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For Today]혼자는 어찌 할 수 없네
#오늘의 곡 : 하헌진 '카드빚 블루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클럽 오프 더 레코드에서 공연하는 하헌진. 2023.02.04.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일 오후 이태원역 4번 출구 앞 클럽 오프 더 레코드. 수십명의 관객 앞에서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하헌진이 '카드빚 블루스'를 부르고 있었다. 과거에 전혀 다른 맥락에서 만들어진 곡인데, 최근 이태원 상인과 뮤지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래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각자 음료를 마시며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처럼 노래는 기억의 개별성을 호명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 하는 걸 노래는 대신 기억해준다. 이태원 참사 100일 맞아 이날과 5일 이태원1동 인근 공연장 등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 '렛 데어 비 러브, 이태원(LET THERE BE LOVE, ITAEWON)!'이 증명한다.
"다친 덴 없니 잠은 잘 잤니 / 이 추운 겨울날 집을 나갔니 / 오 나의 야옹아"('오 나의 야옹아')라고 하헌진이 읊조릴 땐 이태원을 떠난 누군가가 기억이 났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그 골목 안엔 수많은 메모가 붙은 벽이 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그 글귀 밑에 수많은 이들이 기억을 쏟아내거나 끄집어냈다. 이날 오후 그 주변의 골목들을 마칭 밴드 '쏘왓놀라밴드'가 순례의 마음으로 돌았다. 이 팀은 '뉴올리언스의 오리지널 사운드'를 지향한다. 이들이 2021년 낸 음반 '서울린스 펑션(Seouleans Function)'이 그랬다.
프랑스령 식민지였던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발상지로 통한다. 피가 혈관을 타고 온 몸에 흐르듯, 재즈가 길을 타고 도시 전체에 흐른다. 이들에게 음악은 슬픔의 승화다. 우리로 따지면 애이불비다. 장례식장에서도 흥겨운 재즈를 연주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후 도시를 재건할 때도 파티를 열었고 재즈가 흘렀다. 이날 이른 오후 이태원에 인파는 많지 않았지만 국내 누군가들도 이 선율을 기억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이태원역 1번 출구 골목 내 '기억은 힘이 셉니다' 벽. 2023.02.04.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우린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일정 기간 대중음악 업계에 유독 엄혹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공연 취소 등 일괄적인 방식으로만 애도기간에 동참하도록 강요 받았다. 이태원은 여전히 그 분위기에 짓눌려있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이렇게 말했다. "지진을 '2만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번이 있었다'고 해야 피해자 저마다를 이해할 수 있다." 그건 위로의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방법이 있다. 노래를 택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159명을 위한 159개의 노래가 있을 것이다. 우리 곁엔 항상 음악이 있었다. 무슨 일을 겪든 음악은 일상적 위안을 안겼다. 음악은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혼자서는 어찌 할 수 없다. 노래로 연대할 수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 말로밴드, 김오키 뻐킹 매드니스, 세이수미, 김목인, 하림, 웅산 밴드 등도 이번 팀 이태원에 함께 했다. 참여 뮤지션들은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단체 및 피해자들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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