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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추다혜차지스 "굿에 매력...무속음악 펑키함 보여주고 싶었다"

등록 2020.12.30 12:00:33수정 2020.12.30 18: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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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발표

음악 전문가·마니아들 '올해의 음반' 호평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멤버들은 굿을 할 때 무당의 행위나 즉흑성 혹은 리듬이, 힙합·블랙뮤직에 가깝다고 느껴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이라 다양한 장르가 섞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밴드 '추다혜차지스'가 지난 5월 발매한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올해의 기념비 같은 음반이다. 각종 결산이 쏟아지는 연말에 웬만한 음악 전문가·마니아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이 앨범을 거명한다.

주로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인 무가(巫歌)에 레게, 재즈, 힙합, 펑크(funk), 댄스, 록 등 다양한 서양 음악이 섞여 있어 함부로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다. K팝에 쏠린 한국 대중음악이 처음 경험하는 형태다. 추다혜차지스 스스로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Funk)'라고 규정한다.

추다혜차지스의 대표 추다혜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무속음악에 어떤 부분을 가장 어필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건 무속음악의 펑키(funky)함이었다"고 소개했다.

"음악적 기법이라기보단 무드를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스스로 장르를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죠. 처음 음악 장르를 하나로 규정 하고자 했을 때 크로스오버나 월드 음악으로 하기엔 제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첫 트랙 '언두(undo)'부터 마지막 트랙 '차지S차지'까지 앨범을 천천히 들어나가다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제의처럼 느껴진다. 앨범 제목 '당산나무'(마을의 수호수)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들의 무대이자 청자에게는 오래된 '굿판'을 연상시키는 장치다.

추다혜가 처음 굿에 대해 매력을 느낀 건 2016년이다. "그때 굿을 처음 봤거든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무당의 행위가 예술가의 행위 그 자체였고, 더할나위 없이 멋졌다"고 기억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굿의 형태에서 무가만 추려서 낸 앨범이다. 무가 안에 '안녕과 평화' '위로와 치유' '펑키함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추다혜는 굿보다 무가에게 먼저 끌렸다. 시작은 2014년부터 시작한 요가다. 요가를 하면서 명상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만트라 음악'을 자주 들었다. '묘한 평안함'을 느꼈고, 그런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산스크리트어로 된 말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나라 말로 된 만트라는 없나?'하고 찾아봤더니 가까이에 '굿'이 있었다. "영성이 담긴 그 음악 안에 분명히 '치유'의 힘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16년부터 그렇게 무가를 배우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평안도, 황해도 이북 무가들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 음원을 들었는데 매력적이라, 무작정 제주도에 머무는 인간문화재 김윤수 선생을 찾아갔다.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커버.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커버.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알고 보니 제주도의 심방(제주도 말로 무당을 칭함)은 모두 제주도에서 사시는 분들에게만 전수된다고 하더라고요. 심방을 할 사람도 아닌 서울에서 온 제가 대뜸 선생님의 소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많이 놀라셨겠죠. 처음엔 여긴 소리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추다혜의 간절함을 확인한 김윤수 선생은 전수조교인 이용옥 선생에게 배우라고 소개해줬다. "그날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배움을 허락해 주신 사실 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신이 났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뒤로 일 년에 몇 번씩 선생님을 찾아뵙고 굿도 보고 소리도 배우고 있어요. 서울에 계신 무당 선생님도 제주도에 계신 선생님 두 분도 제게는 너무 감사하고 좋으신 분들이에요."

이번 앨범에는 평안도, 제주도, 황해도의 무가가 세 곡씩 담겼다. 신을 청하고, 부정을 씻고, 명복을 빌어주는 굿의 형식에 따라 곡을 나열했다. 평안도 무가 3곡으로 굿을 하는 이력을 읊고 신을 청하며, 제주도 무가 3곡을 중심으로 부정을 씻고 신과 인간이 어우러진다. 황해도 무가 3곡으로는 명과 복을 빌어주는 형태다.

