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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심심해진 성기훈, 욕심버린 이정재

등록 2025.01.05 08: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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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이정재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에서 이정재(52)는 돋보일 수 없었다. 시즌1(2021)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우승해 456억원을 거머쥐었지만, 시즌2에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다시 게임에 뛰어들었다. 기훈의 행동은 공감을 사기 쉽지 않았고, 어리석고 무모해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시즌1보다 캐릭터 자체도 심심해졌다. 오히려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인호가 프론트맨 신분을 숨기고 001번 참가자 '오영일'로 게임에 참가, 기훈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과정이 재미를 줬다. 이정재는 "엄청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팀워크를 보여줘야 했다"고 돌아봤다.

"시즌1 때는 밝은 면과 괴로워하고, 다시 새 삶을 살려고 하는 모습 등을 다층적으로 보여줬다. 시즌1 마지막에 게임장에서 나와 통장에 455억원이 찍혀 있는 걸 봤는데도, 3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노숙자 생활을 하지 않느냐. 죽었던 '오일남'(오영수)을 다시 만나고, 둘이 심리적인 게임을 또 한다. 기훈의 달라진 감정을 토대로 시즌2를 시작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예전의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고민이었다.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포진, 전체적인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내 욕심을 내기 보다 나눠서 해야 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렸다. 지난달 26일 공개 후 93개국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정재는 시즌2를 촬영하며 '양심'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시즌1 때는 선한 마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거라고 느꼈다"며 "시즌2에서 기훈은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자신만의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런 인물이 우리 사회에 많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도망가지 않고, 작은 용기를 내는 사람이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훈은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게임장에 들어갔다.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살려야 해 리더 역할을 했다. 잘 리드했다면 바보 같아 보이거나 '쟤 왜 오지랖이야' 등의 감정이 안 들었을텐데, 기훈이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하는 과정이 나오다 보니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시즌2는 기훈이 '정배'(이서환) 죽음까지 맞이하고, 최대한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만드는 게 의도였다. 그런 상황을 추슬러서 '어떻게 헤쳐나갈까'도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기훈을 가장 낮은 데까지 떨어뜨리고 짓밟는 걸 표현했다고 이해해달라."
[인터뷰]심심해진 성기훈, 욕심버린 이정재


내내 심각한 표정을 짓다 보니 잔뜩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영화 '관상'(2013)의 '수양대군'(이정재)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목소리가 바뀌었다' '사극톤 같다' 등의 반응 관련해선 "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시즌1 때도 그 목소리가 나왔다. 노숙자 생활하며 오일남과 대화하고, 공항에서 프론트맨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진중해진 목소리로 변했다"며 "본인이 리더 역할을 하니까. 소리를 지르면 그 정도는···. 내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기훈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시즌2 마지막 7회에서 프론트맨은 '456번. 영웅 놀이는 재미있었나. 잘 봐. 네 영웅 놀이의 결과가 어떤 건지'라며 기훈 앞에서 절친 정배를 죽였다. "그 대사가 정말 중요했다. '사람 살리려고 한 모든 노력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라고 반문하게 됐다. 기훈의 좌절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대사"라며 "기훈의 목적이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찍어야 했다. 인호가 게임 참가자일 것이라고 믿고, 게임을 해본 내가 잘 아니 '나를 잘 믿고 따라달라'는 감정이 컸다. 모든 의도와 작전이 실패, 거기에서 온 충격이 컸다"고 돌아봤다.

"기훈이 원래 영특하거나 체력적으로 힘이 세진 않았으니까. 시즌1 게임을 통과했다고 갑자기 달라지면 과하지 않느냐"면서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계획, 계산하는 사람을 만나도, 상황의 흐름에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결과다. 황동혁 감독은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즌3에서 또 변한다. 감독님의 큰 장점 중 하나인데, 신 안에서도 반전이 여러 번 이뤄진다. 시즌3가 나오면 다른 의견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즌2 게임은 시그니처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했다. '기훈이 가장 많이 움직였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내가 한번 해봐서 그 정도로 흔들리는 건 안 잡히는 걸 안다. 나름대로 최대한 안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흔들리게 보였다면 사죄 드린다"며 웃었다.

5인 6각 경기에서 제기 5개를 차기 위해 "두 달간 연습했다"고 귀띔했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하도 연습을 해 골반이 아팠다. 제기 2개 차기도 힘들다. 5개는 굉장히 잘 차야 한다.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됐다"며 "촬영장에서 틈 날 때마다 연습했다. 5명 다리를 묶고 있어서 내가 잘 차야 촬영이 일찍 끝나니 더 연습했다. 잘 차는 분이 대신 찰 수도 있는데, 앵글상 대역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심심해진 성기훈, 욕심버린 이정재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시즌2는 제작비 약 1000억원이 들었으며, 이정재는 회당 출연료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 개런티에 관해 많은 분들이 말씀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넷플릭스와 관계"라고 짚었다. "국내에서 하는 작품은 아티스트컴퍼니와 계약하지만, 글로벌 프로젝트는 미국 에이전시 CAA가 진행한다. 당부한 건 딱 하나"라며 "다른 조건은 다 괜찮고, '유연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넷플릭스와 관계가 안 좋아질 정도로 계약을 진행하면, 한국에서 욕 먹는다. 이정재 사례가 생겨서 다른 사람까지 계약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안 된다. 관계를 가장 중요시 하고 서로 좋은 쪽으로 계약하길 바랐다"고 했다.

연기 활동 외 사업가로서도 욕심을 내고 있다. 이정재는 절친인 배우 정우성(51)과 함께 지난해 12월 와이더플래닛을 인수했다. 와이더플래닛은 빅데이터·인공지능 마케팅 플랫폼 개발사이며, 2011년 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와이더플래닛(현 아티스트 유나이티드)은 유상증자 공시 전 주가와 거래량이 치솟아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재벌집 막내아들'(2022) 제작사 래몽래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경영권 편취 의혹이 불거졌고, 김동래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등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정재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래몽래인을 인수하는 과정도 생겼다. 지금 드라마, 영화 시장이 너무 위축되다 보니 투자 회사마저도 위축 돼 있다. 이전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자본도 필요해 회사를 매입했다"며 "그 과정에서 계약서를 이행하지 않는, 상대방(김동래 전 대표)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마치 안 좋은 뉴스처럼 나오게 됐다.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하다. 법원 판결을 받아서 다 정상적으로 회복, 빠른 시일 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재가 경영을 뭘 알겠느냐. 할 수도 없고, 전문 경영인이 하는 거다. 내 도움도 필요하다. 내가 시나리오 기획·개발하고, 아이디어 계속 내야 작품을 만들고 그들도 경영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연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연기자 생활을 꾸준히, 열심히 하기 위해 이런 일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150편 중에서 영화 '기생충' 등 좋은 작품이 나왔지만, 요즘은 30편도 안 돼 잘 될 확률이 확 줄어들었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제2 기생충·오징어 게임'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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