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일 대표 '야스쿠니' 논란(종합)
추도식 하루 전 언론 공지로 '불참' 알려
"추도식 전 양국 수용 가능 합의 어려워"
당국자 "추도식 위해 앞으로 일 정부와 소통"
[서울=뉴시스] 사도광산 내부 모습(사진=서경덕 교수팀 제공) 2024.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외교부는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해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조선인 강제 노동 현장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은 한국과 합의를 통해 조선인 등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개선된 한일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행사 하루 전 급박하게 불참 결정이 나온 데 따라 '외교 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도식이 현지에서 열리게 된다는 점을 사도광산 등재 관련 합의의 주요 성과이자 근거로 내세워왔다.
추도식은 24일 오후 1시 일본 사도섬 서쪽에 있는 니가타현 사도시 시민문화회관인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가 임박할 때까지 제대로 된 일정이나 참석 인사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이 사전 약속과 달리 추도식에 마지못해 성의 없이 임하고 있어 한일 간 합의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외무성은 추도식 이틀 전인 전날(22일)에야 정부 측 인사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무관은 차관급 인사로 외무대신(장관), 외무부대신(차관) 바로 아랫급 인사다.
한국 정부가 그간 요청해온 차관급 정무관인 것은 맞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의원 당선 직후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며 극우성 발언을 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력의 이쿠이나 정무관이 추도식 참석이 예정된 유가족 앞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지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관하면서 추도식의 격이 낮아졌고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 초청 비용까지 한국이 내기로 한 상황이라 일본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오늘(23일)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불참을 통보 외교했다"며 "외교 당국 간 상세 논의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매년 불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해 나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일본 걸그룹 '오냥코 클럽' 출신 아이돌이자 배우로 활동했으며,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이후 지난 1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2기 내각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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