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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외면당하던 트로트, 어떻게 대세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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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16 10:28:52
대중음악 황금기와 함께 1980년대 후반 소외
2000년대 중반, 반짝 주목
송가인·유산슬과 함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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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복면달호' 스틸컷 (사진 = 스튜디오2.0 제공) 2020.02.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트로트 부르는 게 부끄러워 복면을 썼어요."

영화 '복면달호'(2007·감독 김상찬 김현수)에서 로커를 꿈꾸던 '달호'(차태현)는 트로트 가수로 나서게 된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며 복면을 썼다. 

격세지감이다. 트로트 가수들이 양지로 나온 것을 넘어 대중문화 전면에 나서고 있다. TV조선 '미스트롯'의 히로인 송가인은 당대 스타가 됐고, 국민 MC 유재석은 트로트가수 '유산슬'이라는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지칭하는 온라인 용어)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미스트롯'의 후속작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다시 쓰며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트로트의 탄생과 수모
 
트로트 탄생의 기원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유력한 설은 191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4분의 4박자의 춤곡 폭스-트롯(fox-trot)에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폭스트롯이 일본으로 건너온 뒤 현지 발음화돼 '도로토'가 됐다. 이 장르에 일본식 정서와 문화가 더해지면서 '엔카'가 탄생했다. 일부에서는 반박도 하지만 여기에 우리 정서가 더해지면서 우리 식의 '트로트'가 확립됐다는 이야기에 상당 부분 힘이 실린다.

그런데 이 트로트는 한동안 저속한 음악으로 통했다. 왜색이 짙은 음악으로 치부되며 무시당했다. '엘리지의 여왕'으로 통하는 '트로트계의 대모' 이미자의 3대 히트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는 왜색 등을 이유로 한동안 줄줄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7음계 중 '레'와 '솔'을 뺀 독특한 단조 5음계(라시도미파)의 특성을 지닌 엔카의 그늘이 묻어나 있었다. 그런데 주현미, 현철 등이 주로 밝은 풍의 장조 노래들을 선보이며 우리 트로트에 모던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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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MBC TV 설특집 2020 송가인 콘서트 '고맙습니다' (사진=MBC 제공") 2020.01.23. photo@newsis.com
트로트는 송대관의 네 박자에도 나오는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이라는 리듬 때문에 '뽕짝'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뽕끼' 때문에 '복면가왕'의 달호처럼 트로트 음악을 촌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꺾는 창법만 주가 되는 '음악성'과는 거리가 먼 음악으로도 치부됐다.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작곡가 이영훈 & 가수 이문세 콤비 등 한국형 팝 발라드가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우리 대중음악에 모던함이 더해지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이 힙합 문화를 가져오는 등 1990년대 우리 대중음악계에 황금기가 찾아오면서 트로트는 메인 장르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

현철,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등 '4대 트로트 천왕' 이후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 트로트계는 교통방송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유물로 여겨지게 된다.

◇트로트의 반전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지는 2연타 덕에 트로트 인기가 벼락처럼 찾아왔지만 사실 급작스런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신세대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어머나'의 장윤정, 2006년 '남자 장윤정'을 표방하며 데뷔한 '빠라빠빠'의 박현빈 등이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 '트로트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이 소속됐던 인우기획은 '트로트계의 SM'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트로트 바람은 2007년 '복면달호' 흥행과 함께 이어졌다. 그해 강진이 '땡벌'로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반짝 트로트 인기가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도 트로트 바람이 불었다. 한류그룹 대표주자 중 한 팀인 '슈퍼주니어'는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 – T'를 결성, '로꾸거'로 일본에서까지 인기를 누렸다.  역시 대표 한류그룹 격인 '빅뱅'의 메인 보컬 대성은 2009년 트로트 음원 '대박이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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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놀면뭐하니' 가수 유산슬(개그맨 유재석)이 레드카펫으로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2019.12.29. chocrystal@newsis.com
◇지금 트로트는 열풍 넘어 신드롬···진화 계속될 듯 

하지만 2010년 들어 K팝 아이돌 위주로 가요 시장이 완전히 재편되면서 또 위기가 찾아왔다. 홍진영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지만 여전히 소외 장르였다. 2014년 인우기획은 경영난으로 폐업하기도 했다.

인우기획이 폐업한 그 해 트로트 부활을 야심차게 꿈 꾼 프로그램이 있긴 했다.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의 전성기를 이끈 김태은 PD가 트로트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X)'를 만들었다.

태진아, 설운도, 박현빈, 홍진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스타 4명이 프로듀서로 나섰다. EDM, 댄스, 팝, 힙합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과 트로트의 협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지는 못했다.

이후 잠잠하던 중 지난해 '미스트롯'이 트로트 심폐소생술에 성공한 것이다. 인기 비결은 트로트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것이다. 다소 예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그 우직함이 통한 것이다.

'미스트롯' 초반 인기는 '독보적인' 송가인 개인에 의지한 것이 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때마침 '돌아온 오빠' 나훈아의 콘서트, '미스트롯' 전국투어 등이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의 약어로, 티켓 예매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가리킨다) 공연이 되면서 신드롬이 이어졌다.

기세를 이어 받은 '미스터트롯' 열풍은 더 대단하다. '미스트롯'은 숨어 있던 여성 트로트 가수의 '발굴'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미스트롯'으로 트로트 가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미스터트롯'은 임영웅, 영탁, 장민호 등 끼 있는 남성 트로트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스트롯' 인기를 넘어섰다. 

트로트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MBC '트로트퀸' 등 타방송사에서도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다. 다른 지상파도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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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전체출연자 (사진=TV조선 제공) 2020.91.22. photo@newsis.com
트로트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송대관의 '네 박자' 노랫말처럼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는", 우리 삶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장르라서? 내지르는 것이 시원하고, 구성지게 꺾는 창법이 중독성 있어서? 물론 이런 이유도 포함되겠지만 최근 트로트 인기는 여러 방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년의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이 인터넷은 물론 유튜브 등 IT에 익숙해진 것도 이유다. 좋아하는 가수 관련 정보를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됐고, 콘서트 소식 등에 접근성도 수월해진 것이다.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과 1995~2004년생 Z세대를 합친 용어)를 비롯한 젊은 세대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음원사이트 지니뮤직은 최근 트로트 차트를 론칭했다. 지니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트로트 장르의 스트리밍 이용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편의점은 브랜드 홍보송으로 트로트를 내세웠고, 온라인 트로트 경연대회도 열리고 있다. 

최근 새 앨범을 발매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리더 은지원은 "트로트는 제가 듣지 않고 자란 장르라 언젠가 없어질 거란 생각을 무턱대고 했다. CD나 테이프처럼. 그런데 멜로디도 좋아 찾게 되니까 쳇바퀴처럼 (유행이)돌고 도는 것 같다. 그 감성은 평생 영원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성기를 30대까지로 보는 아이돌과 달리 트로트 가수들은 늦은 나이까지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고, 뒤늦게 전성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아모르 파티'로 뒤늦게 빛을 본 김연자가 대표적인 보기다. 송가인은 "제가 선생님들 나이가 되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때까지 더 열심히 수련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로트 열풍을 문화 다양성 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다양한 국적, 젠더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중음악을 대하는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트로트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학술적으로 대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대한가수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은 공청회 '한국가요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찾는 새로운 이름 찾기'를 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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