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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기습 계엄령 선포…장애인들은 알았을까

등록 2024.12.07 06:30:00수정 2024.12.07 06: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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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상황에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 미흡

시각장애인 당사자 "아침에 출근해서 알아"

"상황 모른 채 통제 받는 생각하니 두려워"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지난 4일 시민들이 국회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24.12.0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지난 4일 시민들이 국회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24.12.0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한밤 중 깜짝 발표된 비상계엄 선포에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배려한 정보 전달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애인들은 더 큰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7일 시각장애인 A씨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당시)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전혀 몰랐다"며 "아침에 직장동료가 출근 잘했냐고 물어보길래 며칠 전 눈이 많이 왔는데 그 얘기를 하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긴급했던 상황에 대부분의 매체들이 속보와 실시간 방송을 했지만 수어 통역이나 화면해설방송 등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공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규정상 재난 상황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재난 문자도 보내지 않아 장애인들의 정보 취득은 더욱 난항에 부딪혔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휴대전화에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기능을 이용하는데 문자 자체가 오지 않으니 정보를 취득할 수 없었다.

비상계엄이라는 뜻밖의 상황에서도 정보를 얻지 못한 장애인들은 사후 더 큰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나는 여의도로 출근을 하는데, 비상계엄이 좀 더 길어졌다면 아무 것도 모른 채 여의도로 갔다가 통제를 받게 됐을 생각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단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은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에 실린 '비대면 시대 시청각장애인의 방송미디어 접근성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각장애인은 평일에 3.7시간 TV를 보는데 화면해설방송이 제공되는 건 2.2시간으로 59%에 그쳤다. 청각장애인도 평일에 3.8시간 TV를 시청하지만 자막방송은 61%인 2.3시간만 제공됐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청각장애인용 24시간 수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미국은 2010년에 21세기 통신 영상 접근법을 통해 TV에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은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를 할 때 자막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도 2017년 디지털 경젭접에 따라 VOD에 자막·수어·화면해설 제공을 의무화했다.

연구진은 "방송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장애인 방송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는 "비상계엄 외에도 폭설이나 태풍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정보 취득이 취약해 모르고 있다가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정보를 얻고 현장에서 장애인이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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