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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우기지 않고 변명도 더해지지 않는…이승윤 '꿈의 거처'

등록 2023.02.16 09:37:00수정 2023.02.27 09: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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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2집 '꿈의 거처' 호평

18~19일 서울서 전국 투어 '도킹' 출발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승윤은 '진심의 복잡성'을 아는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신중히 단어를 고르기 위해 침묵하는 시간은 선율 없는 노래가 흐르는 때이며, 그가 자신의 생각이라며 의견을 한정하는 일은 다른 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기 위한 배려다. 쉽게 무엇을 판단하지 않고 어떤 진심이든 그 진실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태도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JTBC '싱어게인'(2020~2021) 우승이 이승윤에게 영광의 순간을 가져다줬지만, 그 오디션 이전의 이승윤과 지금의 이승윤을 양분(兩分)하지 못한다. 재작년 11월 발매한 정규 1집 '폐허가 된다 해도',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꿈의 거처'가 증명한다. 특히 '꿈의 거처'의 타이틀곡 '꿈의 거처' 1절은 오디션 출전 전에 써놓기도 했다.

한 때 광풍이 불던 '오디션 시대'의 종언 이후 오디션의 쓸모 있음을 증명한 이승윤은 노래가 가 본 적 없는 삶의 현장을 여전히 부지런히 오간다. 그 가운데 최대한 상대방의 마음에 가닿기 위한 '적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그 노력의 시간을 변명의 발판으로 깔지 않는다. 지난 시간과 현재의 '거처(居處)'를 동격으로 만들면서 그 어떤 순간도 평가절하하지 않는 겸손의 미학. '멀쩡한 나침반'과 '북극성'이 없어서 길을 잃을지라도 그가 자신을 잃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이유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이승윤은 "'좋은 음악'에 대한 저의 태도는 '변명이 덧붙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이번 음반이 싱어송라이터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초동 8만장이 팔리는 등 주목 받고 있어요. 음반에 대해 '그냥 들쭉날쭉한 그때 그때의 감정들을 한데 묶어 놓았다'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앨범이 나온 이후 그 '들쭉날쭉함'이 정리가 된 부분이 있나요?

"앨범이 '어떤 의미다'라고 확정적인 언어를 갖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하려고 했었던 거구나'라는 감사함은 있어요. 결국 '난 이런 걸 하고 싶었던 사람'이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앨범을 낸 거 같아요. '좋은 음원'이라는 걸 너무 내고 싶었거든요. 어떤 것과 비교해서 '더 좋다'가 아니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색깔을 어느 정도 열심히 담아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승윤 씨에게 좋은 음악의 기준이 있나요?

"제가 듣는 노래의 장르는 다양해요. 그래서 그런 기준은 없어요. (그럼 비교 우위를 따지는 건 아니고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냐고 묻자) 제 음악만 놓고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바라는 저의 태도는 '변명이 덧붙여지지 않는 것'이에요. '이 사운드가 이런 요건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음악 그 자체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요. 물론 누군가에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난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음악. '이건 좋은 거야'라고 우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중간 단계가 있었어요?

"음악은 여러 장인들을 만나야 낼 수 있어요. 혼자 할 수 없죠. 전 장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보니 아쉬운 퀄리티의 곡들이 많음에도 우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변명을 덧붙이면서요. 소위 케이팝(K-pop)이라는 음악은 점점 더 완성도가 높아지잖아요. 케이팝처럼 자본을 들이지 못하고,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세계적인 밴드처럼 레코딩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선 사운드가 좋았으면 했어요."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음반의 라이너 노트(해설문)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가사를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듣는 분들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개입을 하시면 좋을 거 같아서, 지양하는 편이죠. 그래서 가사에 대한 내용보다는 작업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저도 과거에 어떤 식으로 작업에 접근을 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특히 싱어송라이터로서 배울 수 있는 교재가 없어서 그런 쪽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편이에요.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나 결과물을 만족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순간이 있었다'라는 이야기요. 그 완성 과정에 얼마나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설명을 하고 싶었어요. 제 이야기만 쓰면, 저 혼자만 만든 음반이 되니까요."

