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RM도 호암미술관…하반기 '니콜라스 파티' 연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16일 종료
폐막 앞두고 관람객 발길 이어져…7만 명 돌파
불상 자수 등 한·중·일 불교미술 걸작품 92점 한자리
9월 현대미술 스타 작가 '파티' 韓 첫 개인전 벌써 주목
호암미술관에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시에서 가장 인기인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7세기 중반, 개인 소장).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백제의 미소 이제 봤다. 진짜 오묘하다", "와~잘생겼다"
경기 용인 골짜기에 있는 호암미술관 불교미술 첫 기획전이 대박이 터졌다. 최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방탄소년단 RM이 봤다고 알려지면서 관람객 발길이 더 이어지고 있다. 1주일새 1만 명이 늘어 7만 명을 넘어섰다.
오는 16일 전시 종료를 앞두고 미술관은 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 찾은 전시장은 평일임에도 관람객이 넘쳤다. "다시 볼 수 없는 전시일 것 같아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왔다"는 미술계 인사부터 "한·중·일 불상이 모셔진 전시는 꼭 봐야 해서 마음먹고 왔다"는 스님들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호암미술관은 젠더 관점에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언론공개회를 25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갖고 약 90여 건의 불교미술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특히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7세기 중반, 개인 소장)'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관람객들의 사진 세례를 받으며 앞태 뒤태 미모를 뽐냈다.
모델 포즈같은 자세와 오묘한 미소까지 자아내 감탄을 일으키고 있는 이 불상은 국내 첫 공개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높이 27cm로 은은하게 웃는 모습이 압권이어서 '백제의 미소'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가져갔다가 2018년 6월 존재가 드러난 이 불상은 문화재청이 42억 원에 매입하려 했으나 환수가 불발됐다. 소유자가 150억 원을 제시하면서다. 호암미술관은 "개인소장품인 이 불상을 이번 전시를 위해 대여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불상과 조각상은 모든 면에서 감상할 수 있게 유리관에 전시 작품 사이사이를 누비며 관람할 수 있다.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이승혜 학예연구사가 5년 간 절치부심한 내공이 발휘됐다. 2021년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임명되면서 추진됐다. 기획안만 갖고 있던 이 학예사가 김 부관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작된 전시는 섭외력이 큰 힘이다.
고미술품의 경우 대개 사찰에 있고 국보 보물급이어서 쉽게 내주지 않지만, 이 학예사의 친화력과 적극적인 열정으로 중국과 일본의 고미술품을 호암미술관까지 들어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석가모니 일생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 세트의 일부인 '석가탄생도'(일본 혼가쿠지)와 '석가출가도'(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를 세계 최초로 한 자리에서 전시해 화제가 됐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에 나온 불상들은 앞 모습만 아니라 듬직한 뒷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게 유리관에 전시했다.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석가여래삼존도'(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47건이 한국에서 처음 전시되고, '금동 관음보살 입상',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어 호암미술관의 위력을 과시했다.
고서화는 자국 소장처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고, 한번 전시되면 상당 기간 작품 보존을 위해 의무 휴지기를 각별하게 챙긴다. 성황리에 열리지만 연장 전시를 할 수 없는 배경이다.
세계 각지에 소재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전시는 오로지 작품 만을 위한 조명을 밝혀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이 때문에 '왜 전시장이 껌껌하냐', '글자가 안 보인다' 등의 항의도 있지만 이 학예사는 '무가지보'의 작품들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작품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욕심을 냈다.
이승혜 학예사는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 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연꽃’에 비유해 전시장은 여성의 자궁이나 (석굴암)동굴처럼 연출했다"고 밝혔다.
어두운 공간 속 오로지 작품 만을 위해 조명을 설치한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관람객들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정왕후 후원으로 제작한 ‘약사여래삼존도’(156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호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은 여성들의 염원과 공헌의 관점에서 불교미술을 조명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유교적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 조선 시대 왕실에 남긴 '궁중숭불도'를 보면 많은 왕실 여성이 불교 신자였음을 알 수 있고, 12살에 죽은 '순회(順懷)세자'를 위해 '문정왕후'가 제작을 후원한 '석가여래(삼존도)'는 불교미술의 진흥에 빛나는 역할을 했다. 왕후는 자신의 무병장수, 왕손 생산을 기원하며 불화 400점을 그리게 했고, 현존하는 작품은 6점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약사여래삼존도’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석가여래삼존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전시되어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성은 불교를 지탱한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 기여해 왔다는 것을 증명한 이번 전시는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담을 타파한다.
억압된 시대,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조선 여성들의 당당한 에너지를 전파한다. '깨달음에 있어선 성별이 없다'는 불교의 평등사상이 새삼 돋보인 전시다. 지난 3월27일 개막한 전시는 오는 16일 폐막한다.
[홍콩=뉴시스] 박진희 기자 = 크리스티 홍콩 프리뷰 전시장에서 선보인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 크리스티 홍콩 11월 경매에서 니콜라스 파티의 'Blue Sunset'는 한화 약 88억에 낙찰,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2.11.29. [email protected]
한편 호암미술관 관람 열기는 계속 될 전망이다. 하반기 전시도 뜨겁다. 현재 '동시대 가장 핫 한' 스위스 현대미술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42)개인전이 이어진다. 오는 9월 여는 이 전시는 '작품이 없어 못 파는' 작가의 한국 첫 미술관 전시여서 세계 미술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는 삼성문화재단 60주년 기념으로 겸재 정선(1675~1759)의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인 국보이자 진경산수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을 비롯해 간송미술관과 협업으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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