2 임영웅? 새로운 스타 나올 것"

등록 2022.12.14 08:35:55수정 2022.12.14 08: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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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퇴사 후 MBN과 '불타는 트롯맨' 론칭

미스터트롯2와 대결…"시청률 지지만 않으면 돼"

"MZ세대 젊은 트로트 지향…새것은 항상 헌것을 이긴다"

서혜진 PD

서혜진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서혜진(52) PD가 트로트 오디션에 한 획을 그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으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전 세대가 열광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도 "트로트 오디션은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이라고 할 만큼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TV조선 퇴사 후 크레아스튜디오를 세우고, MBN과 '불타는 트롯맨'을 론칭하면서 각종 잡음이 터져 나왔다. '미스터트롯2'와 이틀 간격으로 첫 방송해 참가자부터 심사위원, MC까지 섭외 경쟁도 치열했다. "(TV조선과) 비전이 맞지 않아 새 프로그램 만들게 됐다"며 "트로트 오디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바랐다.

"사실 내가 트로트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트로트는 종편의 특정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만든 게 아니라 포장지를 바꿨다. 사회는 노령화 되는데, 국내 가요 시장은 아이돌 위주로 견고하지 않느냐. 소외된 어덜트 시장과 트로트를 팬덤화할 수 있는 조직력,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발견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MZ세대의 젊은 트로트를 보여주고 싶다."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미스터트롯과 기본적인 콘셉트는 같다. 미스터트롯2와 정면 대결을 펼치지만 "방송국 걱정일 뿐, 내 걱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스튜디오 독립 후 첫 작품이라서 새로운 포맷을 가지고, 우리의 아이덴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TV조선은 원래 스케줄대로 가는 거고, 우리는 '새롭게 만든 IP를 어떻게 보여줄까?' 신경 쓰면 된다"고 짚었다. "MBN과 함께 해 밖에서 보면 자존심 대결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스타가 나오느냐' '얼마나 새롭느냐'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오픈 상금제'다. 상금을 정해 놓은 게 아니라, 참가자가 미션에 올라갈 때마다 규모가 커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을 오마주해 상금통을 만들었고, 돈이 쏟아지도록 해 시각적인 재미를 살릴 계획이다. "받은 점수 만큼 상금화할 수 있다. 승자 독식"이라며 "온라인상의 인기 투표도 상금화하려고 한다. 제작비는 두 자리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서혜진 PD "제2 임영웅? 새로운 스타 나올 것"


미스터트롯2와 방송이 겹쳐 원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다. 불타는 트롯맨은 참가자 모집 포스터에 '포스트 임영웅을 찾아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미스·미스터트롯에서 송가인, 임영웅 등을 발굴해 애착이 크지만, 이들을 뛰어넘는 스타가 탄생하길 바라지 않을까. 10월까지 지원자를 추가 모집했는데, 평균 키 180㎝에 외모까지 훈훈한 이들이 줄을 이었다. "어쨌든 다른 사람이 나와야 한다. (미스터트롯1에서) 다양한 남자 트로트 스타 7명을 봤는데, 여기는 '대체 어떤 새로운 사람이 나올 것인가?'에 답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래도 임영웅은 우리가 발견하지 않았어?'라고 생각했지만, '임영웅이냐 아니냐'를 두고 얘기할 건 아니다. 녹화하고 편집해보니 '왜 이렇게 새로운 사람이 와 있을까?' '3년이 무엇을 바꾼 걸까?' 싶더라. 새로운 기준, 방점 찍고 싶다."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터트롯2보다 한 시간 일찍 시청자를 찾는다. 불타는 트롯맨은 20일 오후 9시10분, 미스터트롯2는 이틀 뒤인 22일 오후 10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시청 패턴을 어떤식으로 관습화 시키냐다 중요하다"며 "TV조선에서 3년 정도 예능을 하다 보니 모든 방송사 시간대 패턴이 빨라져 앞으로 끄집어냈다. MBN이 유연성을 가지고 편성 관련 대의적인 판단을 해줬다. 결국 오디션은 많은 플랫폼에 태워야 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재방 편성 전략을 영리하게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률 관련해서는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강력한 IP와 경쟁해 지지만 않으면 엄청 잘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 새것은 항상 헌 것을 이기기에 그런 부분에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여러모로 미스터트롯2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MC는 트로트가수 장윤정 남편인 아나운서 도경완이다. 이상혁 PD가 KBS 2TV 예능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도경완과 연우·하영 남매를 담당하며 인연을 맺은 점이 한 몫 했다. 물론 장윤정이 미스·미스터트롯 전 시즌을 함께 한 만큼 의도한 캐스팅이라는 시선도 많다. 애초 장윤정이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다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결국 미스터트롯2를 택했다. "장윤정씨를 먼저 섭외한 건 맞다"면서도 "역할이 다르니까. 도경완씨는 이 PD가 섭외했다. 친근하고 방청객에게 팬 서비스도 잘한다"고 귀띔했다.

