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코로나' 불똥 튀나…中대사 내일 이례적 긴급회견(종합2보)
14일 이내 中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한중 관계 고려해 전면적 입국 금지 자제한 듯
중국 여행경보 '철수 권고' 번복도 中 눈치보기?
文대통령 "불가피한 조치"…中 협력·지원 강조
싱하이밍 신임 中대사, 이례적 긴급 회견 예고
시진핑 방한 연기론도…정부 "차질 없이 추진"
전문가 "방역 등 협력 땐 관계 개선 기회될 수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수원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3일 오후 경기 수원역 환승센타에서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협의를 이어나가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오는 4일 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질 때까지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해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비자 없이 입국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입국제도 역시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주말 사이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고,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지만 감염된 2차, 3차 환자가 속출한 데 따른 특단의 조치다. 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15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중국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일 자정까지 전국 31개 성에서 사망자수는 361명, 감염자는 1만7205명으로 집계됐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사스 당시 중국 본토 확진자 수치를 넘어서자 세계 각국은 잇따라 중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62개국은 중국인 방문자 입국 금지와 중국행 노선 중단 등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 역시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를 통한 감염 확산 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중국 체류·방문 외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가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여행과 교역 제한은 반대하다'고 밝힌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후베이성 체류 또는 방문 외국인에 대한 일시 입국 제한과 제주 무사증 입국 잠정 중단 등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중국에 적극적으로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며 중국과의 '연대론'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힘을 모아 지금의 비상상황을 함께 극복해야하고 이웃국가로서 할 수 있는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나누고 연대할 때 진정한 이웃이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각국의 잇따른 중국인 입국 제한 결정에 반대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달 30일 부임한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WHO는 '중국으로부터의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나친 행동을 취했다.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한다. 관련 국가들이 WHO의 건의에 부합하는 과학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나아가 오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정세 설명을 위한 자리라는 설명이지만, 한국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부임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도 제정받지 않은 신임 대사가 국내 언론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중국 정부의 우려 및 불만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0.01.31. [email protected]
이에 외교 당국은 관련 대책 발표에 앞서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등 한중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중국도 긴급 상황에서 대응하고 우리도 국내적으로 대응하면서 서로 상당히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수시로 설명하고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한 교민들 귀국 조치를 포함해 중국과 굉장히 소통이 잘 되고 있다"며 "외교 마찰이 있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정부의 소통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한 지역에 있는 교민을 한국으로 데려올 계획이었지만 중국과 협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2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운항했다.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전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현재 여행자제 단계에서 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 후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는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바꿨다.
이어 2시간 후에는 '중국의 여행 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변경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확산 추이를 살피며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사실상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며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4월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 등 중국의 중요한 외교 일정과 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달 27일 보도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박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수본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전략 실행 계획 등을 각 부처 차관들과 논의하고 있다. 2020.02.03. [email protected]
정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후에도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 장관은 "양국 간 외교 일정에 있어서는 기 계획된 외교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합의가 있고, 또 앞으로 만들어나갈 중요한 외교 일정에 있어서도 양국 간 있는 협의 채널을 통해서 계속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함께 위기에 대처해 가면서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국에 5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긴급 제공하는 등 인도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민관과 협력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 물품을 지원했으며, 우한에 인접한 충칭시 등에도 30만불 상당의 정부 지원품을 지원키로 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과 무역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강대국이 취하는 조치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안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우한 폐렴은 중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세계의 문제로 방역과 관리, 역학조사 등 다양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한 폐렴 때문에 한중 관계에 특별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함께 노력했을 때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상태로 확산되면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게 국내적으로 부담이 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개연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한중 관계 악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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