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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사태로 소환된 '공공SW 참여제한'…예고된 참사일까

등록 2023.06.27 15:05:08수정 2023.06.27 16: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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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부작용 vs 기업규모가 아닌 '실력'의 문제

대기업 참여제 완화·SW 제값인정 등 제도 개선없인 '제3의 나이스 사태' 불보듯

[세종=뉴시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전 4세대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개통을 앞두고 15일 오후 6시부터 21일 오전까지 전체 서비스 운영이 중단된다. (자료=나이스 대국민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전 4세대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개통을 앞두고 15일 오후 6시부터 21일 오전까지 전체 서비스 운영이 중단된다. (자료=나이스 대국민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교육부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통 오류 사태로 전국 초중고 교사들의 불만이 폭주한 가운데 시스템 개발사와 교육부의 성급한 개통 일정에 일차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참여 제한 등 공공 소프트웨어(SW) 발주 제도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나이스 사업에 대기업 참여 요구했지만 4차례나 묵살

2020년부터 올해 개통을 목표로 2800여억원이 투입된 교육부의 4세대 나이스 구축 사업은 중견 시스템통합(SI)기업인 쌍용정보통신이 주 사업자로 참여했다. 교육부는 당초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감한 시스템이라 대기업에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었지만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탓에 중견기업에 맡겨야 했다.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란 공공SW 사업 발주 시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고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2013년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하며 도입됐다. 단, 국가 국가안보나 신기술 적용 분야 등은 심의 절차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4세대 나이스 사업 발주를 앞두고 교육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예외사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4차례나 심사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이번 나이스 불통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기업 참여제한 규제가 꼽히고 있는 이유다.

대기업의 공공 프로젝트 독식을 막아 역량있는 중소·중견 SW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일부 공감하지만,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 지난 10년간 공공 정보기술(IT) 시스템의 품질이 떨어지고 오히려 SW 개발 경쟁력만 약화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던 2020년 온라인 개학 당시엔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접속 오류가 발생했고, 2021년엔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이 마비된 사례가 있었다. 이 때마다 대기업들이 긴급 투입돼 사태를 해결했다. 정작 시스템 구축사업자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이 제도 탓에 시장 민간 영역에서 자생력을 잃고 공공사업에만 매달리는 중소 기업만 늘렸다는 비판도 있다.

대기업이 맡았으면 잘했을까

나이스 오류 사태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와 결부짓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업 수행사의 개발 및 운영 능력과 발주처의 무리한 개발 상용화 일정이 문제이지,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실제 2011년 구축된 3세대 나이스의 경우 삼성SDS가 주사업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수능 점수 오류로 당시 전 수험생의 성적을 재산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시스템 구축 기간 등과 관련한 문제로 인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LG CNS 컨소시엄이 참여한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해 각종 사회복지수당 지급이 누락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SK C&C 컨소시엄이 맡은 우정사업본부의 차세대 금융 시스템에서 외부인증 오류가 발생해 오픈 당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모두 대기업이 주 사업자로 진행됐던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중소기업 등 규모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개발·시행할 수 있는 실력의 차이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발주처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건 시스템 개통 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무한책임을 지게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 진입 규제보단 적정한 구축기간을 주지 않거나 과업을 자주 바꾸는 등 발주사들의 사업관리 역량이 시스템의 안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SW 제값 주기" 왜 안되나…공공SW 발주제도 전반 손 봐야

공공 시스템이 과거 공무원 업무망에서 국민 생활과 편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국민 서비스망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중소·중견기업과 상생하면서도 공공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무조건 막기보다 사회 영향력이 크고 사후 품질 관리가 중요한 시스템의 경우, 대기업 진입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형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진입 규제보다 공공 시스템 개발 수행사들이 제대로 된 SW 대가를 받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기술 발전 트렌드와 맞물려 정부 발주 과제들이 지속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만큼, 추가 과업에 대한 적정가(제값)가 지급될 수 있도록 공공SW 사업에 대해서 예산 지급 프로세스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단 사업을 발주한 뒤 추가 작업과 개발컨셉 변경 등 추가 비용발생 요인에 대한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 10년간 공공 SW 프로젝트가 중소기업 위주로 파편화돼 진행된 상황에 클라우드·AI 등 공공 시스템에 대한 개발요구 사항들이 확 늘다 보니 시스템 확장 시 오류 가능성이 커졌다"며 "발주 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이 없다면 당분간 나이스 뿐 아니라 다른 정부공공 시스템들 역시 시스템 사고는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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