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하·디사운드 거쳐 마스·부석순까지…엘리아스, 코즈모폴리턴 뮤지션

등록 2023.02.13 15:14:31수정 2023.02.13 20:06:1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해외 뮤지션 첫 '전국노래자랑' 출연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세븐틴 유닛 부석순과 협업도…'모닥불 청년' 애칭 가칭 친한파

[서울=뉴시스] 13일 오전 홍대 앞에서 만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3일 오전 홍대 앞에서 만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히트곡 '테이크 온 미(Take On Me)'로 19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 밴드 '아하(a-ha)', 1990년대 한국 TV 드라마 OST의 단골 손님이던 뉴에이지 듀오 '시크릿 가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롤프 러블랜드, 포크 음악에 재즈·뉴에이지 등을 아우르는 가수 시셀(Sissel),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영화 '유 콜 잇 러브'의 동명 주제가를 부른 캐롤라인 크루거, 재즈 보컬 잉거 마리, 애시드 재즈 밴드 '디사운드'….

국내에 잘 알려진 노르웨이 출신 뮤지션들이다. 현재 Z세대에게 유명한 노르웨이 뮤지션은 페더 엘리아스(26·Peder Elias). '본파이어'(Bonfire·모닥불)가 국내에서 주목 받으며 '모닥불 청년'이라는 애칭을 단 그는 작년 4월 발매한 데뷔 음반 '러브 앤드 론리니스(Love & Loneliness) 타이틀 트랙 '러빙 유 걸(Loving You Girl)'이 크게 히트하며 인기 팝스타가 됐다.

특히 지난달 15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광주광역시 남구편에 출연해 크게 주목 받았다. 43년 역사의 이 프로그램에서 해외 뮤지션이 게스트로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아스는 이렇게 진정한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세계주의의) 뮤지션'이 됐다. 감미로운 팝 음악을 선보이는 그가 어릴 때 주로 듣고 자란 노래의 주인공들은 브루노 마스, 저스틴 비버, 아델, 션 멘데스 등 영미권 팝스타들이었다.

13일 오전 서울 홍대 앞 호텔에서 만난 엘리아스는 지난해 10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프(SLSL)' 페스티벌로 첫 내한공연했을 당시 홍대 인근에서 진행했던 버스킹이 특별한 기억이라며 음악이 갖고 있는 '소통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15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광주광역시 남구편에 출연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KBS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달 15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광주광역시 남구편에 출연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KBS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관객분들이 현장에서 바로 반응을 해주시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음악이라는 바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 팬들은 따듯해서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노래자랑'도 그렇게 따듯한 기운을 느낀 프로그램이다. 엘리아스가 인터넷에서 여러 동영상 클립을 보다 "따듯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어 한국 관계자에게 해당 쇼에 출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엔 몰랐는데 외국인 아티스트 중에선 첫 출연이더라고요. 한국어로 노래를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하하."

특히 엘리아스는 '전국노래자랑'에서 "허벌나게 좋아요"라는 구수한 전라 방언으로 너스레를 떨어 호응을 얻었다. "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표준어나 방언을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광주에 도착해 '전국노래자랑' 녹화장으로 가면서 택시 기사님에게 제가 하면 좋을 사투리를 추천 받았다"고 웃었다.

과거 영상으로 커버하기도 했고 '전국노래자랑'에서도 부른 혼성그룹 '쿨'의 '아로하'(최근엔 조정석이 리메이크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로 더 알려짐)의 한국어 발음은 꽤 좋다. "인터넷에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게 있는데 따라하니 잘 안 됐어요. 노르웨이어로 다시 받아 적었고 심지어 노르웨이 지역 방언으로 받아적기도 했죠. 제 귀가 한국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집중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서울=뉴시스] 노르웨이 재즈 팝 밴드 '디사운드' 시모네(왼쪽), 조이. 2023.02.13. (사진 = 프라이빗 커브)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노르웨이 재즈 팝 밴드 '디사운드' 시모네(왼쪽), 조이. 2023.02.13. (사진 = 프라이빗 커브)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K팝 그룹 '세븐틴'(SVT)의 유닛 '부석순'의 첫 싱글 '세컨드 윈드' 수록곡 '7시에 들어줘'를 피처링한 엘리아스는 지난주부터 국내 음악방송도 돌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선 부석순 멤버들이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민 무대에 함께 등장해 "사장님 단무지 더 주세요"를 우리말로 얘기했는데 이 역시 발음을 노르웨이어로 적어 연습했다고 한다. 

사실 엘리아스는 음악 활동을 시작하기 전엔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러다 한국 팬들과 소통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해 첫 내한 이후 대면으로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문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한국이 K팝이라는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면, 인구가 한국의 10분의1가량이 되는 노르웨이는 다양한 음악이 공존한다. 다른 북유럽 국가가 그렇듯 헤비메탈 강국이며 민속음악, 신스팝, 재즈 등이 어우러졌다. 음악가들도 많다. 엘리아스의 이복형인 시멘 에리크루드(Simen Matre Eriksrud)는 노르웨이 EDM 듀오 '시비(Seeb)' 멤버다. 에리크루드의 아내 시모네(Simone)는 디사운드 보컬이다. "제가 아무래도 브루노 마스 등 영미팝의 영향을 받았지만 어릴 때 '아하'가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성장했고, 음악하는 형의 영향도 받을 수밖에 없었죠. 노르웨이는 산(山)이 참 예쁜 곳이에요."

최근엔 K팝을 만나면서 음악적인 성장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노래자랑' 외에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부석순의 이번 싱글 타이틀곡 '파이팅 해야지'를 피처링한 래퍼 이영지를 만나 나눈 콘텐츠 이야기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13일 오전 홍대 앞에서 만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3일 오전 홍대 앞에서 만난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 2023.02.13. (사진 = 소니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강남 새벽 3시에"를 가사에 녹일 정도로 한국 문화를 잘 알게 됐고 부석순 멤버 부승관으로부터는 '사랑해'와 자신의 이름 '페더'를 붙인 '페랑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이 방법을 응용해 부승관에게 "부해"라고 했더니 그건 뚱뚱하다는 뜻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많이 웃기도 했단다.

이처럼 천성적으로 따듯함을 품은 엘리아스는 부러 위로를 건네야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고도 위로를 전하는 곡들을 만들어낸다. "처음에 곡을 쓸 때 위로를 해야겠다고 의식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보다 한결 여유로워지기도 했다.

"기존엔 음악에 완벽을 기하고자 했고, 제 색깔에 대해 세세하게 고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젠 자유로워요. 되도록이면 포용하고자 하고 그런 것이 자유롭고 즐겁죠." 그러면서 한국어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팬 여러분 사랑해요. 사장님들 '7시에 들어줘' 꼭 7시에 틀어주세요. 하하."
                                     
엘리아스는 오는 3월24일엔 자신의 신곡 '페이퍼 플레인(paper plane)'을 발매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