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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긴 '아바타' vs 생소하고 안 유명한 '영웅'

등록 2022.12.13 05:57:00수정 2022.12.13 09: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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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할리우드 '아바타:물의 길' 개봉해

일주일 뒤 한국뮤지컬영화 '영웅' 공개

최고 흥행 감독 간 맞대결로 관심 쏠려

두 영화 모두 뚜렷한 약점 가지고 있어

'아바타' 비싼 값 긴 러닝타임 진입장벽

'영웅' 뮤지컬영화 생소 배우 무게감↓

비싸고 긴 '아바타' vs 생소하고 안 유명한 '영웅'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두 영화 모두 불안요소가 있다."

지난 8일 한국영화 '영웅'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물의 길' 언론 시사회가 잇따라 열린 직후 국내 배급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영웅'은 한국 최고 흥행 감독인 윤제균의 신작이고, '아바타:물의 길'은 할리우드 최고 흥행 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새 영화다. 두 작품은 14일 '아바타:물의 길', 21일 '영웅' 순으로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업계는 대형 영화 2개 작품이 모처럼 영화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관계자들은 두 영화의 동반 흥행을 기대하면서도 두 작품 모두 뚜렷한 리스크를 갖고 있어 성패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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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이 보면 10만원?

먼저 '아바타:물의 길'. 이 영화가 전에 본 적 없는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다. '아바타:물의 길'은 3D 영화다. 기본적으로 3D 영화는 2D 영화보다 2000원 가량 더 비싸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일반 2D 요금은 1만5000원, 3D 영화는 1만7000원이다. 문제는 '아바타:물의 길'이 가장 좋은 품질의 시청각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크린을 통해 봐야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특수 상영관에서 보는 게 더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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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3곳의 대표 특수 상영관인 CGV 아이맥스(IMAX),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SUPER Plex), 메가박스 돌비시네마(Dolby Cinema)는 모두 2만원이 넘는다. 주말 가격 기준으로 아이맥스는 2만6000원, 슈퍼플렉스는 2만1000원, 돌비시네마는 2만4000원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8~10만원을 줘야 볼 수 있다. 물론 이 돈은 뮤지컬이나 콘서트 티켓 1장 값이긴 하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소득이 줄었다는 걸 생각하면 대부분 관객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다.

이처럼 비싼 티켓 가격이 '아바타:물의 길'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2009년 아이맥스 3D 영화 가격은 1만6000원이었다"며 "13년 전과 물가 수준이 다르다고 해도 1만6000원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값이었다면, 최근 특수 상영관 가격은 OTT 시대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바타:물의 길'이 흥행을 못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작처럼 1000만명을 넘길 정도로 흥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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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러닝 타임 역시 부정적 영향을 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아바타:물의 길' 상영 시간은 192분으로 3시간을 훌쩍 넘는다. 현재 10~40대는 10분 내외 유튜브 콘텐츠 혹은 인스타그램·틱톡 등 1분이 채 안 되는 길이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다. 아무리 이 영화가 최고 수준의 영상미를 보여준다고 해도 젊은 세대에겐 다소 버거운 러닝 타임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상영 시간이 길다는 건 상영 회차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는 관객의 선택지를 줄여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캐머런 감독은 지난 9일 열린 국내 기자회견에서 긴 러닝 타임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오래 보면 더 좋은 것이다.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뮤지컬 영화 불모지에서 나온 정통 뮤지컬 영화

'영웅'은 '아바타:물의 길'처럼 비싸지 않다. 상영 시간도 120분으로 적당하다. 문제는 생소하다는 점이다. 안중근 의사를 그린 작품이 뭐가 생소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 장르가 한국 관객에겐 매우 생경하다. '영웅'은 동명 뮤지컬이 원작인만큼 역시 뮤지컬 영화다.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 시장은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다. 한 해 한 편이 채 개봉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없다. 그나마 관객 호응이 있는 게 '라라랜드'처럼 일반 극영화에 춤과 노래 요소를 적당히 섞은 형태이다. 그런데 '영웅'은 정통 뮤지컬 영화에 가깝다. 정통 뮤지컬 영화는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보다 뮤지컬에 더 유사한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대사가 노래로 불리고,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에도 역시 노래가 쓰인다. 국내 관객이 편안함을 느낄 만한 장르는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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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관객을 편하게 해주는 윤제균 감독 특유의 연출은 충분히 녹아들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 영화의 생경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은 이야기가 더 치밀하거나 임팩트가 있는 걸 좋아하는데, 뮤지컬 영화는 상대적으로 서사가 약한 면이 있어 예상보다 고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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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리스크 중 하나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는 그간 동명 뮤지컬로 200회 넘는 공연을 하며 대체불가한 안중근 연기를 해온 베테랑 중 베테랑 배우다. 노래 실력 역시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정성화는 조연 배우다. 슈퍼스타들이 줄지어 출연해도 흥행이 될까 말까 한 현재 영화계 상황에서 원톱 주연의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숨길 수 없는 약점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 인지도가 떨어지면 입소문이 중요한데, 뮤지컬 영화라는 생소함이 과연 입소문을 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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