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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되살아나는 원전 생태계, 원안위 위상도 높여야

등록 2022.06.15 15:46:26수정 2022.06.15 1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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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되살아나는 원전 생태계, 원안위 위상도 높여야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2019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그때 꺼트리지 못한 논란의 불씨는 지금 들불이 돼 번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당시 회의를 기억한다. 연말 분위기에 들떠있는 바깥과는 달리 서울시 종로구 원안위 대회의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을 두고 위원들 간 치열한 설전은 긴 시간 이어졌지만, 앞서 열렸던 회의와 마찬가지로 평행선을 달리는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해당 안건은 표결에 부쳐졌고 7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원전 조기 폐쇄가 결정됐다. 반대표를 던진 2명은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위원들이었다.

현재 원안위는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비롯해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위원은 정부에서 3명을, 여당과 야당에서 각각 2명을 추천한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원전 안전만을 따져야 하는 기구이지만 정치적 개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전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멀쩡한 원전을 세웠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원인이 된 경제성 평가의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것도 아니다.

만약 원안위가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 혹은 외부에서 그렇게 바라볼 여지가 적었다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지금처럼 논란을 키우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원안위에 상임위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비상임위원은 겸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원안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부업으로 원안위 위원을 맡고 있는 탓에 해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최소 5명 이상의 상임위원을 임명해 원안위를 운영하면 적어도 이런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원전 규제기관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원안위를 상임위원제로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앞으로 국회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을 개정해 현재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인 원안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바꾸고, 위원 구성도 상임위원으로 변경하겠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러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하는 안전 기준도 만족시킬 수 있다. 현재 IAEA는 안전 기준 최상위 문서인 '기본안전원칙'과 '원자력 안전에 관한 협약'에서 원자력의 규제와 진흥을 분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안위를 모두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있다. 더군다나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기 때문에 규제기관인 원안위보다 발언권이 세다.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기는커녕 한쪽으로 권한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당초 원안위는 2011년 출범 당시 대통령 직속 독립행정기구였지만, 2013년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지위가 격하됐다.

새 정부에서 이를 되돌리고 상임위원제까지 도입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기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게 먼저다. 흔히 우리나라를 '원전 강국'으로 표현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규제기관으로서 원안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해 말 새로 임명된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취임식을 열지 않고, 직접 부서를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에게 "공부합시다"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기반 위에서 실력을 갖춘 원안위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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