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브레이브걸스 '롤린' 역주행 열풍이 상징하는 것들
전통 미디어 TV 시대 종언 예고
유튜브 알고리즘 파괴력 커져
:음악 콘텐츠 시장 더 치열해질 것"
[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롤린' 영상과 댓글. 2021.03.08.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브레이브걸스가 4년 전 발매한 '롤린'은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 1위라는 수식을 받을 정도로, 군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일반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군위문 공연에서 이들의 노래를 '떼창'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군시절을 추억하는 군인들의 댓글 등이 합쳐진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누리면서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이후 음원차트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고, 급기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찍었다.
'롤린'의 역주행 현상은 올드 미디어 TV의 종언을 확실히 고한다.
이제 음악·예능 방송 PD를 비롯 전문가들이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튜브 스타' 브레이브걸스를 TV가 거꾸로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화제가 된 영상 클립도 대부분 지상파 음악방송이 아닌 국방TV '위문열차' 출연 영상이었다.
유튜브가 '음악 소비' 플랫폼으로 떠오른 건 이미 몇 년 전이다. '밈(Meme)' 문화와 결합하면서, 노래를 놀이처럼 소비했다. 밈은 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커버'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으면서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겸 배우 비의 '깡' 신드롬이 대표적인 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멤버 하니 춤이 중심이 된 그룹 'EXID의 '위아래' 열풍이 있다.
[서울=뉴시스] 정지훈 '깡'. 2020.06.04. (사진 =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제공) [email protected]
'롤린'은 밈 문화와 아이돌 음악을 즐기는 네티즌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이를 타고 여러 이용자의 유튜브 화면의 메인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롤린'이 그저 그런 곡이었다면, 이런 폭발적인 호응은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롤린'은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3월7일 발표한 곡이다.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를 비롯 프로듀서 차쿤, 투챔프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시킨 경쾌한 업템포 EDM 장르다. 멤버 민영은 뉴시스에 "저희는 처음 이 노래를 받자마자 '우리 이제 뜨겠다'했다. 그만큼 곡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처럼 '롤린'의 역주행 사례는, 흥미로운 콘텐츠는 언제든 재발견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음악 콘텐츠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콘텐츠끼리 경쟁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신구 콘텐츠가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중견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0년대 초중반에 미처 매력이 발견되지 못한 노래나 곡이 많다"면서 "최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등을 통해 과거 곡들이 재조명되고 있기도 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고, 우리도 이전 그룹이나 노래의 매력을 찾아 참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 2021.03.05. (사진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에서는 유튜브를 통한 숨어 있는 노래에 대한 조명을, 팬덤 경쟁의 장이 돼 버린 음원차트 흐름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한다. 몇년 전부터 대중음악계에는 '음원차트 1위곡은 있는데 히트곡은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1위를 찍어도 팬덤만 알고, 일반 대중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음악계도 마케팅의 다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창기에 TV 등 기존 미디어가 아닌 네이버 V앱을 통해 선보인 웹 예능 '달려라 방탄'도 이들의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무조건적인 물량 공세가 아닌, 트렌드에 맞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음악·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IT 등에도 관심이 많은 신입 직원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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