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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협 수장의 기대…"이부진 대표님, 기다리고 있어요"[인터뷰]

등록 2025.04.07 04:01:00수정 2025.04.07 05: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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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취임 100일 인터뷰

여경협, 국내 여성경제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

"10만 회원 모아 경제 8단체로…펨테크 육성 중점"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장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서른 두살이 되던 해였다. 그는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무작정 자영업자가 됐다. 책에 빠져 살던 어린 시절 꿈을 이루려 서점을 차린 것이다.

그는 여기서 새로운 꿈을 찾았다. 1990년 원단 제조업체 창우섬유를 설립했다. 당시만해도 섬유업은 '금녀의 구역'이었다. 국내 편직업계 최초 여성 사장으로 불렸다. 회사는 연매출 700억원 규모로 커졌지만, 사양 산업의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지난 2021년 과테말라에 공장을 지었다. 홀홀단신 남미의 낮선 나라에서 한땀한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일궜다. 과테말라 공장은 이제 자리를 잡았고,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일흔을 앞둔 그는 이제 새로운 과제를 맡았다. 여성 기업 326만곳을 대변하는 여성단체의 수장이 됐다. 여경협은 국내 유일 법정 여성단체다. 올 해 1월1일 임기를 시작했고, 이달 10일로 100일을 맞게 된다. 어떤 각오와 포부를 갖고 있는 지, 지난달 31일 박 회장 사무실로 찾아가 물었다.   

박 회장은 "우리 협회는 국내 여성경제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로 여성기업이 326만개인데 반해 아직 여경협 회원수는 1만명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와 같은 중견업들이 협회에 가입하면 대표성 제고는 물론, 다양한 업종 간 협력과 시너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대표성을 갖으려면 회원수를 더 확보해야 하는데  올해부터 본회 및 전국 19개 지회에 '(가칭)회원확대위원회'를 설치해 회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정회원 1만명, 일반회원 10만명을 목표로 젊은 여성경제인을 적극 유치하겠다"며 "이를 통해 경제 8단체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전체 사업체 중 여성이 이끄는 여성기업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전체 중소기업 매출액 중 여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여성기업의 애로사항을 여경협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요

"여성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판로 개척 입니다. 대다수 여성기업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고 네트워크도 취약해 신규 시장 진입과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경협은 공공기관에서 여성기업이 우선 구매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홈쇼핑 방송 입점 지원, SNS 홍보영상 제작비 지원 등을 돕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외 진출도 돕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펨테크는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도 낮은 상황이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 설득이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지, 내년부터 펨테크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재 펨테크 국고 예산 신설 관련 진행된 것이 있는지요. 중소벤처기업부는 펨테크 신사업 추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요.

"펨테크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분야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매우 유망한 산업입니다.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저출생과 같은 국가적 사회 문제 해결에도 직접적인 기여가 가능해 경제적·사회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93억 달러(약 42조 원)에서 2030년에는 973억 달러(약 139조 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협회는 펨테크 산업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 및 육아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 등 사회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산업임을 정부와 사회 전반에 알리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펨테크 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현재 여경협과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여기종)로 이원화 돼 있어 양 기관 간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지, 양 기관 간 협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요

"현재 여경협과 여기종은 여성기업 육성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하나의 조직처럼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조직이라 업무 연계와 소통에 일부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협회와 센터는 양 기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추진 중인 여성기업 육성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여성기업 육성사업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운영의 효율성과 연계성을 높이고 여성기업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협회와 센터의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두 기관의 본부장급 인사를 새롭게 임명해 양 기관 간 협력과 업무 조정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홍보팀을 신설해 홍보 채널을 일원화했습니다. 조직 통합은 법적·행정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현재는 양 기관의 실질적인 협력과 업무의 통합성을 높이는 방향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성기업이 326만개인데 반해 아직 여경협 회원수는 1만명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숫자만으로 봤을땐 여성 기업을 대변하는 대표성이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다양한 업종, 연령의 여성 경제인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또, 신라호텔(이부진)이나 매일유업, 삼양식품, 대상 같은 중견 규모의 기업들을 회원사로 유치할 계획이 있는지요.

"우리 협회는 국내 여성경제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로 대한민국 여성기업 전체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올해부터 본회 및 전국 19개 지회에 (가칭)회원확대위원회를 설치해 회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우리 협회 회원은 대다수가 전통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중심이고 연령대가 50~60대 이상에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여성CEO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신라호텔, 매일유업, 삼양식품, 대상과 같은 중견기업들의 유치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협회에 가입하면 대표성 제고는 물론, 다양한 업종 간 협력과 시너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성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왔는데,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현재 여성 수출 기업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국내 여성기업 중 수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아직 2.4%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우리 여성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해외 여성경제단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해외 현지의 최신 시장 정보와 진출 전략을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기업들이 현지 파트너와 연결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박람회에 여성기업 참가를 지원해 해외 바이어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고, 실제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낮은 수출기업 비율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31. ks@newsis.com

-여성기업에 대한 정책이나 현안 등을 알려 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여성경제연구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경협에서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경제연구소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요.

"여성경제연구소는 201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여성기업 전문 연구기관으로, 여성기업 관련 기초 통계자료 구축과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여성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성경제연구소는 팀 단위의 업무만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고, 여성기업 연구·조사 활동을 수행하는 데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성경제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지속적으로 여성기업의 경영 환경과 애로사항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여성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여성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 발굴이 가능합니다."

-여성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는지요

"여성 중소기업 대표를 위한 임신·출산·육아 지원책 마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임신, 출산, 육아 지원제도는 잘 마련돼있지만, 여성 중소기업 CEO들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1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같은 고용보험 미적용자에게도 출산급여를 지원하고 있지만, 고용원을 둔 중소기업 여성CEO는 여전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고 직원 수도 많지 않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대표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업무를 중단하게 되면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CEO들이 출산 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급히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거나, 기업 경영과 육아를 함께 병행하기 어려워 종국에는 사업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여성 중소기업 대표를 위한 임신·출산·육아 등 돌봄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 젊은 여성 중소기업인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더 이상 기업 운영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고 두 가지 역할을 안정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기를 기대합니다."

-4월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그동안의 소회가 있다면, 또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취임 때 내놓은 공약을 지키는 게 우선이고 본업보다는 여경협 일에 매진을 할 생각입니다. 최선을 다해 임기가 끝날 때 후회 없이 하고 싶습니다. 소규모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에 매진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에게 선배로서 이번 회장은 뭔가 남기고 가는 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40 젊은 여성 기업인들에게 여성 기업 선배로서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35년인데 일찍 시작한 것이지만 굴곡이 많았습니다. 후배들에게 일찍 사업에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고, 국내에 머무르지 말고 해외로 나가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과테말라에 진출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그리고 '10년만 더 일찍 과테말라에 진출했다면'이었습니다. 그만큼 더 일찍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큰 성공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우리 후배 여성기업인들이 나와 같은 아쉬움을 겪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해외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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