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구호협회 '이사회 구성' 놓고 행안부와 대립 격화
與 "배분위-이사회 분리, 투명성·공공성 높여야"
野 "자율성 보장…의연금 모집기관 이사회 참여"
협회 "행안부 감사·국회 청원, 관변단체화 시도"
[세종=뉴시스]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사회·배분위원회 개혁 관련 재해구호법 개정안 관련 설명자료에 대해 반발했다. 자료는 행안부의 설명자료와 재해구호협회의 반박자료 내용 일부. (자료=재해구호협회 제공) 2021.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재난구호 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재해구호협회) 이사회 겸 배분위원회 개혁안을 담은 재해구호법 개정을 두고 행정안전부(행안부)와 재해구호협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30일 행안부와 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행안부 재난복구정책관실은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5월 임시국회 상정 법안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재해구호협회에 대한 법적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재해구조협회의 투명성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겸 배분위원회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골자의 재해구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도 지난 17일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 재난구호 성금 모금과 배분 집행은 재해구호법에 따라 설치된 민간 법정구호단체인 재해구호협회가 맡고 있다. 1961년 언론과 민간의 주도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모금 단체로, 2001년 재해구호법 제정과 함께 법정기관이 됐다.
재해구조협회는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대한적십자사 등 다른 기관과 달리 이사회가 즉 배분위원회다. 이사회는 주로 언론인과 민간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회장은 전 중앙일보 부회장, 부회장은 양승동 KBS 사장이 맡고 있다.
행안부는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재해구호협회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7월 사무검사 결과 총 9건에 대해 행정상 조치를 했으나 재해구조협회가 8건을 수용하지 않았다"며 "사무검사 결과 불수용 등에 대한 제재 수단 부재로 법적 관리·감독 권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한정애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 사항도 함께 명기했다. 한 의원은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386억원을 모금했으나 122억원만 배분했다"며 "2017~2019년 계속 의연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배분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적집사와 공동모금회는 보건복지부, 국회 보건위원회 등 감사를 받고 있으나 재해구호협회는 완전히 치외법권의 영역"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구호협회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국정감사 2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재해구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재해구호협회 배분위원회를 이사회와 분리해 20인 이내로 구성하고, 의연금 모집기관과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는 전문가 등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협회와 의연금 모집기관, 행안부 장관 지명자 중 어느 한 쪽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내용, 행안부의 지도·감독 관련 근거를 담았다.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의원도 재해구호협회 지난 17일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비영리법인인 재해구호협회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재해구조협회에 배분위원회를 두되 의연금 납부 관련 단체가 이사회에 참여를 보장하고 이사회 규정을 법에 명시도록 했다. 행안부의 지도·감독 관련 근거와 함께 재해구호협회 지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고 있다.
두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계류돼 있다. 추후 법안 심사 단계에서 한 법안으로 통합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행안부가 설명자료를 낸 이유도 야당이 새로 발의한 법안보다는 여당의 법안에 힘을 싣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행안부 관계자는 "입법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라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여당의 법안은) 이사회 구성을 바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참여하면 어떠냐는 차원에서 발의됐고 행안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해구호협회는 행안부 설명자료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고, 법 개정이 민간단체를 관변단체로 바꾸고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재해구호협회는 행안부가 지난 2018년 사무감사 이후 '행안부 장관이 배분위원 3분의 1을 임명한다'는 내용의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다가 재해구호협회 반발에 중단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사무감사에 이어 12월 행안부의 영향력을 높이는 골자의 여당 의원입법이 추진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재해구호협회 측은 "2018년 행안부가 개정을 시도한 내용과 동일한 법 개정안을 한 의원실이 대표 발의했다"며 "재난 10년간 정부와 정권이 바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법자의 허위제보를 빌미 삼아, 투명성이라는 미명 하에 민간단체에 거짓 프레임을 씌워 관변단체화 하려는 행위를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해구호협회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정부·국회의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보조금 또는 지원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중 2013년 소방방재청 종합감사, 2018년 행안부 사무검사, 2020년 행안부 사무검사를 받았다"며 "관리감독이 없다는 표현은 허위사실이자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라 행안부와는 무관한 이야기"라며 "공적인 의연금과 기부금을 관리하는 단체인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이 추진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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