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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또 유찰'…지방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찾기 난항

등록 2025.03.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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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고금리·PF 부실…선별 수주 '뚜렷'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 어려윰 지속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방 도시정비사업지마다 공사를 맡을 시공사 선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자발적으로 공사비를 올리고, 입찰 보증금을 낮추면서 시공사 찾기에 나섰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결국 유찰됐다. 지난 2023년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빠르게 추진됐다.

명장2구역 재개발은 명장동 300-55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4층 아파트 11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3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단지 사업장이라고 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진구 가야4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세 번이나 냈다. 앞서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동원개발 등이 참여했지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가야4구역 재개발은 가야동 648번지 일대에 1998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결국 조합은 최근 롯데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공문을 발송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건설이 조만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이 제안서를 전달하면 조합이 먼저 검토한 뒤 향후 시공사 선정 총회를 통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조합 관계자는 "앞서 진행한 세 번의 입찰 공고에서 모두 유찰됐다"며 "헌장 설명회에 지속 참여해온 롯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전 중구 호동구역에서 재개발 시공자 선정 재도전에 나섰다. 호동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공고를 냈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24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는데 HJ중공업, 제일건설이 참석한 바 있다. 이 사업은 대전 중구 대종로141번길 29 일대 3만7057.9㎡를 대상으로 조합 등이 이곳에 지하 2층에서 지상 29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7개 동 657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공사 입찰에 2곳 미만의 업체가 참여하면 유찰된다. 또 유찰이 되면 같은 조건을 1차례 더 입찰 과정을 진행하고, 두 번 입찰에도 단독 입찰일 경우 조합이 수익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가 수익성을 확보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업성이 우수한 곳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잿값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이후 4년 동안 27.6% 올랐다. 또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시중노임단가는 27만4286원으로, 2021년 9월 대비 16.31% 증가했다. 인건비는 공사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방 정비사업 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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