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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가람 "청경 고충 이해…조단역 시절 떠올렸죠"

등록 2023.02.12 09: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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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람

정가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정가람(30)이 전역 후 복귀작으로 JTBC '사랑의 이해'를 택한 데는 도전의 의미가 컸다. 극중 은행 경비원 '정종현'(정가람)은 미래가 불안한 20대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배우로서 욕심이 날 법한 캐릭터"라고 짚었다.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지만,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공감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다시 (연기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다양한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다"며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고 돌아봤다.

"조·단역을 하면서 (종현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루 아침에 잘 된 게 아니라서 자존심 상한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 자연스럽게 접목했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실제로 '마두식'(이시훈) 대리님 같은 분이 있다고 하더라. 은행을 배경으로 하지만,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일을 계속 했지만, 나 역시 미래에 관한 불안감이 있어서 공감했다."

이 드라마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는 이야기다. KCU은행 영포점 직원들의 사내 연애를 그렸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경찰 공무원 수험생 종현은 생계를 위해 청경(청원경찰)으로 일했다. 처음에 군복을 벗고, 청경 제복을 입었을 때는"시원하고 홀가분했다"면서도 "나도 모르게 공손해졌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세차를 시키거나 '커피 타 오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이전에는 몰랐는데 은행에 가면 청경들이 다르게 보이더라. 그들의 고충을 느꼈고 응원하게 됐다"고 했다.

"단역할 때 한 분이 나를 엄청 밀고 '빨리 걸어가'라고 했다. 근데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안 하더라. '현실이 이렇구나'라고 느꼈지만, 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사랑의 이해에서) 초반에 대사가 많이 없었지만, 은행 신 찍을 때 계속 나왔다. 청경이라서 예금 창구에 있는 선배들과 항상 떨어져 있었다. 보조 출연하는 분이 '만날 은행에 걸려서 좋겠다' '어떻게 한 거냐'고 묻더라. 나를 보조 출연자로 오해한 건데, 그 마음이 공감되더라."
[인터뷰]정가람 "청경 고충 이해…조단역 시절 떠올렸죠"

종현은 출근 첫 날 예금창구 4년차 주임 '안수영'(문가영)을 보고 반했다. 수영에게 머리끈을 주거나, 반지를 그려서 선물하는 등 지질하게 그려지기도 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수영이는 그 마음마저도 고마워하지 않았느냐. 예쁘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욕 먹을 건 각오했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드라마에 몰입한 거라서 좋은 말이 아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오히려 뒤로 갈수록 수영과의 관계가 잘 표현된 것 같다. 감정을 꾸며내기 보다 '본연에 충실하자'고 마음 먹었다. 감정신이 많아서 쉽지 않았지만, 수영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수영은 종현을 보며 하늘에 있는 동생을 많이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종현이 열심히 해서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 했을 것 같다. 마지막회에서 종현이 경찰이 돼 교통 정리를 할 때 수영이 '쓱' 웃으며 바라보지 않느냐. 어미새가 둥지를 떠나, 약간 엄마가 아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종현이 경례하는데, 마음 속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거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 수영은 종현에게 은인이다."

수영은 종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줬다. 연기자 생활을 하며 수영처럼 힘이 된 존재가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활동하며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다.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많았고, 혼자 울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큰 힘이 돼줬다"며 "부모님께 잘 해드려야 해 항상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밀양에 계시는데 응원을 많이 해주고 애정도 깊다"고 귀띔했다.
[인터뷰]정가람 "청경 고충 이해…조단역 시절 떠올렸죠"


수영이 사직서를 쓰고 사라졌을 때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터다. "인간 정가람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현실이었으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드라마라서 백 번, 천 번 양보해 수영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미 종현과 수영의 관계가 많이 부서졌고, 모든 게 엉망진창인 상태라서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상황을 해결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았다. 평생 상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 사랑에 진중하고 열정적이다.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약간 다 퍼주고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종현을 보면서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물론 돈이 많다고 사랑을 더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 자신을 잃지 않고 그 사람이 기댈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 같다. 어릴 때는 무작정 '나를 사랑해줘'라고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정가람은 2011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데뷔해 주목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2(2019·2021)로 얼굴을 알렸지만, 바로 군 입대 해 아쉬움도 남지 않았을까. "20대 때는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30대 때 자리를 잡고 싶었다"면서도 "뭔가를 계획하기 보다, 회사와 미래를 생각하며 '잘 만들어 가보자'고 했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으니 흐르는 대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어릴 때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막연하게 초등학교 때 교사, 경찰이 꿈이라고 적었다. 밀양에서 자라 기회가 잘 없었는데,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해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부산외대 자퇴 후 '용돈 안 받겠다'는 조건을 걸고 서울로 올라왔다. 전단지 돌리고 택배 상하차 하면서 버텼고, 알바해 번 돈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고 돌렸다. 운 좋게 한 작품씩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배우는 운동선수와 비슷한 것 같다. 촬영할 때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줘야 하니까. 배역이 커질수록 고민하는 부분이 많아지는데, 더 부딪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 이런 과정이 재미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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