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선고 임박에 헌재는 집회장 변모…상인·주민은 '울상'[현장]

인근 학교는 소음 피해…도로 통제로 교통 불편도

상점 매출 3분의 1로 하락…선고일 휴업 여부 고심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13. [e-mail]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너무 시끄러워서 수업에 지장이 있어요. 그저께 아이가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하는데 바깥소리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허진희(47)씨는 이같이 말했다.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건너편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일대 100m를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를 둔 허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다가온 상황에서 헌재 앞이 집회장으로 변모하자 주민과 상인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나 장사꾼 입장에서 고충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동초를 중심으로는 자녀를 데리러 오는 학부모가 줄을 이었다. 교문 앞에서 아이가 완전히 들어가기까지 지켜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학교 보안관도 학생 안전을 의식한 듯 교문을 오가며 순찰하기도 했다.

허씨는 "윤 대통령 마지막 변호일 날에는 학교가 문을 닫았는데 누가 와서 보안관 아저씨한테 '문 열어라', '교장 나와라'라고 소리를 지른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학교 특징은 먼 지역 거주자가 많이 입학한다는 점이다. 무악재에서도 오고 신당동에서도 온다. 저희는 정릉에서 온다. 주차 문제가 해결이 안 된 데다가 길까지 막아놓으니까 무악재에서 오시는 분은 이리로 오지도 못한다"며 "마을버스가 이 길을 지나가서 저 위로 가야 하는데 한동안 여기를 막다 보니 노인분들 많이 다리가 아프셔서 애꿎은 경찰한테 욕을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헌재 인근에 거주하는 김옥연(72)씨는 "(시위로 인해)주민이 불편하다"며 "안국역을 지나서 집으로 가야 하는데 돌아서 가라고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헌재 앞 도로에는 경찰버스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고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시위대 수백 명이 보행로를 꽉 채우고 있었다. 길거리를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은 어색한 눈초리로 서로를 마주보기도 했다.

헌재 맞은편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윤성(42)씨는 "매출이 70%가량 줄었다. 그 수준에서 왔다 갔다하고 있다. 집회 때문에 더 안 좋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 기점은 유사하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경찰 방호벽이 설치돼 있다. 2025.03.12. [e-mail]

김씨는 "여기는 외국인이 바글바글해야 먹고 사는 곳이다. 식당이야 옆에 현대건설 본사도 있고 놀러 온 한국인도 있겠지만 체감하기로 외국인이 많이 끊겼다"라면서 "원래 쓰던 카드 비용과 나가던 모든 것들이 있어서 마이너스인 상태다. 임대료도 그렇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일단락) 뒤로 임대료가 올랐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때도 가게를 영업했다는 김씨는 당시보다 매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돌아봤다. 그때보다 시위가 격화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걱정이 된다며 경찰이 거리를 '진공 상태'로 만들면 선고 당일에는 영업을 쉴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분주하게 일대 가게를 돌면서 선고 당일 휴업 여부를 조사하는 모습이었다. 요식업계는 모두 선고 당일 영업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햄버거 가게 점장인 진명재(33)씨는 "아까 경찰관이 와서 선고 당일에 휴업을 하는지 물었다. 제가 권한이 있지는 않아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사장님도 고민하고 계셨다"며 "한 번만 와서 물어보면 모르겠는데 경찰분이 두 번씩이나 와서 물어보니까 상황이 위험한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씨는 "가게가 아예 유리로 돼 있는데 이것을 깨고 들어오면 사실 방법이 없다"라며 "아예 영업을 안 하는 게 맞나 고민하고 있지만 문을 깨고 들어오면 그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고민스럽다"고 언급했다.

옆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조해자(70)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씨는 "당일 영업 여부를 못 정했다. 우리는 저녁 장사를 하기 때문에 몇 시까지 차단할지를 말해줘야 한다"라면서 "원천 봉쇄를 한다면 언제까지 한다. 저녁에라도 봉쇄가 풀린다면 저녁 장사를 해야 해서 문을 닫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불안하니까 사람들이 편하게 술 마시러 오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매출이 3분의 1도 안 되게 줄었다. 늘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날도 헌재 주변은 마이크와 구호로 인한 소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헌재 앞 기자회견 마이크 소리는 가게를 뚫고 들어왔고 자리를 지키며 구호를 연호하던 시위대는 지나다니는 시민을 살폈다. 보행에 정체가 생기면 경찰관이 통행로를 만들었고 소동에 휘둘리기 싫은 듯 빠르게 지나는 시민도 쉽사리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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