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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건우, 손명오를 넘어…"또 다른 숙제 얻었죠"

등록 2023.03.27 08: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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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주목

UFC선수 네이트 디아즈 참고

"생활밀착형 양아치 느낌 살려"

차기작은 뮤지컬 '빠리빵집'

"한동안 손명오로 불릴 각오"

김건우

김건우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손명오'(김건우)는 학교폭력 사건의 대표 인물이 됐다. 극중 '문동은'(송혜교)을 극악무도하게 괴롭힌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이다. 요즘 연예계에서 학폭 사건이 불거지면 '손명오 같았다'고 비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MBN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이 구설에 올랐을 때도 그랬다. 김건우(31)는 "내가 기분 나빠할 건 아니"라면서도 "하필 내 캐릭터가 (학폭 사건과) 한 쌍으로 묶여 안타까운 마음은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명오는 살아있는 생물 느낌이 났으면 했다. 연기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어디엔가 있는 양아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오히려 대사 없는 신에서 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걸음걸이, 소주 먹는 신, 사탕 깨무는 신, 앉아있는 자세 등을 연구했다. 명오는 부모 없이 자라서 어디로든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나쁜 짓인지 좋은 짓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살아남으려고 생존의 행동을 했다. 그래서 생활밀착형 양아치 느낌이 나길 원했다."

이 드라마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동은이 온 생을 걸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10일 파트2 공개 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반향을 일으켰다. 김은숙 작가는 김건우를 보자마자 명오라고 판단했다. 오디션 현장에는 없었지만, 영상을 보고 '이 친구다'라고 생각했다. 김건우는 명오보다 '전재준'(박성훈)이 더 끌렸다며 "통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재준도 잘 했을 것 같다고? 아, 그럼요"라고 웃었다. "처음 극본을 봤을 때 '명오가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오히려 동은의 계획에 잘 당해서 바보처럼 느껴졌다. 캐릭터에 애정을 가져야 해서 계속 보니 귀엽기도 하고 순수한 느낌도 들었다"고 짚었다.

미국 이종격투기선수 네이트 디아즈를 참고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한 달 동안 네이트 디아즈 영상만 봤다"며 "악동으로 불리는데, 초점도 없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인터뷰할 때도 대답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고 귀띔했다. "그 외 캐릭터 설정은 스타일리스트팀에서 극본을 토대로 준비해줬다.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며 "머리는 원래 짧아서 붙였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양아치스러운 몸을 만들었고, 3㎏ 정도 살을 뺐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김건우, 손명오를 넘어…"또 다른 숙제 얻었죠"

파트1 공개 당시 명오의 생사 여부를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파트2에서 명오는 재준 편집숍 직원 '김경란'(안소요)이 내리친 술병에 맞아 죽었다. 애초 명오는 연진에게 '윤소희 살해 정황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10억원을 요구했다. 연진의 술병에 맞아 쓰러졌지만, 살아있는 상태였다. 경란은 명오가 도움을 요청하자, 과거 자신을 수차례 성추행한 기억이 떠올라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갈 때도 화려하게 가서 결말은 만족했다. 원래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점점 늘었다. 신마다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다"며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 역량이었다"고 돌아봤다.

"명오의 가장 큰 악행은 성적으로 안 좋은 행동을 한 것이다. 16부에서 경란한테 추행하는 신을 봤을 때 '여기까지?' 한다고 싶어서 놀라기도 했다. 용서 받지 못할 행동이다. 가장 악역은 단연 '박연진'(임지연)이다. 연진은 살인을 해 범법자 아니냐. 명오는 연진에 비하면···. 다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난 연진이 가장 나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손명오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냐고? 정신 차리고 타투도 지울 수 있으면 지우고, 똑바로 살아라. 아직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다면, 반성하고 착하게 살아라."

명오가 전화로 스튜어디스 '최혜정'(차주영)에게 고백한 신도 화제를 모았다. 혜정은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을 집어던질 정도로 싫어했다. "명오는 혜정을 완전 사랑했다. 연진과 재준, '이사라'(김히어라)는 같은 무리, 나와 혜정은 또 다른 무리였다. 친구지만 크게 두 그룹이었고, (세탁소집 딸인) 혜정은 같은 계급으로서 동질감이 있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마음이 고백하는 계기가 돼 '어차피 한국 뜰 건데 뜰 거면 너랑 뜨고 싶다'고 한 것"이라며 "요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결혼하자'고 댓글을 다는 분이 있다. 해외 분인데,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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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건우는 더 글로리 캐스팅 전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데뷔작인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2)에서 '고동만'(박서준) 라이벌 '김탁수'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대로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면서 '쌈 마이웨이 걔였어?'라며 알아보고, 전작을 찾아보는 팬들도 늘고 있다. "신기하다"며 "tvN 작품을 여러 차례 했는데, 유튜브에 내 연기 모음집 영상도 생겼더라. 단막극 '낯선 계절에 만나'(2022)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고3 때 친구 따라 연기학원을 가면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드라마 '신병'(2022)에서 활약한 이상진이다. 2012년 삼수를 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수석으로 입학했다. 데뷔 때부터 한솥밥을 먹고 있는 양세종이 대학 동기다. 한예종 출신이 승승장구할 때 자극도 받았을 텐데 "응원하는 마음이었다"며 "질투를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더 글로리를 만나기 전 슬럼프도 있었고 조금 힘들었다. 어쨌든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자존감이 세서 버텼다. 나에 관한 믿음이 괜히 크다. '슈퍼스타가 될 거야'라는 게 아니라 분명히 쓰임이 있고, '아직 보여줄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접는 건 '자존심 상하지 않나' 싶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이 다 잘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반응이 없을 때 안타깝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다."

김건우는 5월13일부터 뮤지컬 '빠리빵집'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더 글로리가 흥행해 차기작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소극장 작품을 선택해 의외였다. "'왜 갑자기 뮤지컬이야?'라고 하는데, 정말 하고 싶었고 작품이 좋아서 택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 반, 동경하는 마음 반이었다. 빠리빵집은 가족 이야기를 다뤄 굉장히 따뜻하다. 착한 아들 역"이라며 "더글로리 이후 출연을 결정했다. 학교에서 무대에 서본 경험을 비춰 봤을 때 희열이 있다. 같이 호흡하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동안 손명오로 불릴 각오가 돼 있다. 더 글로리가 잘 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 반대로 또 다른 숙제를 얻었다. '손명오를 넘어서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과제가 나를 기분 좋게 움직이게 한다. 사실 내가 무던하다. 이 거품은 언젠가 꺼지지 않느냐. 몇 십 년 전부터 이어온 현상이라서 순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좋은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스스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전처럼 똑같이 하고 있어서 특별히 들뜨진 않지만, 설렘도 크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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