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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위조 표지에 갈 곳 잃은 장애인…"탑승자 기준으로 발급해야"

등록 2024.11.23 07:00:00수정 2024.11.23 0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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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비장애인의 불법 점유 심각

5년간 위반 건수 3배 증가…표지 위조해 사용하기도

"보행 불가능한 자가 탑승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서울=뉴시스] 정유진 인턴기자 = 유효기간이 지난 표지를 단 차량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다. 2024.11.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유진 인턴기자 = 유효기간이 지난 표지를 단 차량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다. 2024.11.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정유진 인턴기자 = "차가 정면이 아니라 뒤를 보고 있길래 이상해서 보니 옛날에 쓰던 네모난 표지였어요. 그런 것들이 확인도 안 되고 장애인 표시가 있다는 이유로 거기에 차를 대는 거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무분별하게 차를 대고, 장애인사용자동차등표지(표지) 위조·부정 사용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장애인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남민(42)씨도 표지 부정 사용을 신고하기까지 했지만 실질적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고 했다.

뉴시스가 이달 8일부터 4일 간 서울 시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18곳을 살핀 결과 불법 주차, 유효기간이 지난 표지 사용 등 다양한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법원 주차장 등 곳곳에 표지가 없는 차들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돼 있었다. 반포 한강공원에서는 일반 주차 공간이 충분했던 평일 낮임에도 유효기간이 지난 표지를 단 차량 한 대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7일 국민신문고에는 "요즘 가짜 장애인 행세를 하면서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넘겼거나 가짜 또는 위조한 장애인 주차표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위반 사례를) 신고하면 과태료 일부를 장애인 단체에 지급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는 공개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표지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984건이다. 5년 전인 지난 2019년 333건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서울=뉴시스] 정유진 인턴기자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무분별하게 주차하면서 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2024.11.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유진 인턴기자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무분별하게 주차하면서 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2024.11.23. *재판매 및 DB 금지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공식 '주차 가능' 표지를 부착하고,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탑승해야 한다. 장애인 표지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어기면 불법 주차는 10만원, 표지 불법 사용은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 주차가 단속의 경우 과태료 10만원만 내면 사실상 무기한 주차도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주차하더라도 표지가 부착돼 있으면 보행이 어려운지 여부까지 단속하는게 쉽지 않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단속하는 인천지체장애인협회 연수구지회 분회장 김문환(64)씨는 "비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고 내리는 경우가 거의 90%"라며 "단속을 위해 촬영과 신고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불법 주차를 신고할 수 있지만 실제로 보행이 어려운 사람이 동승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표지가 부착돼 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비장애인이 이용해도 단속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과태료 인상과 시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석 한국장애인녹색재단 중앙회장은 "현행 과태료 수준이 낮아 경각심이 부족하다"며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남민 열린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시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안내 문구나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되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중증 장애인 차량 우선으로 배정하는 등 현행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영민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10만원 내외의 과태료는 실질적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며 "미국처럼 표지를 '차량'이 아닌 '탑승자' 기준으로 발급해 실제 탑승할 때만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차량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이 차에 타고 있다면 표지를 달아서 장애인 주차 가능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부당 사용을 차단하는 방식을 운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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