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 인터뷰]강계열 할머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후
궁금, 궁금한 금요일
【원주=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한 음식점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가 머리에 고깔을 쓰고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왼쪽부터 진모영 감독, 강계열 할머니, 한경수 PD, 앞은 할머니 둘째 딸.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22일 강원도 원주의 어느 음식점, 95세 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2014년 개봉해 관객 480만명을 모으며 역대 독립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인공 강계열 할머니다.
딸들과 사위, 손주들, 그리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과 김혜경 타라필름 대표 부부, 한경수 PD 등이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
【원주=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한 음식점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가 머리에 고깔을 쓰고 생일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우리는 저고리도, 바지도 똑같이 색 맞춰 입고 다녔어. 할아버지가 ‘우리 할머니 없으면 못살아’ 하면 ‘나도 그래요’ ‘우리 이래 살다가 똑같이 갑시다’ 손 붙잡고 그랬어. 혼자 가면 어떡해.”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가 작약 꽃밭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할머니는 할아버지 생전에 삼시세끼 밥을 새로 지었다. 할머니는 고기냄새, 비린내를 맡는 것이 싫어 채식을 하는데 할아버지는 고기를 좋아하니 늘 정성스레 반찬을 따로 만들었다. 76년 동안 사랑이 가득 담긴 밥상을 차리다가 “지금은 먹어도 나 혼자 먹으니 목이 탁탁 막혀”라고 한다.
진모영 감독·김혜경 대표 부부와 한경수 PD는 1년이면 몇 번씩 할머니를 찾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다음에 발표한 ‘올드 마린보이’의 촬영지가 고성이어서 서울에서 고성까지 왔다갔다 하며 할머니에게 들른다. 할머니의 딸들과도 언니누나하며 지낸다.
“엄마, 여기 좀 봐봐” “이쪽은 그림이 별로인데, 자리 옮기자. 이쪽이 사진이 잘나와.” 연출에 능한 할머니의 막내딸 조수영씨는 ‘조 감독’으로 불린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국수를 두 박스나 챙겨 와 언니들과 나누고, 언니들은 둘째언니가 캔 쑥으로 해온 할머니 생일떡을 진 감독 부부와 한 PD의 차에 실어준다.
이들은 영화 촬영 후 한 가족이 됐다. 할머니는 “빵 먹으면 영화 빵점된다”고 좋아하는 빵도 안 먹고,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진다”고 영화 개봉 앞두고는 미역국도 안 먹었다. “우리 감독님이 잘 돼야해서”다.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와 진모영 감독이 작약 꽃밭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와 진모영(오른쪽) 감독, 한경수(왼쪽) PD가 작약 꽃밭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할머니는 “감독님 온다고 좋아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작년 생일에도 여기 작약 꽃밭이 이렇게 예뻤어. 작년에도 여기 왔어”라며 꽃향기를 맡는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손톱에 빨간 봉숭아물도 들였다며 보여준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여기 뱀이다”고 외친다. 작은 뱀이 스스슥 도망가 버린다. 할머니는 벌레는 무서워해도 뱀은 잘 잡는다. 뱀을 잡아 나무 위에 걸쳐놓는다는데 ‘소녀 감성’ 할머니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가 진모영 감독, 한경수 PD에게 봉숭아 물 들인 손톱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노인대학생들이 함께 놀러다니기도 한다. 올해만 주문진을 벌써 세 번 다녀왔다. “나는 회를 못 먹는데 주문진에 자꾸 가네. 가면 회 못먹는 나 먹으라고 꽁치도 구워주고 그래.” 사실 할머니는 꽁치도 못 먹는다. 그래도 그렇게 챙겨주는 이들이 고맙다. 어버이날에 꽃을 달아준 노인대학 운전기사가 고마워서 내년에 그 꽃 다시 달려고 집에 잘 넣어 놨다.
할머니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점점 더하네. 내가 TV 좀 나왔다고 사람들이 악수하자는데 그 손을 어떻게 뿌리쳐. 안 하면 불편하지. 그래서 나는 애기들하고도 인사하고 사람들하고도 악수하고 하는데 딸들은 걱정되니 말리곤 하지.”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와 진모영(왼쪽) 감독, 한경수 PD(오른쪽)가 작약 꽃밭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하하호호, 그렇게 즐거웠던 하루가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다. 진 감독 부부와 한 PD는 할머니를 부둥켜 안고 인사를 나눈다. “건강하게 잘 계세요. 금방 또 올게요.”
【횡성=뉴시스】조수정 기자 = 2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와 진모영 감독이 창포 꽃이 펼쳐진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날은 할머니의 95번째 생신이다. 2019.05.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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