-다 같이 한다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건가요?

"제가 인싸(인사이더)거나 '으쌰으쌰'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걸 저 혼자 다 하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음악이라는 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싱어송라이터는 자칫 그런 걸 잊는 순간도 생길 거 같아요.

"팬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거기에 도취되는 순간 끝나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믹스, 레코딩에서도 저희 세대 장인들이 많이 나와야 가수도 살 수 있거든요. 다양한 이 결과물을 내기 위해 장인들이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고 고마운 존재들인지 이번 앨범에서 '샤라웃(Shout Out)'을 하기로 다짐했죠."

-첫 트랙 '영웅 수집가'는 기존에 냈던 싱글입니다.

"'영웅 수집가'가 제일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아예 못 들어봤던 곡을 녹음하는 건 부담 없는데 많이 좋아해주신 곡이라 부담이 됐죠. 앞서 싱글로 낼 때는 홈레코딩을 했는데 사운드를 웅장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속임수를 많이 넣었어요. 요소 요소 과잉된 걸 넣은 거죠. 그런데 원곡의 날 서 있었던 부분과 거친 부분을 이번에 빼고 단순 퀄리티 업만 되면 안 될 거 같았어요. 그건 '원곡의 딜레마'이기도 하죠. 원곡보다 좋은 재창작물은 없잖아요. 그걸 알았지만 아쉬움을 풀고자 제 욕심으로 다시 녹음했어요. 이종한 작곡가가 스트링을 도와줬는데 리얼로 하고 싶었다는 얘기도 했고요. 원곡을 레코딩 할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분위기를 재현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죠. 그래도 노래가 가지고 있는 '날 섬'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말로장생' 사운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요?

"'어떤 장르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걸 하고 싶었어요. 구간 구간별로 다 색다른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구간 별로 드럼 스네어가 다 달라지면 좋을 거 같았어요. 여러가지 스네어를 사용했죠."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악기가 있나요?

"국악기를 하나 정도 해보고 싶어요. 국악기를 대중음악에 충분히 잘 녹아들게 사용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인도 전통악기인 '시타르'는 비틀스가 들고 나와 전 세계적인 악기가 됐잖아요. 물론 국악기에 대한 이해가 더 있어야 해요. 필요에 의해 국악기를 가미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국악은 제가 어릴 때 청취했던 음악에 포함돼 있던 요소는 아니에요. 그래서 그 악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다른 시선을 준다고 할까요. 물론 제가 잘 다루지 못하면 안 할 겁니다."

-'야생마'엔 국악 기반의 포스트 록밴드 '잠비나이'에서 기타·피리·태평소를 맡는 이일우 씨가 함께 했습니다.

"곡을 만들자마자 제가 좋아하는 잠비나이의 이일우 님이 태평소를 맡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짧은 구간이라 부탁드리는 게 예의일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아이디어를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히 작업했죠."

-잠비나이는 어떤 부분이 좋은가요?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를 다른 방식의 다른 화법으로 들려주시는 느낌이에요. 이일우 님의 이번 연주가 그런 생각에 딱 맞아 떨어졌어요. 야생마를 울타리 안으로 들여와서 잘 다듬어야지라는 게 '야생마' 가사 내용인데 1절에선 '왜 잘 안 다듬어지니'라고 하고, 2절에선 왜 '다듬어졌니'라고 해요. 후주 때는 야생마가 혼자 미처 날뛰는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앞에 등장한 악기가 아닌 다른 악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타이틀곡 '꿈의 거처'가 이번 앨범의 시작이라고요.

"오디션 나가기 전 1절까지 만들어 놓았던 곡이에요. 오디션 이후에 제가 해야 할 임무와 책임을 다하고 나서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제 쓰임새나 역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이 들던 찰나에 완성한 곡이죠. 이 노래가 완성돼 이번 앨범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기도보다 아프게'는 발라드인데 표준화된 스타일은 아니에요.

