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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6% 고금리에…씁쓸한 소액생계비대출 '오픈런'

등록 2023.03.28 11:51:23수정 2023.03.28 11: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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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다시 한달치 상담예약 개시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2023.03.2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2023.03.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조금만 더 빨리 소액생계비대출이 나왔다면 불법사금융까지 가진 않았을텐데…"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5층에 위치한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중앙합동지원센터'. 이날 센터에는 '급전'을 빌리러 온 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연 15.9%라는 고금리에도 당장 필요한 생계비 또는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서둘러 센터를 찾은 것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소액생계비대출 사전상담 예약을 한 1264명 중 실제 전국 서금원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이들은 116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26명이 평균 65만1000원을 대출받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등 '불법 사금융' 피해가 나날이 늘자, 가뜩이나 힘든 취약계층이 소액으로 불법 사금융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생계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지원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연체자와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가능하다. 단 조세체납자,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 금융질서문란자는 제외된다. 실제 전날 지원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대출을 받지 못한 경우는 68건에 달했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단 처음엔 50만원까지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납부할 경우 추가 5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병원비 등 자금용처가 증빙될 경우엔 처음부터 1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15.9%이나 이자를 성실히 납부할 경우 최대 6%포인트, 금융교육 이수시 0.5%포인트의 혜택을 받아 최저 9.4%까지 내려간다.

50만원 받으러 이렇게까지…"슬픈 현실"

연 15.9%라는 고금리, 최대 100만원이란 비교적 적은 한도에도 '오픈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청자가 몰린 것은 그만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초기 혼잡 방지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주단위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신청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며 서금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큰 혼잡이 벌어졌다. 이에 금융위는 부랴부랴 신청 방식을 매주 수~금요일 동안 향후 4주간 사전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더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비교적 신청자가 덜 몰리는 대전 센터 등에 상담예약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만원을 빌리면 한 달에 이자가 6400원 정도니 일단은 받고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이거라도 받지 않으면 더 높은 금리의 카드론을 받거나, 연체자들 같은 경우엔 금리가 연 수백%에 이르는 불법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당장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총 6712건의 불법사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연환산 평균 금리는 연 414%에 달하며, 평균 대출금액은 382만원에 이른다.

이혜림 서금원 대리는 "직장인·일용직·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군을 가진 이들이 방문했다"며 "한 상담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있었다면 불법사금융을 피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위는 당장 소액을 빌려주는 것 뿐 아니라 신청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 복지 및 취업 등 다양한 자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종합상담도 제공한다.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서민들이 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활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의 목적은 정말 힘든 처지의 이들에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대출을 해주는 것도 목적이지만 이들이 내구제대출이나 불법 사금융까지 가지 않도록 한 번 걸러주고, 그런 이들이 얼마라도 안 생긴다면 제도는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사흘간 다시 한달치 사전예약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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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상담신청 사전예약은 오는 29일부터 시작된다. 금융위는 재원이 소진될 때까지 매주 수~금요일 향후 4주간 사전 예약을 접수한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오는 27일~4월21일 상담신청 사전예약을 받은데 이어, 오는 29~31일엔 4월24~28일 신규 상담신청 예약을 받는다. 또 4월5~7일엔 4월10일~5월4일 신규상담 신청 예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국은 올해 중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총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재원 소진 시까지 공급될 예정이나, 필요시 추가 공급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기 때문에 수요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고 "현재 서금원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대출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보다 원활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가는 한편, 필요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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