미스·미스터트롯 때처럼 심사위원 연령대를 넓게 구성했다. 심수봉을 비롯해 남진, 설운도, 주현미, 조항조, 김용임, 홍진영, 신유, 박현빈, 조정민, 작곡가 윤일상, 윤명선, 그룹 'SG 워너비' 이석훈, 'JYJ' 김준수, '샵' 출신 이지혜, 개그우먼 신봉선, 뮤지컬배우 김호영, 그룹 '오마이걸' 유빈 등이다. 무엇보다 '비전문가가 하는 조언 혹은 심사는 배제하자'고 마음 먹었다. "트로트에 진심인 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함"이다. "심수봉씨는 심사하지 않는다"며 "준결승전에 한 번 정도 나와서 선생님 곡을 오마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서혜진 PD "제2 임영웅? 새로운 스타 나올 것"


오디션이 거듭될 수록 신선한 얼굴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아직도 새로운 스타가 있어?'라고 의구심을 가지는 까닭이다. 불타는 트롯맨에도 이전에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JTBC '팬텀싱어'(2017) 우승팀 '포르터 디 콰트로' 멤버 손태진과 JTBC '히든싱어' 시즌6(2020) 설운도편 우승자 한상귀, 헬로트로트 준우승자 강설민이 대표적이다. 뮤지컬배우 에녹과 배우 박규선, '프로듀스 101' 시즌2(2017) 출신 이후림, 개그우먼 이영자 매니저 송성호, 개그맨 김태원, 설운도 아들이자 그룹 '엠파이어' 멤버 이승현, 미스트롯2 톱4 김태연 사촌오빠 김승국, 전 축구선수 전종혁 등도 눈에 띄었다.

"이전에도 팬덤이 제로인 상태에서 시작했다. 미스터트롯1 때도 장민호씨 정도만 팬덤이 있었다. 불타는 트롯맨도 그 라인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미스터트롯1에 출연한 분들이 재도전하는 정도에서 팬덤이 있지만, 사실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다. 1만명은 넘어야 콘서트를 해도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 '너희는 공정해?'라고 묻는다면, 같은 선에서 시작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 화제성을 노리고 섭외한 출연자도 있지 않을까. "참 묘하게 오디션 보는 분들의 특성이 있다. 일단 뉴페이스에 엄청 열광하고, 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걸 즐긴다"며 "어떤 의도든 간에 오디션 본질에서 벗어난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노래를 잘하고 재능을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 살아 남는다. 어차피 우리가 떨어트리지 않아도 알아서 도태된다. 오디션 문 자체가 만만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존 오디션은 출연자 스토리를 어필, 시청자가 응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1번으로 뺀 게 인터뷰"라며 "그전에는 인터뷰가 다 들어갔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 노래를 잘 해야 하고, 무대로 판가름한다. 쓸데없는 '사연 팔이'도 뺐다. 노래 잘하면 찾아 보게 돼 있다. 배경을 부각 시키는 건 트렌드에서 떨어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요즘 시청층은 특히 그렇다. 시청자들이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출연자 이야기는 먼저 시청자들이 관심 가진 뒤에 얼마든지 서포트해 풀어줄 수 있다. 순서를 바꾼 이유"라고 했다.

"또 오디션이냐고? 지겨우면 안 보는 만큼 '시간순삭'이 목표다. 오디션을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속도감, 다양함, 버라이어티함을 녹이려고 노력했다. 오디션이라서 안 보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 부부 예능물 등 어떤 장르든 똑같다.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오디션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될 것 같다. 해외에서도 똑같은 노하우로 뽑는 등 진화·발전하지 않느냐. 스타가 나오는 시스템은 영원 불변하다. 시장이 스타를 원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서혜진 PD "제2 임영웅? 새로운 스타 나올 것"

서 PD는 TV조선 퇴사 전후로 여러 러브콜을 받았다. 100억원 계약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크레아스튜디오를 세운 게 모험일 수 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TV조선에서 제작본부장까지 맡으면서 "매일 빵구가 안 나게 막는 게 의무였고, 경쟁력까지 덧붙여야 했다. 경쟁 우위에 서야 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독립해보니 조직생활의 정치, 분배, 공정 등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콘텐츠 생산에만 신경 써 내 성격에 더 맞는 것 같다. 왜 어려움이 없겠느냐. 자영업자는 다 어렵다"고 털어놨다.

불타는 트롯맨 후 내년 3월 부부 리얼리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제 우리 색깔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짚었다. SBS TV '동상이몽'과 TV조선 '아내의 맛' '연애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보다 진화한 프로그램이라며 "부부 문제에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권리를 갖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MZ세대는 '15분 일찍 출근하라고 하면, 추가 노동비를 주나요?'라고 묻지 않느냐. 자기 노동에 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면서 멀쩡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되고 있다. 원래 콘텐츠 IP, 저작권 등도 플랫폼이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변하고 있다. 미리 알게 된 일부 PD들이 먼저 움직였고, 나도 강력한 IP를 콘텐츠 시장에 내놓은 사람으로서 권리를 지키고, 후배들이 리마인드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미스·미스터트롯을 잊으라고 하면 나의 과거를 다 부정하는 것 같다.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강렬한 그림으로 잊게 만들 테니 재미있게 봐 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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