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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취업전선으로…"월급 400만원 피부과 노크"

등록 2024.07.25 19:01:00수정 2024.07.26 0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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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통증의학과 등 취업

종합병원 병동 당직도 지원

필수의료 위기 가속화 우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후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동네 병·의원(개원가)과 종합병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구직 경쟁이 시작됐다. 전공의들은 주로 피부과·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 취업하거나 종합병원 병동 당직 의사 등에 지원하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들이 지난 22일 시작된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고 개원가를 향하고 있다.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 중 사직 처리된 인원은 7648명으로, 약 56%를 차지한다. 일부 수련병원들이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를 미룬 것을 감안하면 실제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1만 명 이상에 달한다.

사직 전공의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이미 딴 의사 면허로 동네 병·의원이나 종합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해 일반의로 활동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병원에서의 수련을 포기해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아직 숙련되지 않은 데다 수요 대비 공급이 늘면서 급여 수준은 높지 않지만 피부과·마취통증의학과 등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서울의 A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전문의는 "최근 전공의들의 취업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피부·미용 분야에 취업하는 전공의들의 초기 월급은 400만 원 정도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최근 공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미용, 피부 분야도 레이저 시술 등을 배우려면 보통 몇 달 정도 필요하다"면서 "숙련도가 올라가면 페이도 차츰 올라가게 된다"고 했다.

수도권의 B 비뇨기과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경제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주 2~3회 정도 일하면서 일을 배울 수 있는 파트타임을 많이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종합병원 병동 당직 의사에 지원하는 사직 전공의들도 많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C 관계자는 "병동 당직 의사 모집 공고를 냈는데 이력서가 예상보다 많이 접수돼 놀랐다"면서 "병동 당직 의사는 오더(처방)를 내리거나 문제가 생긴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데 진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회 차원에서 후배 의사인 전공의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전날 25개 구의사회장단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고 지역 의사회 차원에서 전공의 취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사태 장기화로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를 향하기 시작하면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위기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전공의들은 주로 암·중증·희귀 난치질환 등 고난도 진료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해왔다. 특히 '빅5' 병원의 경우 전국의 희귀·난치질환 환자가 몰렸다.
 
과거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중도 포기한 D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사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많다"면서 "정부는 향후 전공의들이 밀물처럼 다시 들어올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을 포기하고 개원가에 취업하거나 개원하게 되면 그 생활에 적응하게 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고 했다. 

B 전문의는 "필수의료를 전공하던 전공의들 중 당장 개원할 수 있는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를 배우려는 수요가 꽤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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