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알못]이들만 끼면 주가가 오르네…행동주의 펀드, 좋은 건가요?

등록 2023.02.20 06:00:00수정 2023.02.20 09:47:3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 따라 에스엠 주가가 오르면서 2014년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복귀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이 에스엠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종가 기준 SM 주가는 11만 6천원, 시총은 2조 7천616억 원으로 지난 10일에 이어 코스닥시장 9위를 기록했다. 같은 엔터주 JYP엔터테인먼트 순위 역전에도 성공했다. 2023.02.1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 따라 에스엠 주가가 오르면서 2014년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복귀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이 에스엠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종가 기준 SM 주가는 11만 6천원, 시총은 2조 7천616억 원으로 지난 10일에 이어 코스닥시장 9위를 기록했다. 같은 엔터주 JYP엔터테인먼트 순위 역전에도 성공했다. 2023.0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에스엠 82.4%, 오스템임플란트 39.0%, KT&G 14.8%.

행동주의 펀드에게 찍힌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에, 강성부 펀드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에,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에 각각 주주 제안을 보냈습니다. 회사는 이렇게 좋은데, 후진적 지배구조나 새는 구멍 등으로 인해 주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말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에스엠 창업자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으로 막대한 돈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계약 해지를 이끌어냈습니다. KCGI는 대규모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정의의 사도라서일까요? 아마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대표들도 이 같은 수식어는 원치 않을 겁니다. 자본시장에서 선(善)은 수익이고, 악(惡)은 손실일 뿐이니까요. 고객 투자금을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그들은 단지 "기업 가치 정상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즉, 돈 벌기 위해서죠.

기업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 결국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장 주가를 높이거나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기업 임직원들의 복지, 고객과 소비자의 만족과 일치하는 이해관계라고 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 이익을 단기적으로 높여 배당을 늘리는 과정에서 무리한 인력 감축, 원가 절감, 알짜 자산 매각 등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소위 '먹튀'인 셈이죠.

해외에서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아직 창업자나 2~3대가 운영하는 오너 경영 기업이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최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경영엔 전혀 관심도 없는 대주주가 기업의 이익보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일도 생깁니다.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거대 헤지펀드나 경쟁사가 들어와 단물만 쏙 빼먹고 '먹튀'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목표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지분 15%를 확보해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한 일도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른 사이 소버린은 2년 만에 약 1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나갔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라 하면 '기업사냥꾼', '먹튀'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최근의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

사례별로 판단할 필요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주주 자본주의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게 투자업계와 학계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주주 이익만 챙겨 문제가 생기는 사례보단 여전히 이사회와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오너일가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더 잦기 때문입니다.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낮은 주주환원율, M&A에서의 소액주주 소외 문제 등 주주 권익이 낮아 생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선 더 중대한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결국 이로 인해 더 큰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사냥꾼이나 먹튀 이미지가 아닌, 코리나 디스카운트 해소의 선두주자 이미지를 갖기 위해선 이들의 초기 역할도 중요해 보입니다. 경영권 이슈만 부각해 주가를 띄우고 빠져나간다면, 기업의 장기 성장성과 임직원 및 소비자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단기 주가 부양만 추구한다면 제2, 제3의 행동주의 펀드 전성기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