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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대수 "마지막 앨범은 코로나로 인류애 없어진 고통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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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21 09:28:03
뉴욕서 코로나 뚫고 녹음 위해 귀국
'페인 페인 페인'등 11월15일 발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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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2020.10.21. (사진 = 원춘호 작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간의 뇌와 창의력은 제한이 돼 있습니다.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어요. 로커뿐만 아니라 클래식 작곡가들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이제 마지막 앨범을 내려고 하는 이유예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미국 뉴욕을 뚫고 날아온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72)다.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최근 서울 신촌에서 만난 그는 초연해 보였다. 유명 록 가수들과 클래식음악 대가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거명하며 이제 때가 왔다는 듯, 아쉬움이 전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대수는 딸 양호(13)의 교육을 위해 지난 4년 간 뉴욕에서 살아왔다. 아내 옥사나 알페로바와 사이에서 뒤늦게 얻은 딸이다. 이날 자리에 동행한 양호는 한대수 옆에 오도카니 앉아 아이스 음료를 마시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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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2020.10.21. (사진 = 원춘호 작가 제공) photo@newsis.com
한대수는 "지난 4년 간 음악 작업은 등한시했다"고 돌아봤다. "방송도 하고, 글도 쓰고 했지만, 양호를 교육시킨다고 음악에는 신경을 못 썼죠. 그 사이 친구들하고 유명한 록스타들도 많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는 11월15일을 발매 목표로 작업 중인 새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에는 신곡이 4곡 실린다. 제일 눈길을 끄는 신곡은 '페인 페인 페인(pain pain pain)'이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뉴욕 한 가운데서 만든 곡이다. 한대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간 사이가 멀어지고 국가적 협력도 없어졌어요.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지 않고, 국제기구 역할도 줄어들었죠. 인류애가 없어진 것에 대한 고통을 노래했습니다."

마냥 '손을 잡고 이겨내자'는 무조건 긍정적인 곡은 아닌 셈이다. "코로나19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심각한 병이에요. 언제 끝날 지 걱정스러워요. 이번 코로나19는 인류의 잘못이죠. 악의가 만들어낸 질병입니다. 특히 아이들, 우리 후손에게 우리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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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뉴욕에서의 한대수. 2020.10.21. (사진 = 정영헌 뉴욕시립대학교 교수 제공) photo@newsis.com


한대수는 코로나19 확산세 동안 뉴욕에서 매일 매일 전쟁을 치렀다. "한때는 시신 보관 시설도 부족했어요. 모두 집에 다 갇혀 있고요.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오전 6시부터 줄을 섰어요. 500명이 기다리니, 뭘 사려고 해도 두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죠. 가족의 식량을 구하는 것이 제 임무였습니다."

3주 전 한국에 들어와 아내, 딸과 함께 자가격리를 한 한대수는 "한국은 코로나19 조정이 잘 돼 있어요. 방역이 엄격해요. 일을 정확하게 한다"며 한국 방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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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양여대 밴드와 녹음하는 한대수. 2020.10.21. (사진 = 서현호 작가 제공) photo@newsis.com
이번 앨범에는 이른 아침 뉴욕 동네에서 타코를 팔며 삶을 사는 여성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멕시칸 와이프', 프리 재즈 스타일의 '머니 허니', 하모니카 소리가 삽입된 동요 풍의 곡으로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한 '푸른 하늘' 등도 새롭게 실린다.

프로듀서 손무현의 제안으로 한대수의 히트곡도 재해석했다.

특히 포크 가수 최고은이 부르는 '물 좀 주소'가 눈길을 끈다. 그간 강산에, 블랙홀, 이현도&MC메타, 루시드폴 등 주로 남성 가수들이 재해석해온 곡인데 여성 가수로서는 최고은이 처음 이 곡을 다시 부른다. 한대수는 "여성이 갈망하는 자유가 녹아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대수는 한국 대중음악사 기록과 함께 한다. 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그는 귀국 후 1968년 무교동의 음악다방 '쎄시봉'으로 데뷔했다. 1969년 9월 캄캄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톱을 켜며 노래한, 우리 대중음악계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뮤지션이었다.

군 제대 후인 1974년 '희대의 명반'을 발매한다.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로'가 담긴 기념비적인 데뷔 앨범 '멀고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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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2020.10.21. (사진 = 원춘호 작가 제공) photo@newsis.com
이듬해 발표한 2집 '고무신'(1975)이 '체제 전복을 꾀하는 음악'이라는 이유로 전량회수 처리되자 상심 속에 한국을 떠난다. 3집 '무한대'(1989)로 한국 음악계에 복귀한 이후 꾸준히 창작열을 불태우며 2016년까지 '크렘 드 라 크렘'까지 14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2017년에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를 재해석한 공연에 딸을 위해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 포크록의 대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로큰롤 할배'가 돼 갔다.

한편에서는 한대수를 '한국의 밥 딜런'으로 부르지만, 그는 '한국의 닐 영'에 가깝다.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인 닐 영은 포크, 컨트리 록, 그런지 기타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후대 음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삶을 비스듬하게 보지만 그 안에서 '뭉근한 희망'을 길어 올린다. 그의 대표 앨범 '애프터 더 골드 러시(After The Gold Rush)'는 쓸쓸한 정서로, 삶의 깊이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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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지막 앨범 준비하는 한대수. 2020.10.21. (사진 = 원춘호 작가 제공) photo@newsis.com
한대수 역시 마찬가지다. 포크, 록, 블루스뿐만 아니라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섭렵하며 한국 후배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아닌 삶을 노래했다.

음악을 내려놓기 직전인 한대수는 "정말 방탄소년단(BTS)은 대단한 팀입니다. 양호도 좋아하니까요. 하하. 그런데 K팝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음악이 있으면 해요. 특히 우리는 햄버거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닌, 반찬 중심의 문화잖아요. 방탄소년단이 위대하게 있고 주변에 록 국악, 포크도 같이 있으면 더 좋죠."

마지막 앨범을 준비하지만 한대수의 예술 활동은 끝난 게 아니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사진집을 여러 권 낸 사진가, 담백한 위트가 돋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좋은 풍경이 담긴 필름을 많이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 1960년대 모습과 뉴욕의 여러 모습도요. 역사적인 가치가 담긴 사진들을 인화해서 선보이고 싶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글도 쓰고 싶고요."

그럼에도 자신의 대표곡 '행복의 나라'를 부르고 싶은 순간이 남아 있다. '38선 철의 장막'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 장막이 서서히 열렸으면 해요. 통일 협상이 잘 돼서요. 그 때라면 노래하고 싶고,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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