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된 코인으로 이벤트를?"…코인거래소들 엇박자
업비트서 퇴출된 '비트코인골드'
코인원에서는 입금 이벤트 열려
닥사·금융당국 '상장 정책' 실효 논란도
업계 "적어도 상폐 결정은 통일해야"
[서울=뉴시스] 코인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비트코인골드 입금 이벤트. (사진=코인원 홈페이지 캡처) 2025.0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업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상장 폐지(상폐)를 확정한 비트코인골드(BTG)가 타 거래소에서 이벤트 종목으로 활용돼 논란이다. 상폐 여부를 두고 엇갈린 거래소들의 모습이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거래소 자율 협의체 닥사(DAXA)와 금융당국 등이 명확한 상폐 기준을 재차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골드는 오는 23일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상폐될 예정이다. 이번 상폐는 업비트가 지난달 24일 공식 발표했다. 해당 발표 직전 3만원대 거래되던 비트코인골드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만2700원대까지 무너졌다. 57% 폭락한 수치다.
결정적 상폐 사유는 유의 종목 지정 사유 미해소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0일 ▲중요사항에 대한 공시 여부 및 정도 ▲가상자산 운영의 투명성 ▲사업의 실재성과 지속 가능성 등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골드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골드는 최근 운영진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지난 2018년 5월과 202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해킹 공격을 당하면서 보안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업비트가 지난달 24일 비트코인골드 상장 폐지를 공지했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2025.01.05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논란이 발생한 지점은 업비트 상폐가 확정된 당일 코인원이 이벤트를 연 부분이다. 코인원에서 업비트 상폐 공지 30분 만에 비트코인골드 입금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해당 이벤트는 다른 거래소에 있는 비트코인골드를 코인원으로 옮길 경우 최대 1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이달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산 조기 소진으로 지난달 30일 조기 종료됐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절차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거래소들이 일관된 잣대로 상장 심사를 하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거래소들의 모호한 상장 기준은 이른바 '잡코인'이라 불리는 마이너 알트코인을 양성하고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이윤추구를 하는 사기업일지라도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정선을 지키면서 상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한 코인을 두고 거래소 간 서로 다른 액션을 취하는 것은 그 선을 넘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용자보호법) 시행 직전 닥사와 금융당국이 함께 마련한 '가상자산 거래지원(상장) 모범사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당시 닥사는 해당 모범사례를 발표하면서 "개별 거래소들이 자체 심사 기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닥사가 가이드로 공개한 모범사례가 있더라도 여전히 거래소별로 마케팅 상황에 맞춰 제각각 상장과 상폐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어도 상폐 결정만큼은 거래소가 함께 통일해야 투자자 신뢰를 지금보다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닥사 차원에서 좀 더 명확한 상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더 좋은 방안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트코인골드는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이미 퇴출당한 상태다.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은 신뢰도 하락과 유동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022년 비트코인골드를 상폐했다.
이후 거래량 대부분은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과 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에서만 발생했다. 비트코인골드가 사실상 김치코인으로 불렸던 이유다.
비트코인골드는 비트코인캐시(BCH)와 비트코인에스브이(BSV) 등과 함께 비트코인 3형제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이다. 이들 모두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분리)됐다. 이에 비트코인 테마 코인으로 알려지며 비트코인이 오를 때마다 후광 효과로 급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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