멤버들은 '인디계의 어벤저스'라 불러도 아깝지 않다. 레게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기타리스트 이시문, '까데호'와 '김오키 뻐킹매드니스'의 베이시스트 김재호, 드러머 김다빈이 뭉쳤다. 이시문도 김오키뻐킹매드니스에서 활동 중이다. 추다혜도 음악감독 장영규·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등이 함께 몸 담았던 민요 록밴드 '씽씽' 출신이다.

추다혜는 일단 "밴드 음악이 좋다"고 했다. "밴드 음악은 씽씽에서의 경험이 전부지만, 제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논다는 걸 느꼈다"면서 "제 작업을 한다면 첫 작업은 밴드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추다혜도 '어벤저스 멤버들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 유니크(독특)함에 특화돼 있어 순조롭게 곡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밴드 이름 '추다혜차지스'의 '차지스'는 앨범에 실린 노래 '차지S차지'에서 따온 말이다. "처음에 팀 이름을 정할 때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추다혜와 차지들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다가 띄어쓰기 없이 정식으로 '추다혜차지스'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차지'는 순우리말로 '누군가의 몫'이라는 뜻이다. 이건 내 '차지'고, 이건 네 '차지'야라고 할 때 쓰인다. "'추다혜차지스'는 제가 처음 만든 팀이기도 해 제 '차지'이기도 하고 함께하는 멤버들의 '차지'이기도 하며 이 음악을 듣는 모든 분들의 '차지'이기도 해요."

서도민요(평안도 및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는 민요)와 연기를 공부한 추다혜의 행보는 다양하다. 소리꾼, 배우, 밴드 프런트 퍼슨 등 수식도 다양하다. 무궁무진한 호기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용기"라고 답했다.

"저는 제 내면에 관심이 많고 대부분 그 안에서 많이 해답을 찾는 편이에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제가 좋으면 무조건 해봐야 하고, 용기를 내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라는 얘기다.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다혜차지스. 2020.12.30. (사진 = 소수민족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처음 무가를 밴드사운드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낸다고 예고했을 때, 씽씽에서의 그녀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냥 원래 했던 민요나 하라면서 새로운 작업을 말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정말 시도해 보지 않은 이상 결과가 어ᄄᅠᇂ게 될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실패하더라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추다혜는 우리 음악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지난 2017년 씽씽이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인기 프로그램이자, 음악 마니아들의 힙한 플랫폼으로 통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한국 음악가 최초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통음악이 꼭 현대와 세계와 공감을 해야지 그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많은 사람들과 제 음악을 나누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먼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깨닫는 것', 그리고 '나다움' 즉 '개성'이"라고 생각했다. "동시대성을 갖기 위해 혹은 이목을 끌기 위해 유행에 따른다면, 전통음악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다. "과거의 머물러 있는 것이 왜 좋은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나답게 풀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음악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준 코로나19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가운데추다혜차치스의 음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 19에 싱글앨범 3곡과 정규앨범 1장을 냈어요. 앨범을 제작하고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자식을 낳는 것처럼 귀하고 힘든 순간이더라고요. 지금에 와서 보니 저는 코로나베이비를 낳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많이 애틋합니다."

올해 1월부터 녹음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괜찮아지겠지'하고 넘어가다가 점점 심각해지는 걸 보고 좌절도 했다. 대면 공연이 속절없이 취소되기도 하고, 공연이 연기되면서 준비기간에 기가 빠진 적도 많다.

하지만 "공연을 보러 극장까지 찾아오지 못하시는 분들도 어디에선가 이 음악을 편하고 재밌게 많이 들어 주셨던 것 같아요. 위로를 받으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칭찬인 것 같다"고 여겼다.

올해 추다혜로서 서도민요 싱글을 제작하고, 추다혜차지스로서 무가 정규앨범을 제작한 추다혜는 내년에도 이렇게 균형을 맞추면서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무가 작업을 위해서는 리서치 기간을 갖고, 서도민요로는 관객과 색다른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어떠한 환경이라도 멈출 수는 없으니, 천천히 준비하면서 또 한 스텝씩 재밌는 길을 개척하면서 나아가 볼 계획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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