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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진이 되기 전에도 전 항상 절실했어요"

등록 2023.03.21 1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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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박연진 배우 임지연

최근 가장 주목받은 악역 캐릭터 열연

"잘될 줄 알았지만…이정도일 줄 몰라"

박연진 대사 하나 하나 온라인 밈 주목

"세상 사람 모두가 날 미워하길 바래"

화려한 데뷔 후 연기력 논란도 휩싸여

'더 글로리'로 10년만에 연기 찬사로

"연기력 성장 위해 꾸준히 연기해 와"

"관심 사그라들어도 이겨낼 수 있어"

[인터뷰]"연진이 되기 전에도 전 항상 절실했어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데뷔는 누구보다 화려했다. 영화계 전체가 주목했다. 그러나 데뷔했을 때 받았던 그 관심이 그가 이후 10년 간 연기하면서 받았던 관심의 최고치였다. 최고 유망주였던 배우는 어느새 평범한 배우가 됐다. 그렇게 조금씩 잊혀지는 것 같았던 바로 그 배우가 10년만에 비상했다. 그가 출연한 드마라는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1위를 달린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 그 자체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돼 소셜미디어를 평정했다. 캐릭터 이름이든, 배우 실제 이름이든 간에 이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배우 임지연(33)은 "너무 감사하고 많이 행복하다"고 했다. '더 글로리'의 그 대사, "연진아, 나 지금 너무 신나"가 떠올랐다.

"저희 엄마도 절 연진이라고 불러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나온 드라마 중 가장 압도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파트2 누적 시청 시간은 1억2446만 시간이었다. 2위 작품보다 약 3.5배 높은 수치였다. 화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언급량도 엄청나다. 인스타그램에서 '더 글로리'가 태그된 게시물만 7만5000개가 넘는다.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약 4만5000개이니까 '더 글로리'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작품은 잘 될 것 같았어요. 확신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 대사 하나 하나, 캐릭터 하나 하나까지 다 좋아해주실 줄 몰랐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이 있었다.
[인터뷰]"연진이 되기 전에도 전 항상 절실했어요"


'더 글로리'가 공개되기 전 이 작품은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의 합작품일 것 같았다. 출연진을 보면 송혜교 외에는 눈에 띄는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송혜교는 물론이고 임지연·정성일·박성훈·김히어라·차주영·김건우 등 출연진 전체가 주목받게 됐다. 임지연은 "박연진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였어도 이 작품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극 중 최악의 악인인 박연진이 임지연에게 다가왔다. "언젠가 제대로 된 악역을 맡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회가 없었죠. 제가 40대, 50대가 돼서 내공이 쌓인 배우가 되면 그때 정말 멋진 악역이 들어올 거라고 막연한 희망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연진이 온 거예요.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이건 무조건 내꺼다'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인터뷰]"연진이 되기 전에도 전 항상 절실했어요"


박연진은 학교 폭력 가해자. 단순히 괴롭히는 정도를 넘어 고데기로 피해자의 온몸을 다치헤 할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여차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정도다.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에게 어떤 복수를 당하더라도 그에겐 죄책감도 없고 당연히 반성도 없다. 문동은의 복수에 반격하고 또 반격할 뿐이다. 임지연은 "이왕 악역을 맡은 거 세상 사람들이 끝까지 박연진을 미워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연기였다.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데다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워대야 했다. "하루종일 짜증내고 화를 내는 연기를 하고 오면 그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더라고요. '촬영이 끝났는데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미간엔 주름이 계속 잡혀 있고요." 그래도 임지연은 욕이든 담배든 뭐든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찰지게 욕하고 맛있게 담배를 피우려고 했어요. 전 그래도 연진이보다 혜정이가 더 나쁜 것 같아요."(웃음)

임지연의 헌신적인 연기 덕분에 박연진은 생생해졌다. 그래서인지 박연진 대사 중엔 시청자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들이 유독 많다.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등이 그런 대사들이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화려한 필력 덕도 있지만, 결국 이런 대사를 살아 숨쉬게 한 건 임지연이다. "작가님이 쓰신 대사가 워낙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지금 많이 언급되는 대사들은 저도 연기할 때 이건 임팩트가 있겠다 싶은 것들이었죠. 그래도 이정도로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인터뷰]"연진이 되기 전에도 전 항상 절실했어요"


'더 글로리'를 통해 연기 잘한다는 찬사를 받는 임지연이지만, 그가 항상 칭찬을 받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한 때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4년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중독'을 통해 어떤 신인 배우보다 화려한 데뷔를 했지만, 연기력이 영글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그의 연기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렇다 할 필모그래피를 남기지 못했다. 드라마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대중의 관심에선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가 '더 글로리'를 만났다. 임지연은 "작가님이 제 안에 있는 악마의 심장을 보셨나 보다"라며 웃었다.

"운좋게 일찍 데뷔했어요. 연기도 잘 못했죠. 전 재능이 많고 끼가 다분한 타입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장에서 혼날 때도 많았죠. 그래도 매번 정말 절실하게 연기했어요.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었달까요. 느리지만 저만의 길을 걸으면서 다양하게 도전하려고 했어요. 누가 알아주길 바라기보다는 제가 성장하는 게 좋아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현장을 가고 연기를 하는 게 두려워요. 해냈을 때 성취감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 연기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 노력해야죠." 임지연은 원하는 역할을 맡지 못하고 원하는만큼 캐스팅이 되지 않을 때도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고 했다. "전 나이 먹고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할 생각이어서 조금씩이나마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했던 겁니다."

임지연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가 돼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을 향한 이 관심이 사그라들 거라는 얘기를 했다. "캐스팅이 잘 안 되는 순간이 분명히 또 올 거예요. 지금은 연기 칭찬을 받지만 연기력 논란이 또 생길 수도 있죠. 그래도 전 그걸 이겨내는 성취감으로 배우 생활을 해요. 그게 제가 제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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