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관련암, 백신으로 90% 예방…접종대상 확대 절실"[인터뷰]
민경진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번 주 WHO '세계 예방 접종 주간'
부인종양학회, HPV백신권고안 개정
남녀소아 접종권고·성인男 연령확대
9가로 재접종…감염됐어도 접종권고
![[서울=뉴시스] 민경진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0/NISI20250420_0001822342_web.jpg?rnd=20250420143339)
[서울=뉴시스] 민경진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이다. 세계 보건전문가들이 예방접종 주간을 통해 필요한 접종을 제안하며 질병예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중요한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이 이뤄졌다.
대한부인종양학회의 백신권고안 개정위원회가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리던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백신 권고안을 개정, 남녀 소아에서의 HPV 백신 2회 접종과 성인 남성 접종 연령의 확대, 2가·4가 백신 기존 접종자에 대한 권고사항 등을 담았다.
권고안 개정에 참여한 민경진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 사무총장)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은 암 예방을 위해 환자 스스로의 행동패턴 변화가 강조되지만 자궁경부암, 질암, 항문암 등 HPV 관련 질환은 예방접종을 통해 약 90% 예방 가능하다"며 "HPV 백신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1명이 HPV 관련 암을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자연적으로 소멸하지만 지속적인 감염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한다. HPV는 약 3만7800개의 암과 관련이 있다.
이번 HPV 백신 권고 개정안은 ▲남녀 소아에서의 HPV 백신 2회 접종과 성인 남성 접종 연령 확대 ▲WHO 제기 9~14세 1회 접종에 대한 의견 ▲원추절제술 시행 환자의 접종 근거·권고수준 상향 조정 ▲2·4가 접종 여성에서 9가 백신의 재접종에 대한 권고 등을 담았다.
남녀 소아 백신 2회 접종 권고 및 성인 남성 접종 연령 확대
민 교수는 "HPV는 성관계로 전파되는 성매개 감염병이므로, 남녀 모두에서 집단면역이 생겨야 한다"며 "남성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두경부암 등 HPV 관련 질환 발생이 높아지는데도 남성에서 예방 인식은 부족하다. 남성 접종에 대한 권고 사항을 추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의 HPV 관련 질환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생식기 사마귀는 재발률이 높아 감염 시 사회적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고, HPV 감염이 남성 정자의 능력치를 저하시키고 모양을 변형시켜 결국 임신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두경부암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한국의 두경부암 발생률도 아직 발생 건수로는 적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학회에서도 HPV 백신 허가사항에 두경부암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인 권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국정 이슈로 지체된 'HPV 백신 무료접종 지원 대상 남성 청소년 확대'(현재는 여성 청소년에 국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 교수는 "이 권고안 개정을 기점으로 국회 차원에서 예방에 대한 우선순위를 상향해주길 바란다"며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을 통해 9~26세로 확대하고, NIP 대상을 남녀 모두로 확대하면 좋겠다. 국내 접종률 90% 달성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2가·4가' 접종해도 '9가 재접종'…이미 HPV에 감염됐어도 접종 권고
민 교수는 "9가 백신은 4가 백신에 포함안된 5가지 HPV 유형을 예방할 수 있다"며 "2·4가는 자궁경부암 발병의 70%를 차지하는 16번, 18번 바이러스만 예방 가능하다. 미국·유럽의 경우 16, 18번이 중요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18번이 적고 52번, 58번이 많다. 4가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52, 58번은 예방 안돼있기 때문에 9가 백신 접종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HPV에 감염된 여성의 2가·4가·9가 백신 투여도 개정안은 권고했다. 이미 성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거나 또는 HPV에 감염된 경우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낭설에 대해 일축한 것이다.
그는 "이미 성경험이 있는 사람이 HPV에 감염돼 검사를 받은 경우 대체로 1개의 HPV 유형에 대해서만 검출된다"며 "이미 성경험이 있고 또 HPV 감염이 발견됐더라도 나머지 HPV 유형에 대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원추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도 HPV 백신 접종의 근거·권고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민 교수는 "원추절제술을 받은 후 HPV 백신을 접종하면 다른 HPV 감염으로부터 78% 예방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HPV는 악성종양 유발 유형이 14~16종이다. 이 중 9종이 약 90%를 차지한다. 1~2종 감염으로 원추절제술을 했더라도 수술 후 백신 접종으로 나머지 7종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에서의 예방도 강조했다. 그는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발견되면 원추절제술을 시행한다. 국내 매년 2만명 이상이 원추절제술을 받는데, HPV 백신으로 미리 예방하면 원추절제술까지 가는 확률을 크게 줄인다"고 말했다.
이어 "HPV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허가 연령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유럽에선 9세 이상이지만, 한국은 만 9~45세로 한정한다.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이 87세를 넘는데, 45세 전 백신 접종을 놓친 여성의 경우 40년간 HPV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WHO에서 제시한 9~14세의 1회 접종에 대해선, 개정안은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1회 접종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기 전까지 2회 접종을 유지한다고 권고했다.
민 교수는 "HPV 백신은 저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적극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20대 여성에서 원추절제술을 줄인다면 향후 출산율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관심 갖는다면 HPV를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고 자궁경부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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