"함께 슬퍼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모두가 진짜 동일하게 똑같이 슬퍼할 수 있을까 생각한 거죠. 슬픔을 릴레이하면 슬픔 자체를 그 슬픔 자체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죠. 사운드적으로 어려웠던 곡이에요. 만들다보니 대곡이 됐는데 너무 표준화된 발라드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서, '날 것의 느낌'이 날 수 있게끔 끝까지 고민했어요."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승윤. 2023.02.16. (사진 = 마름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995년 여름'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승윤 씨가 유일하게 가사를 안 쓴 곡이죠. 최지인 시인님의 동명 시에 멜로디를 붙였습니다.

"이 노래 때문에 앞서 싱글로 낸 '영웅수집가' '시적 허용'도 재녹음했어요. '1995년 여름'은 최지인 시인님 행사를 위해 1회성으로 만들었던 곡이에요. 재밌었고 최지인 시인도 너무 좋아해줘서 음원으로 냈죠. 그런데 사운드적인 퀄리티는 아쉬웠어요. 시인 친구는 좋아해줬고 그의 부모님도 노래를 좋아해주셨는데 아버님께서 '근데 음질이 안 좋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셨대요. 제 모든 고민이 담겨 있는 채찍이었어요. 음악가들 입장에선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들으시는 분들 입장에선 음질이 안 좋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음질이 좋은 버전을 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고 이번에 재녹음을 한 거예요. 음반을 내고 부끄러워서 아직은 최지인 시인을 만나지는 못했어요. 하하."

-'애칭'이 마지막 트랙이 된 이유가 있나요?

"앨범을 기획할 때는 이 시점까지 제 노래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작년 4월 즈음에 앨범 기획을 시작할 때는 ('싱어게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 상태였죠. 근데 의무와 책임이라고 말했지만 즐거운 요소가 많았어요. 관객분들을 만나고 즐거운 순간을 보내면서 서로 주고 받은 별칭이 많았죠. 오디션에 나올 때도 '30호'라는 칭호로 등장했잖아요. 여기에 제 노래 중 '이별 노래'가 없는데, 이별 노래도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이별 노래를 안 쓴 이유는 구체적인 상황이 담긴 이별 노래를 하면 당사자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아예 '허구의 이별 노래'를 써보고 싶은 마음과 별칭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 두 가지를 섞어서 곡을 만들었어요."

-노래를 만들 때 윤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너무 갇히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한 번씩은 생각을 해요. 어떤 가사를 윤리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제가 쓸 때는 고려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너무 디테일한 묘사는 안 하려고 해요. 물론 가감없는 예술가 분들을 존경하고 그런 분들의 작품도 즐겨봐요."

-오는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도킹'을 엽니다. 서울 공연은 불과 3분만에 티켓이 매진됐다고요.

"사실 이번 앨범의 기획은 '현타'(현실 자각 타임)에서 시작했어요. 기대하지 않음에서 시작한 거죠. 앨범을 준비하면서 나간 페스티벌에서 아직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정말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밟은 게 전 감사해요. 코로나로 인해 무관객으로 카메라 앞에서 공연했고, 관객이 있지만 마스크를 쓴 채였고, 그러다 마스크를 썼지만 함성은 지를 수 있는 형태로 공연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는 공연을 해요. 제가 상황에 금방 익숙해지는 타입이라 해당 상황이 '감사한 일이구나'라는 걸 일찍이 까먹을 텐데 순차적으로 밟다 보니 그 감사함을 잃지 않게 됐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혹은 이번 앨범을 낸 뒤 '꿈의 거처'는 찾았나요?

"막연하게 알고 있고, 사실은 얼추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꿈의 거처'가 무엇이다라고 공표할 생각은 없어요. 제 창작물이 혼자 알아서 살아나가길 바라는 타입이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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